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제과 유학생이 뽑은 파리의 크루아상 TOP 5
보통 프랑스 빵의 양대 산맥이라면 바게트와 크루아상을 뽑는다(유명 브랜드 <파리바게트>와 <파리크루아상>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엄밀히 말해 크루아상은 빵이 아니다. 우리 한국에서 빵과 디저트로 여기는 분야를 프랑스에서는 불랑즈리라고 불리는 제빵류와 파티스리라고 불리는 제과류로 나눈다. 단순하게 나누자면 불랑즈리는 식사용 빵에 가깝고 파티스리는 후식용 달콤한 과자에 가깝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양쪽의 특징을 둘 다 갖춘 비에누아즈리라는 종류가 따로 있다. 크루아상은 대표적인 비에누아즈리이다.
분류 기준에 따라 비에누아즈리는 빵으로도 디저트로도 여겨진다. 만드는 과정에서 효모 발효를 사용하기에 빵과 같은 특징을 갖는 동시에 버터나 우유, 달걀, 설탕을 넣어 달콤한 디저트와 같은 특징을 갖기 때문이다. 크루아상이나 빵 오 쇼콜라, 브리오슈 등이 비에누아즈리에 속한다. 그 기준이 명확하지는 않다는 반증으로 크루아상은 식사용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후식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연어나 베이컨 각종 샐러드를 넣은 크루아상이나 생크림을 가득 올리고 각종 과일 곁들인 크루아상 모두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훌륭한 크루아상을 만드는 가게가 많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를 방문한다면 크루아상을 꼭 맛보기를 추천한다. 유제품을 사용한 역사가 오래된 덕분에 재료로 사용하는 버터와 우유 품질이 뛰어나다. 크루아상은 버터 풍미와 질감이 매우 중요하다. 노르망디나 부르타뉴의 버터로 만든 크루아상은 풍미와 질감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크루아상은 조식으로 먹기에도 좋고 간식으로 먹기에도 좋다. 갓 구워져 겉이 바삭한 크루아상을 우선 한 입 먹으면 겉이 부서지고 안에 촉촉하면서 쫀쫀한 속살이 드러난다. 입안에 가득 퍼지는 버터 풍미가 일품. 그 이후에 버터와 잼을 발라 한입을 더 먹으면 또 색다른 맛이 나타난다. 스콘처럼 버터가 먼저냐, 잼이 먼저냐, 고민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버터를 먼저 바르고 잼을 바르는 편을 선호한다. 하지만 잼을 먼저 바르는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 종종 그렇게 먹기도 한다. 곁들일 잼을 추천하자면, 살구 잼이나 블루베리 잼!
파리에 여행 왔다면 어느 가게에서 크루아상을 먹으면 좋을까? 위에서 언급했듯 웬만한 가게에서 만드는 크루아상은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어 웬만큼은 맛이 좋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크루아상은 당연히 존재한다. 파리에 여행을 온 독자 분이 모든 가게를 맛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준비해본 크루아상 맛집 리스트. 과장 많이 보태서 프랑스에서 사는 동안 에펠탑 높이만큼 크루아상을 맛본 경험을 토대로 기억에 남는 다섯 가게를 뽑아 보았다.
프랑스 국가 공인 제과 장인, MOF(Meilleur Ouvrier de France Pâtissier)를 취득하고 2001년부터 20년 동안 훌륭한 제과와 비에누아즈리를 선보이고 있다. 2012년에는 해마다 개최하는 파리 크루아상 선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맛은 보장되는 제과점. 셰프 파티시에인 로헝 뒤셴의 연륜이 느껴진다고 할 수 있겠다. 이곳에서 일한 친구들에게 들어 보니 평소에는 인자하다가 작업에는 엄격해진다고. 제품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신 듯.
로헝 뒤셴의 크루아상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맛이다. 보통 크루아상을 먹을 때 기대하는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깊고 풍부한 버터의 맛과 알맞게 바삭하고 촉촉한 식감까지. 크루아상을 떠올리면 딱 떠오르는 맛과 식감이다. 하지만 실제로 가게에서 크루아상을 사면 이런 맛과 식감을 가진 크루아상을 찾기 어렵다. 크루아상의 이데아가 있다면 이런 맛이 아닐까.
2018년에 개업하고 2018년에 파리 크루아상 선발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엄청난 가게. 셰프 이사벨 르네는 자신의 첫 가게에서 재능과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빵과 제과 모두 클래식한 스타일을 추구한다(크리스마스 통나무, 뷔슈 드 노엘에서 볼 수 있듯). 화려하게 주목받기보다는 지역 사회에 녹아들고자 하는 마음은 외관에서도 드러난다. 간판에는 아무런 장식 없이 이름만 적어 놓았다. 지역 주민에게 빵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고자 다른 가게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보통 크루아상 가격이 1.5유로 전후인데, 메종 이사벨은 1유로!
촘촘히 쌓인 크루아상 결이 폭신폭신한 식감을 더해준다. 역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무척이나 맛있다. 겉바속촉한 균형이 잘 잡혀있다. 고소한 버터의 맛과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진다. 맛있는 크루아상이 바로 이런 크루아상이구나, 하고 실감했다. 하나를 먹으면 다른 하나를 곧바로 먹고 싶을 정도.
2021년 파리에서 가장 주목받은 가게 중 하나인 상 불랑즈리.
모든 공정을 손으로 만드는 빵도 유명하지만, 독특하고 유일한 스타일의 크루아상도 인기다. 전통적인 크루아상과 달리 야자 설탕을 넣어 만든다. 덕분에 식감과 맛이 우리가 알던 크루아상과는 전혀 다르다. 셰프 안토니 쿠르테유는 요리와 제빵, 제과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 경험을 토대로 남들과 다른 특별한 맛을 추구한다. 유니크한 크루아상을 맛보고 싶다면 방문하기 좋다.
식감부터 보통 크루아상과 완전히 다르다. 바삭하고 촉촉하고 가볍지 않다. 갓 채취한 꿀처럼 눅진하다. 시나몬과 바닐라 향이 난다. 견과류와 꿀이 떠오르는 맛이다. 마지막에는 여러 맛이 조화롭게 합쳐진다. 전통적인 크루아상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맛을 생각하고 맛본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힙한 크루아상을 만나보고 싶다면 꼭 방문해 보시길.
1875년부터 그 자리를 지킨 빵집 자리에 2002년에 연 가게. 이전부터 있던 빵집의 정신과 맛을 계승하면서도 보다 발전된 빵을 굽는 게 목표라고 한다. 외관과 내부는 전형적인 파리 동네 빵집처럼 생겼다. 셰프 크리스토프 바서는 천연발효종을 활용한 빵을 만드는 유행에 앞서 천연발효빵을 만들어서 자부심이 강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 자부심만큼 훌륭한 빵을 만든다.
크루아상이 겉이 바삭하고 결이 촘촘하다. 식감이 퐁신퐁신하고 좋은 편. 다른 가게에 비해 짠맛이 조금 더 강하다. 옅은 단맛도 매력적이다. 기본기가 탄탄하게 잡힌 크루아상. 언제 먹어도 실망하지 않는다. 급하게 허기질 때 간식으로 먹기 딱 좋다.
3대째 이어지는 제빵 가문, 푸알란. 본점 가게는 파리 6구에 1934년에 열었다. 할아버지 피에르, 아버지 리오넬에 이어 현재는 맏딸 아폴로니아로 계승되어 세계적 명성을 지닌 빵집이다. 현재까지도 본점에서는 지하에 있는 거대한 전통적인 나무 화덕으로 빵을 굽는다. 화덕 속 불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꺼지지 않는다. 푸알란 본점에서 맛보는 빵에서 느낄 수 있는 훈연 향은 진짜 나무에서 나오는 셈. 언젠가 하나의 역사적 명소가 될 이곳의 빵을 맛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크루아상 모양은 보통 두 가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반듯한 모양과 초승달처럼 휘어진 모양이다. 반듯한 모양은 버터를 넣어 만들고, 초승달 모양은 채식주의자를 위해 마가린을 넣어 만들어 구분하곤 한다. 하지만 푸알란 크루아상은 초승달 모양이지만 버터를 사용해 만든다. 바사삭 부서지는 파이 같은 식감. 다른 곳보다 파이 같은 특징이 두드러진다. 향긋한 버터 풍미와 옅게 밴 나무 향이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