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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Jan 27. 2019

한국, 너라는 존재

[향수병 어떻게 극복하나요?]

#1

벌써 8년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난 캐나다 핼리팩스라는 시골로 큰 짐을 들고 2번 경유를 해 어학연수를 떠났다.

그때 그 용기는 어디서 났는지 몰라도 정말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가는게 꿈이었고 엄마가 많이 믿어주고 용기를 심어준 덕에 큰 결정을 하게 됐다.


그때 첫날 공항에서부터 도착한날로부터 며칠은 계속 울었던 것 같다.

무슨 전쟁터 가는것도 아니고 그렇게 힘들게 결정해서 큰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가놓고 매일 거의 우울증이 이런건가 싶을 정도로 우울해하며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그냥 조금만 있다가 (계획은 1년간의 어학연수 였다) 그냥 한국 가도돼?"


그렇게 처음 며칠은 새로운 캐나다 환경이고 홈스테이고 뭐고 모든게 낯설고 힘들어서 한국에 가고싶단 생각밖에 안했다.

당연히 그 후 사람의 적응력은 무시못한다고 캐나다 생활에 적응한 뒤로는 핼리팩스에서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영어공부는 물론 토론토로 이동해 테솔자격증까지 딴 뒤 1년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처음 한국에 다시 왔을땐 너무 좋았지만 첫 사회생활을 맛보며 힘든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누구나 그렇듯 좋은 기억만 미화되어서인지 캐나다가 너무그리워졌다.


그렇게 여러가지 이유로(브런치 글에서 많이 언급한 동기들) 캐나다로 다시 온지 2년이 되어간다.


캐나다에 다시 왔을 땐 그래도 예전에 핼리팩스로 떠났을 때처럼 매일 울진 않고 나름 열심히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첫날 도착해서 허한 마음과 걱정되는 마음은 며칠간 있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바빠진 덕분에 크게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여유도 없었다.


물론 중간중간 작은 향수병은 찾아왔지만 빨리 극복했다.


#2

지난달에(12월) 회사 휴가를 내고 캐나다에 와서 처음으로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에 방문하기 전에 벤쿠버 출장도 다녀온 지라 정신없고 바빴지만, 가족들을 만난다는 기쁨과 한국음식이나 한국에 그리운 장소들 이 모든 것들이 기대됐다.


캐나다에 있다보니 한국에 잊고 있던 좋은 점들이 그리워지고 안좋았던 기억들은 희미하게 사라진 것 같다.

가족들의 선물을 사고 짐도 싸다보니 진짜 한국에 가나보다 실감이 났다.

하지만 다른 한켠에선 너무 짧게 갔다오니까 돌아올 때 슬플 것 같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딜까 하는 아이러니한 걱정과 고민도 동시에 생겼다.


개인적으로는 캐나다 공기나 환경 등은 둘째치고 캐나다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내 일이 좋고 더 큰 목표가 생기며 미래가 희망적이라는 점이 캐나다에 아직은 남고 싶은 계기인 것 같다.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엔 유학생들로 보이는 많은 어린 한국친구들도 보였는데 어린 나이에 공부하러 와서 다들 대단하다 싶었다.


예전에 한국에서 유학생 친구들이 한국에 잠시 방문 할때마다 그저 부럽다고만 했고 그 친구들이 "마냥 좋은게 아니라 많이 외롭고 한국이 그립다"고 할 때마다 "그래도 훨씬 자유롭고 좋을 것 같은데. 부럽다" 라고 했던 나도 참 그 친구들을 공감해 주지 못했구나 싶었다.  


다 자기 상황이 안되면 백프로 그사람의 입장에서 공감해주기란 정말 어렵다는 것을..


#3.

너무 짧게 간지라 가족들이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은 잠시 봤는데 한 친구는 결혼준비로 바빴고 한 친구는 결혼을 하고싶다며 주변 친구들의 결혼 소식을 들려주기도 해 요즘 한국에서 내 또래 친구들의 관심사는 '결혼'이구나를 체감했다. 아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한국에서 캐나다로 다시 온날 혼자 공항에서 집으로 우버를 타고 왔는데 짐정리에 다시 쌓인 집안일에 다음날 바로 출근에 여러가지 할일이 많은데 그냥 텅빈 방으로 들어오니 괜시리 서러웠다.


일이 끝나고 집에오면 집주인 아줌마가 남편이랑 아들과 저녁을 먹으며 깔깔 웃는 모습이 어찌나 행복해보이던지. (집주인 아주머니도 남편과 장거리부부라 일년에 한번 남편이 캐나다로 온다.) 괜시리 춥고 작은 방에서 혼자 집주인 아줌마 가족들이 저녁식사가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저녁에 먹을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방에서 유튜브를 보고 있는 내 모습이 괜시리 서러워보였다.


자유롭고 내 공간이 생겼다고 좋아하며 와인이랑 잔을 디피하고 방을 꾸미면서 즐거워하던 때도 분명 있었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한국에 다녀와서 요즘 말로 '현타(?)'가 와서 그런지 한국에 있는 내 집, 내 고향이 그리워졌다.


사람도 너무 가깝게 지낼 땐 서로의 소중함을 가끔 잊고 다투는 일이 생기지만 떨어져 지내다보면 그 소중함을 깨닫는 일이 종종 있지 않은가.


그처럼 한국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분명 캐나다는 내가 너무나도 그리워하던 곳이고 내가 많은 것을 이루고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준 곳인데 이렇게 '향수병'이라는게 찾아오면 어찌할 수가 없나보다.


괜히 토론토는 눈이 왜이렇게 많이 오는지 길이 왜이렇게 미끄러운지 버스나 지하철은 왜이렇게 공사나 지연이 많은지 캐나다에 대한 안좋은게 괜시리 보이기도 했다.


이건 향수병 플러스 매너리즘인가..?


#4

문득 한국에 갔을 때 잊고있던 좋은 점들이 생각났다.


첫번째로 대중교통 시스템. 정말 우리나라 교통시스템은 거의 최고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지하철과 버스 노선에 , 깔끔하고 깨끗한 건 기본이며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교통카드 기능까지 가능하고 저렴한 요금까지 정말 잘 되어있다. 특히 지하철역에 옷가게나 화장품 가게 등 모든게 다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가 언제 오는지 전광판에 다 나오는 이 모든 것들에 다시한번 감탄했다.


두번째로 인터넷.. 우리나라가 IT강국이란건 말할 것도 없다. 일단 캐나다에서 저렴한 편에 속하는 플랜을 쓰고있는데도 (데이터 3GB에 전화 무제한) 60불은 나오고 데이터 초과 되는 순간 어마어마한 요금이 추가되서 항상 데이터를 얼마 썼는지 확인하고 와이파이가 될 때 이용하는 편이다.

한국에서 예전에 쓰던 핸드폰을 정지를 풀어 사용하다가 왔는데 일단 지하철에서도 빠른 인터넷 속도에 데이터 무제한이라 맘편히 쓰던 그 모든게 너무 좋았다.


세번째로 문화와 음식.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이라 어딜 가든 한국말로 되어있는건 당연하고 뭐든지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에 내가 좋아하는 건강한 음식들을 먹고싶을 때마다 마음껏 사먹을 수 있다는 점들이 생각보다 크게 장점으로 와닿았다. 한국 물가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택스나 팁문화가 없고 배달을 해도 생각보다 저렴한 편이라 한국에서 먹고싶었던걸 다 먹고 오려고 대회라도 나간듯 적어간 리스트를 보며 하루하루 열심히 노력해서 먹고싶은걸 사먹었다.

어딜가든 편리하고 빠르며 친절한 서비스. 노트북을 고치러 갔다가 신속하고 정확하며 빠른 서비스에 혼자 감탄했다. 병원도 집앞에 다 있고 보험도 있기에 조금 불편한 곳이 있으면 마음편히 가서 한국어로 궁금한점을 다 물어보고 모든 검진을 빠르고 편리하게 좋은 서비스로 다 받아도 생각보다 저렴한 요금에 또 한번 놀랐다.


넷째, 늦게까지 운영하는 다양한 레스토랑, 주류랑 없는게 없는 편리한 편의점, 쇼핑몰, 다양하고 저렴한 코스메틱 제품들, 어디에서든 구매할 수 있는 저렴한 옷이나 수제화 등 여러 산업군에서 좋은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즐길거리들이 많고 선택권도 다양하다. 올리브영에서 메이크업 제품들을 잔뜩 사왔다.

캐나다로 떠나오기 전날 짐을 싸다가 혼잣말로 갑자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하하." 하며 웃었다.


다섯째, 가장 중요한 건 가족들이 한국에 있다는 점이다. 항상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하다. 가족들이랑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엄마랑 집앞에서 커피한잔 하며 수다떨고 언니의 터무니없는 개그에 빵터지고 이런 일상들이 너무 소중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엄마가 밥도 해주고 빨래도 해주고 춥다고 하면 보일러도 켜주고.. 내집이니 내맘대로 편하게 지낼 수 있고.. 하하.

(물론 외국에 살면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랑 자주 왕래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캐나다에서 아니 외국에서 살다보면 향수병이란 건 종종 찾아오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외국에 살다보면 결혼해서 같이 외국에 왔거나 가족들이 다 같이 이민을 왔다거나 어릴때부터 태어나 자란게 아닌이상 가족들은 한국에 있는 경우가 많고 외국에서 만난 친구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거나 다른 나라나 도시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기에 향수병이나 외로움이란 건 꼭 한번씩 찾아오는 것 같다.


최근에 인터넷에서 캐나다에 살지 한국으로 돌아갈지 향수병에 대한 고민글에 누가 단 댓글을 보고 너무 공감이 됐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게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과의 사랑이든 친구들과의 사랑이든, 아무리 공기가 좋고 복지가 좋고 워라밸이 보장된다하지만 진정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면 그게 천국일까요?"


다행히도 캐나다로 돌아와서 다시 오피스에서 일을 하게 됐고 새로운 이벤트 준비로 바빠진 덕분에 일상에 다시 잘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선 계속 눈이 따갑고 코가 막히면서 기침도 하고 얼굴이 건조해 피부까지 뒤집어 졌는데 그래도 캐나다에 오니 아침에 출근을 하면서 맑은 하늘을 보며 바로 공기가 좋음을 느끼면서 피부도 바로 회복했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과 워라밸이 보장되는 평화로운 직장생활에 다시 감사함을 느끼며 주어진 순간에 긍정적인 자세로 최선을 다해 즐기려고 노력중이다.


무엇보다 2019년에는 오피스에 있는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했고 일주일에 4번이상 가기를 실현중이다.



운동이 정말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천하기 어려웠는데 올해엔 운동을 꾸준히 해서 몸과 마음이 맑고 건강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올해 목표 중 하나다.


향수병이 찾아오면 내 마음을 인정하고 현재 내게 주어진 '일'과 '목표'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다보면 시간이 약이라고 또 일상에 적응 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내게는 언제라도 돌아갈 내 나라가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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