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나는 서른 살이 되었다. 앞자리가 바뀐다는 것은 무언가 나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왔다.
20대는 그래도 된다는, 그래도 괜찮다는 암묵적인 시선들이 있었지만, 30대가 되고 나서부터는 완전한 어른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책임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1시간 차이로 30대가 되어버린 지금의 나는 기존의 내 모습과 달라질 게 없다. 오히려 갑자기 달라지는 쪽이 훨씬 이상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나는 어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예전의 나는 30살이 된다면 직장에서 대리쯤의 직급을 달고, 모아둔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생각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생각과 달리 지금 나는 한 번의 퇴사로 29살에 사원이 되었고, 모아둔 돈은 유럽여행으로 탕진했다. 이런 초라한 나의 미래를 누군가에게 함께하자고 말 할 자신도 없었다.
그래서 나의 29살은 조금 우울했을지도 모르겠다. 주변 친구들은 결혼도 하고, 안정된 직장에서 미래를 향해 잘 걸어나가고만 있는 것 같은데, 나는 뒤처지고만 있는 것 같았다. 평소에는 애써 괜찮은 척 밝은 척, 그저 아무 생각 없는척하며 살아왔지만, 모두와 헤어지고 난 뒤 나만의 시간이 찾아오면 우울함의 글들을 써 내려갔던 것 같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고민을 계속한다고 지금 나의 현실이 바뀔 수 없다는걸 잘 알고있다. 그리고 30대에 첫 발을 내딛는 내 2021년마저 우울함에 빼앗겨 버릴 수는 없다. 누군가와의 비교는 나를 더 초라하게 만들 뿐이기에, 나는 묵묵히 나의길을 걸어가면 되는것이다.
친구들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어른처럼 보이지 않더라도
나를 어른으로만 보는 사회의 시선들 안에서, 나는 나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고 싶다.
그래서 서른 살의 나는 여전히 삼성역의 고래를 기다릴 것이다. 동네 친구들을 만나 여전히 시답잖은 이야기들을 나눌 것이며,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글이라도 꾸준히 써 내려갈 것이다.
어른처럼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행복하고,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