설렘과 설레발의 사랑
우리 가끔 이런 말 하잖아요,
20대 초반 때나 그런 연애하지, 이젠 못 해.
그때랑 달라진 것이 뭘까 생각했어요.
몇 번의 사랑을 했으니 관계에 대한 나름의 원칙이나 노하우들도 쌓여야 하는데 이상하게 연애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유가 궁금했거든요.
떠올려봅니다. 아, 스무 살의 연애.
그땐 정말 서두르고 부산하게 굴었거든요,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갖고 일어난 듯이 굴기도 했고요. 별 것도 아닌 일로도 그사람 마음을 샀다고 착각하기도 했습니다. 모든 행동을 오해하던 때도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게 뭐였는가 싶어서 찾아보니 ‘설레발’을 자주 쳤던 거에요.
생각해보니 그 설레발을 치는 내내 설레였던 것 같아요. 서두르고 부산하게 구느라 마음이 늘 들떠있고, 자꾸만 두근거리고요. 시도때도 없이 그의 마음을 짐작했습니다.
그렇게 자주 생각하고 착각하는 시간들은 결국 모양을 달리한 관심이었고, 결국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는 양분이 되었던 모양이에요. 자주 설레고 잘 사랑했습니다.
지금은 설레발 같은거 진짜 안 치거든요, 잘 설레지도 않고요. 아무래도 저는 그게 범인인 것 같아요.
너무 기대하지도 않으니 설렘도 없고요, 당연히 설레발도 치지 않는거요.
이 사랑이 뭔가 특별한 사랑이 될 것이라는 기대,
만나는 이가 내 인연이라는 기대,
우리가 운명이라는 기대.
이런 것들로도 충분히 설레발을 칠 수 있는걸요.
그래서 말인데요,
내일 우리는 엄청 이야기가 잘 통할 것 같아요, 그래서 술도 생각보다 더 먹을 것 같고요, 나오는 길에 날이 너무 추워서 조금 더 가까이 걸을 것 같아요.
내일 정말 춥다는데, 손도 잡게 되겠지요. 취기 덕분에 그대 마음도 살짝 엿보게 될 거고요. 둘다 뺨이 붉어지는 타이밍이 맞았을 때 눈이 마주치고 서로에게 가장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어줄 것 같은데 그때 우린 엄청 설레이게 될겁니다. 그리고 사랑이겠다 생각할거고요.
설렘과 설레발을 챙겨야해요.
기대하고 원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때처럼 어렵게 그 사람을 알아가는 일에 노력하게 되고 그게 결국 사랑을 만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