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한달간 외근이 정말 많았다.
재택근무를 하는 덕분에 몸이 참 편했는데, 오랜만에 나도 직장인처럼 백팩을 메고 출근을 한다.
지옥철을 오랜만에 겪으니 벌써피곤하다. 여기저기서 밀리며 "내릴게요"를 외치며 지하철을 빠져나가는게 도전이다.
그래도 도착해서 아침공기를 마시며 바쁜 직장인들 속에 에너지가 느껴져 기분전환이 된다.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 밥도 같이 먹고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니 좋다.
퇴근하고 다시한번 지옥철을 뚫고 집에 돌아와 남은 일을 마무리 한다.
#2 오늘은 재택근무다.
아이스를 잔뜩 넣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만든뒤 외근으로 밀렸던 업무들을 초집중해서 쳐내기 시작한다. 미팅도 많은 하루다.
점심시간이 한참지나, 미리 만들어놓은 우삼겹된장찌개와 엄마반찬들을 후딱 데워먹고 다시 일을 한다.
바쁜 하루를 마치고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고싶지만 마음을 다잡고, 요가를 간다.
나오고 나니, 날씨가 제법 시원해져서 저녁공기를 맡는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요가원이 다가오니 피워놓은 좋은 향이 난다. 벌써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오늘은 제법 빡센 빈야사 요가를 하는 날이다.
초반에는 항상 릴랙스하게 시작하지만 앗 오늘 안빡세네?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무섭게도 빡센 요가가 시작된다.
요가동작을 하다보면 오늘 하루의 걱정이 사라지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어 좋다.
드디어 사바아사나 시간. 나마스떼!
요가를 하고나니 너무 개운하다.
집에 가는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날씨가 좋아 좀 더 걷다 간다.
초록이 많은 곳에서 걷다보니 시원한 바람, 숲냄새, 시원하게 흐르는 탄천, 나무향 모든게 너무 좋다!
집에 도착해서 창문밖을 보니 불빛이 반짝이며 오늘따라 야경이 제법 이쁘다.
다이어트 하겠다고 양배추요리를 빠르게 하고, 요가를 한 날이니 차한잔 하고 쉬려했는데.. 맥주캔을 따버렸다. 티비에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맥주한잔 시원하게 들이킨다.
그래도 운동했으니 괜찮..지않ㄴ..?
#3 나는 내 일상이 좋다.
어릴때부터 혼밥은 물론 혼자 여행다니는 걸 좋아했다. 혼자 여행하면서 글도 많이 썼었고, 캐나다에 혼자 떠나 학교도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젠 한국에 돌아와 독립해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
내가 혼자 여행 간다고 하면 "빨리 같이 다닐 남자친구를 구하라거나, 결혼을 해야 혼자 안다닌다거나, 혼자 여행은 심심할텐데" 등 이야길 듣기도 했었다.
나는 혼자 여행을 다니며 평생 살수 없는 값진 경험을 했고,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게 되었다.
캐나다에 혼자 떠난다고 할때도 "가서 남자만나 빨리 가정 꾸리라거나, 결혼을 할 나이에 떠나냐는 등".
들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건 캐나다에서 혼자 도전한 것일 정도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자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이젠 결혼유무를 물어보며 싱글이라고 하면 "그래도 결혼은 하는게 좋다거나, 그래도 아이는 있어야 진짜 행복을 느낄거다, (묻지않았는데) 내 주변에 소개해줄사람 있는지 알아보겠다거나, (묻지않았는데) 어디서 어떻게 남자를 만날지 강의를 한다거나" 여전히 30대 후반 미혼 여자로 살아가는 삶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주기적으로 나타난다.
한국에서 정착해서 독립을 했다고 할때는 "결혼안했는데 왜 자취를 하냐거나, 부모님이랑 사는게 최곤데 왜 독립을 하냐거나, 결혼하기 전까진 부모님집에 살며 돈모으라거나“…
이미 독립을 했는데, 곧 마흔이 다가오는데, 그리고 집을 매매 해서 내 자가에서 혼자 열심히 살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 내가 행복하다.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하면서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도 간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자주 만나,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내 삶을 살고 있다.
왜 결혼 안하는지, 결혼 생각은 왜 없는지, 왜 혼자 사는지, 결혼을 해야한다는 설득까지..
왜 아직도 내가 잘 살고 있다는걸 혼자서도 행복하다는 걸 해명하고 증명해야 하는걸까?
혼자라는 건 외로움의 다른 이름이 아니며, 무언가 특별한 삶도 아니며,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결혼이 나쁘거나, 싱글의 삶이 나쁜 것도 아니다.
삶에는 정답이 없고, 결국 중요한 건 그 선택 안에서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즐기며 사는지 아닐까.
나 역시 마음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 그렇기에 나와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물음표를 던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방식이 틀린 게 아니라, 그저 자기만의 소중한 삶을 잘 살아가고 있을 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