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_감정을 회피하는 것도 하나의 보호 전략입니다
"저는 감정이 없는 것 같아요."
34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태양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표정도, 목소리 톤도 평평했어요.
"감정이 없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뭐... 화나는 일이 있어도 별로 안 화나고, 슬픈 일이 있어도 별로 안 슬프고. 그냥 담담해요. 친구들이 저보고 '로봇 같다'고 하더라고요."
"파트너는 어떻게 말하나요?"
태양씨가 처음으로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습니다.
"전 파트너 다은이가... 한 달 전에 헤어지자고 했어요. '당신이랑 대화하면 벽이랑 얘기하는 것 같아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어땠나요?"
"음... 속상했죠. 아마도. 근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그래, 알았어'라고 했어요. 그 사람이 괴롭다는데 붙잡는건 이기적인거잖아요."
태양씨는 전형적인 회피 애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에요. 감정을 느끼지만, 그것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게 너무나 어려운 거죠.
태양씨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부모님은 좋은 분들이에요. 저를 때리거나 학대한 적 없어요. 밥도 잘 챙겨주시고, 학원도 보내주시고. 근데..."
"근데요?"
"감정 얘기는 안 했어요. 제가 학교에서 친구한테 맞고 울면서 돌아왔을 때, 아버지가 '남자가 울면 안 된다. 강해져야지'라고 하셨어요. 엄마는 '그런 애들이랑 놀지 마. 공부나 해'라고 하셨고요."
"태양씨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외로웠어요. 제가 힘들다는 걸 아무도 몰라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 뒤로는 울지 않았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괜찮아'라고 했어요. 그게 더 편했거든요."
이것이 회피 애착이 형성되는 과정입니다.
아이는 배워요: 내 감정은 환영받지 못해. 혼자 해결하는 게 나아. 누구한테도 기대지 마.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도, 태양씨는 감정을 억누릅니다. 감정을 느끼는 순간, 취약해지는 것 같고, 통제를 잃는 것 같아서 두려운 거예요.
39세 치과의사 혜원씨도 비슷했습니다. 혜원씨는 파트너 수빈씨(36세, 디자이너)와 5년째 연애 중이었어요.
"수빈이가 자꾸 '우리 얘기 좀 하자'고 해요. 근데 전 뭘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떤 얘기를 하고 싶어 하나요?"
"감정 얘기요. '요즘 어때?', '무슨 생각해?', '힘든 거 없어?' 이런 거요. 전 그냥 '괜찮아'라고 하는데, 수빈이는 답답해해요."
"정말 괜찮으신가요?"
혜원씨가 잠시 말을 멈췄습니다.
"사실은... 모르겠어요. 괜찮은 건지 아닌 건지. 저는 어렸을 때부터 '괜찮다'고 대답하는 게 습관이에요. 엄마가 '힘들지?'라고 물어보면, '아니요, 괜찮아요'라고 하는 게 정답이었거든요. 그럼 엄마가 안심하고, 저한테 더 이상 관심 안 가져도 되니까."
"혜원씨는 엄마의 관심을 원했나요?"
"글쎄요... 원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 엄마한테 '안아줘'라고 한 적이 있어요. 한 번. 엄마가 '벌써 다 컸는데 뭐 하러 안아? 혼자 크는 법 배워야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뒤로는 안 그랬어요."
혜원씨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지만, 눈가가 조금 붉어졌습니다.
"그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부끄러웠어요. 그리고... 창피했어요. 제가 나약한 것 같아서. 그래서 그 뒤로는 혼자 하는 법을 배웠어요. 감정도 혼자 처리하고, 문제도 혼자 해결하고. 그게 더 안전했어요."
회피 애착을 가진 사람들의 대화에는 공통된 패턴이 있습니다.
1. 감정 최소화
파트너: "오늘 힘든 일 있었어?"
회피형: "별일 아니야."
파트너: "무슨 일인데?"
회피형: "그냥. 괜찮아."
2. 주제 전환
파트너: "우리 관계 얘기 좀 하자."
회피형: "배고프지 않아? 밥 먹으러 갈까?"
3. 이성화/분석화
파트너: "나는 네가 나한테 화난 것 같아."
회피형: "화? 화가 나는 건 비합리적이잖아.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4. 거리 두기
파트너: "요즘 우리 시간이 부족한 것 같아."
회피형: "나 요즘 바빠. 프로젝트 끝나면 만나자."
5. 독립성 강조
파트너: "나 힘들어. 위로해줘."
회피형: "너는 강한 사람이야.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
태양씨와 다은씨의 마지막 대화가 이랬습니다.
다은: "태양아, 우리 얘기 좀 해야 할 것 같아."
태양: "무슨 얘기?"
다은: "요즘 우리... 멀어진 것 같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태양: "그래? 나는 별로 그렇게 안 느끼는데."
다은: "태양아, 솔직하게 말해줘. 너 나한테 관심 있어?"
태양: "당연하지. 우리 사귀잖아."
다은: "그런 말고... 진짜 감정을 말해줘. 나랑 있을 때 어때? 행복해? 불편해?"
태양: "음... 편해. 너랑 있으면 편해." 다은: "편하다고? 그게 다야?"
태양씨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요. 다은씨가 원하는 답이 뭔지도 몰랐죠.
그냥 정말로 다은씨와 있으면 편했거든요. 근데 그게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았어요.
다은: "태양아, 나는 네가 나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어. 네가 뭘 느끼는지, 뭘 원하는지, 너 자신도 모르는 것 같아. 이렇게는 더 이상 못 하겠어."
태양씨는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어요. 가슴이 답답했어요.
뭔가 막힌 것 같았죠. 하지만 그게 무슨 감정인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태양: "...미안해."
다은: "미안하다는 게 아니야. 나는 네 감정이 알고 싶어. 너는 지금 어때?"
태양: "...모르겠어."
그리고 다은씨는 떠났습니다.
상담실에서 저는 태양씨에게 물었습니다.
"태양씨, 지금 이 순간 어떤 감정이 드나요?"
"모르겠어요."
"그럼 몸에서 느껴지는 게 있나요?"
태양씨가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가슴이... 답답해요. 목이 좀 막힌 것 같고."
"그 답답함을 1부터 10까지 숫자로 표현하면?"
"7... 정도?"
"좋아요. 그럼 그 7의 답답함에 이름을 붙여본다면?"
"이름이요?"
"네. 슬픔? 분노? 불안? 후회? 외로움?"
태양씨가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슬픔... 인 것 같아요. 그리고 외로움. 제가 다은을 잃었다는 게 슬프고, 제가 혼자라는 게 외로워요."
태양씨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마도 몇 년 만에 처음 우는 거였을 거예요.
"제가 울고 있네요. 이상하다."
"이상한 게 아니에요. 자연스러운 거예요."
회피 애착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건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입니다.
감정을 머리로 이해하기 어렵다면, 몸의 신호를 통해 접근할 수 있어요.
저는 태양씨에게 '몸 스캔' 연습을 가르쳤습니다.
"하루에 세 번, 타이머를 맞춰놓고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지금 내 몸에서 무엇이 느껴지지?'"
몸 스캔 체크리스트
머리: 무겁다, 맑다, 지끈거린다 목/어깨: 긴장됐다, 뻐근하다, 편하다 가슴: 답답하다, 두근거린다, 따뜻하다, 시원하다 배: 묵직하다, 불편하다, 배고프다 팔/다리: 무겁다, 가볍다, 떨린다
"이 신체 감각들이 감정의 신호예요. 가슴이 답답하면 슬픔이나 불안일 수 있고, 어깨가 긴장되면 화나 스트레스일 수 있어요."
태양씨는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2주 후에 변화를 보고했습니다.
"신기해요. 오늘 회의에서 상사가 제 아이디어를 무시했을 때, 목이 뻐근해지더라고요. 그게 화였던 것 같아요. 예전 같았으면 '별일 아니야'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번엔 '아, 나는 지금 화가 났구나'라고 알았어요."
회피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감정 어휘가 제한적이에요.
"괜찮아", "별로", "그냥", "좀", "뭐"
이런 애매한 단어들로만 감정을 표현하죠.
혜원씨에게 감정 카드 연습을 시켰습니다. 120장의 카드, 각각 하나의 감정 단어.
"매일 저녁, 오늘 느낀 감정 카드를 최소 3장 골라보세요."
첫 주, 혜원씨가 고른 카드들:
피곤한
바쁜
그냥 그런
"혜원씨, '바쁜'은 감정이 아니라 상태예요. 바쁠 때 어떤 감정이 드나요?"
혜원씨가 다시 카드를 살펴봤습니다.
"압박받는? 아니면... 스트레스받는?"
"좋아요. 그럼 '그냥 그런'은요?"
"음... 무료한? 공허한?"
3주 후, 혜원씨의 감정 어휘가 확장됐습니다:
지친
좌절스러운
안도하는
자랑스러운
불안한
만족스러운
"신기해요. 제가 이렇게 많은 걸 느끼고 있었다니. 전 그냥 '괜찮다'고만 생각했는데."
감정을 인식하는 것과 표현하는 것은 다릅니다.
회피 애착에게 감정 표현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에요.
혜원씨와 수빈씨가 함께 상담실에 왔습니다. 혜원씨가 수빈씨에게 말하는 연습을 했어요.
수빈: "혜원아, 요즘 어때?"
이전의 혜원씨라면 "괜찮아"라고 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엔 달랐어요.
혜원: "음... 조금 지쳤어. 이번 주에 환자가 많았거든."
수빈씨의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수빈: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혜원: "응. 그리고... 네가 보고 싶었어."
혜원씨의 목소리가 떨렸어요. 이런 말을 하는 게 너무 어색하고 부끄러웠거든요.
수빈씨가 혜원씨의 손을 잡았습니다.
수빈: "나도 보고 싶었어. 이렇게 얘기해줘서 고마워."
혜원씨는 나중에 저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보고 싶었어'라고 말했을 때, 온몸에 전율이 일었어요. 너무 취약해지는 것 같아서 무서웠어요. 근데 수빈이가 손을 잡아주니까... 괜찮더라고요.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회피 애착에게 비폭력대화의 4단계는 구조를 제공해요. 뭘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를 때, 이 구조를 따라가면 됩니다.
태양씨가 다은씨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다은씨는 이미 떠났지만, 연습 삼아)
"다은아,
관찰: 네가 '우리 얘기 좀 하자'고 했을 때, 나는 '무슨 얘기?'라고만 물었어. 그리고 네가 내 감정을 물었을 때, '모르겠어'라고 답했어.
감정: 지금 돌이켜보니, 나는 그때 불안했던 것 같아. 그리고 당황스러웠어. 뭘 말해야 할지 몰라서 두려웠어.
욕구: 나는 너와 연결되고 싶었어. 네가 원하는 대답을 주고 싶었어. 근데 방법을 몰랐어.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거든. 그게 나약함이라고 배웠어.
부탁: 지금 네게 돌아와 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어. 하지만 만약 다음 기회가 있다면, 나에게 인내심을 가져줄 수 있을까? 나는 천천히, 한 번에 하나씩 감정을 배우고 있어. 서툴지만 노력하고 있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태양"
편지를 다 쓰고 나서, 태양씨가 울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많은 걸 느끼고 있었다니. 제가 감정이 없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느끼고 있었던 거예요. 그냥 표현하지 못했던 거였어요."
회피 애착이 "괜찮아"라고 말할 때, 그 아래에는 욕구가 숨어있어요.
안전 - 감정을 표현해도 거부당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 자율성 - 통제받지 않고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자유 존중 - 내 방식(천천히, 조용히)도 괜찮다는 인정 예측가능성 - 가까워져도 삼켜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
42세 번역가 준호씨의 경우를 봅시다. 준호씨는 파트너 민재씨(40세, 교사)와 10년째 함께 살고 있었어요.
"민재가 '사랑해'라고 자주 말하는데, 전 그 말이 부담스러워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고, 답하지 않으면 민재가 상처받고."
"왜 부담스러울까요?"
"'사랑해'라고 하면, 뭔가 큰 걸 약속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민재가 제게 더 많은 감정 표현을 기대할 것 같아서요."
준호씨의 욕구는 자율성이었어요.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거죠.
"준호씨, 민재씨에게 그렇게 말해본 적 있나요?"
"아니요. 그냥 '나도'라고만 했어요."
다음 상담에 민재씨와 함께 왔을 때, 준호씨가 말했습니다.
"민재야, 네가 '사랑해'라고 할 때 (관찰), 나는 부담스럽고 압박받는 느낌이야 (감정). 왜냐하면 나는 내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싶거든 (욕구). 나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편해. 네가 좋아하는 커피를 아침마다 준비한다든지, 네 차에 기름을 넣어둔다든지. 그게 내 '사랑해'야. 그것도 사랑의 표현으로 받아줄 수 있을까? (부탁)"
민재씨가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준호야... 나는 몰랐어.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줄. 나는 그냥 네가 말을 안 해서 사랑이 없는 줄 알았어. 근데 네가 매일 아침 커피 준비해주는 것, 내 차에 기름 넣어주는 것... 그게 다 사랑이었구나."
준호: "응. 나는 말은 서툴러. 근데 너를 사랑하는 건 사실이야. 그냥... 방식이 다를 뿐이야."
회피 애착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아요. 천천히, 조금씩 문을 여는 연습이 필요해요.
혜원씨에게 '작은 문 열기' 연습을 시켰습니다.
레벨 1: 사실 공유 "오늘 이런 일이 있었어." "오늘 이 영화를 봤어."
레벨 2: 선호 표현 "나는 이게 좋아." "나는 저건 별로야."
레벨 3: 가벼운 감정 표현 "오늘 좀 피곤해." "이 일이 재미있었어."
레벨 4: 깊은 감정 표현 "나는 지금 외로워." "나는 네가 보고 싶었어."
레벨 5: 취약함 드러내기 "나는 네가 떠날까 봐 두려워." "나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혜원씨는 레벨 1부터 시작했어요. 매일 저녁, 수빈씨에게 하루에 있었던 일 한 가지를 말하기.
"오늘 이런 환자가 왔어. 아이가 치과를 무서워해서 울었는데, 내가 달래줬더니 진료를 받더라고."
그 다음 주에는 레벨 2.
"오늘 점심에 먹은 파스타가 맛있었어. 다음에 같이 가자."
3개월 후, 혜원씨는 레벨 4까지 갔습니다.
"수빈아, 오늘 환자 수술이 잘 안 됐어. 나... 좌절스러워. 내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수빈씨가 혜원씨를 안아줬습니다.
"힘들었겠다. 네가 최선을 다한 거 알아."
혜원씨는 수빈씨의 품에 안겨 조용히 울었습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요.
태양씨는 다은씨를 잃은 후 새로운 사람을 만났습니다. 은서씨(32세, 작가)였어요.
은서씨는 안정 애착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태양씨의 회피 패턴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상담실에서 은서씨에게 가이드를 드렸습니다.
1. 압박하지 않기
❌ "왜 말을 안 해? 지금 당장 말해봐!"
⭕ "말하고 싶을 때 말해줘. 나는 기다릴 수 있어."
2. 작은 표현 인정하기
"오늘... 좀 피곤해."
❌ "피곤한 거밖에 안 느껴?"
⭕ "그렇구나. 말해줘서 고마워."
3. 행동으로 읽기
태양씨가 말로는 "괜찮아"라고 하지만, 은서씨의 좋아하는 간식을 사다 놓았을 때.
은서: "태양아, 내가 좋아하는 거 사왔구나. 고마워. 이게 네 방식으로 나를 생각한다는 표현이지?" 태양: "응... 그런 것 같아."
4. 안전한 공간 만들기
은서: "태양아, 나는 네가 감정을 표현해도, 안 해도 괜찮아. 네가 편한 대로 해. 나는 너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
이 말이 태양씨에게 큰 안정감을 줬어요.
6개월 후, 태양씨가 은서씨에게 말했습니다.
"은서야, 나... 너 사랑해."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랑해"라는 말을 한 거였어요.
은서씨가 조용히 안아줬습니다.
"나도 사랑해. 그리고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 얼마나 용기 냈는지 알아."
1년 후, 태양씨는 많이 변했습니다.
"여전히 감정 표현이 어렵긴 해요. 근데 예전처럼 '괜찮아'로 다 때우진 않아요. 이제는 '잘 모르겠어, 근데 뭔가 불편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은서가 기다려줘요."
혜원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빈이랑 이제는 감정 얘기를 해요. 완벽하진 않아요. 여전히 서툴고 어색해요. 근데 시도는 해요. 그리고 수빈이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노력하는 게 보여'라고 해줘요."
준호씨는 10년 만에 민재씨에게 "사랑해"를 말했습니다.
"민재야, 나... 사랑해. 말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어. 근데 말하고 나니까 후련하네."
민재씨가 울면서 웃었습니다.
"10년 기다린 보람이 있네. 고마워, 준호야."
회피 애착은 약점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에 배운 생존 전략일 뿐이에요.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게 안전했던 시절의요.
하지만 이제 어른이 됐어요. 감정을 표현해도 안전한 사람들이 있어요. 천천히, 조금씩, 문을 열어도 괜찮아요.
비폭력대화는 그 문을 여는 열쇠예요. 관찰, 감정, 욕구, 부탁. 이 네 단계가 "괜찮아" 너머의 진짜 마음을 말할 수 있게 해줍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괜찮아"라고 말한 순간들을 떠올려보세요.
"괜찮아"라고 말한 상황들:
정말로 괜찮았나요?
□ 네, 진짜 괜찮았어요 □ 아니요, 사실은 괜찮지 않았어요 □ 잘 모르겠어요
"괜찮아"라고 말했을 때 진짜 감정은:
하루에 세 번 (아침, 점심, 저녁), 타이머를 맞춰놓고 자신의 몸을 관찰하세요.
아침 몸 스캔
머리: __________
목/어깨: __________
가슴: __________
배: __________
전체적인 느낌: __________
점심 몸 스캔
(동일)
저녁 몸 스캔
(동일)
이 신체 감각들이 어떤 감정과 연결되나요?
가슴이 답답함 → 슬픔, 불안
어깨가 긴장됨 → 화, 스트레스
배가 묵직함 → 두려움, 걱정
몸이 가벼움 → 기쁨, 안도
다음 감정 목록을 보고, 이번 주에 느꼈을 감정을 모두 체크하세요.
기쁨 계열: □ 즐거운 □ 만족스러운 □ 평화로운 □ 감사한 □ 신나는 □ 희망찬 □ 자유로운 □ 뿌듯한
슬픔 계열: □ 우울한 □ 외로운 □ 허전한 □ 공허한 □ 그리운 □ 낙담한 □ 허무한 □ 쓸쓸한
화 계열: □ 짜증나는 □ 분노한 □ 억울한 □ 답답한 □ 불만스러운 □ 언짢은 □ 격분한
두려움 계열: □ 불안한 □ 걱정되는 □ 초조한 □ 긴장한 □ 무서운 □ 당황스러운 □ 떨리는
이번 주 가장 자주 느낀 감정:
이번 주 동안 매일, 레벨에 맞는 표현을 하나씩 해보세요.
월요일 (레벨 1: 사실 공유)
오늘 __________이/가 있었어.
화요일 (레벨 2: 선호 표현)
나는 __________이/가 좋아/싫어.
수요일 (레벨 3: 가벼운 감정)
오늘 좀 __________해.
목요일 (레벨 3 반복)
__________할 때 나는 __________했어.
금요일 (레벨 4: 깊은 감정)
나는 __________해. (외로운, 불안한, 기쁜 등)
주말 (도전 과제)
레벨 4 이상의 감정 표현 시도해보기
느낀 점:
최근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실은 괜찮지 않았던 상황을 떠올려보세요.
상황: __________
당시 "괜찮아"라고 말함
비폭력대화 4단계로 다시 표현하면:
관찰: "__________ 때"
느낌: "나는 __________했어"
욕구: "나는 이/가 필요했어"
부탁: " 해줄 수 있어?"
전체 문장: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면,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나의 사랑 표현 방식:
□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주기 □ 필요한 것 미리 준비해주기 □ 함께 시간 보내기 □ 작은 선물하기 □ 도움이 필요할 때 돕기 □ 기타: __________
파트너에게 묻기: "내가 __________ 할 때, 그게 '사랑해'라는 표현인 거 알아?"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환경이 필요해요.
나에게 안전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 사람이 안전한 이유는?
□ 판단하지 않아서 □ 기다려줘서 □ 작은 표현도 인정해줘서 □ 압박하지 않아서 □ 기타: __________
내가 더 안전하게 느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내 파트너가 회피 애착이라면, 이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파트너가 "괜찮아"라고 할 때:
압박하지 않기 - "말하고 싶을 때 말해줘"
작은 표현 인정하기 - "말해줘서 고마워"
행동 읽어주기 - "이게 네 방식이구나"
기다려주기 - "나는 기다릴 수 있어"
안전한 공간 만들기 - "표현해도 안 해도 괜찮아"
우리 커플에게 필요한 것:
매일 저녁, 오늘 느낀 감정을 기록하세요. 처음에는 단어 하나만 적어도 괜찮아요.
월요일: __________ 화요일: __________ 수요일: __________
목요일: __________ 금요일: __________ 토요일: __________ 일요일: __________
일주일 후 돌아보기:
가장 자주 느낀 감정: __________
새롭게 발견한 감정: __________
표현한 감정: __________
표현하지 못한 감정: __________
감정을 한 번이라도 표현했다면, 그건 큰 성과예요!
이번 주 나의 작은 승리
: □ 감정을 인식했다 □ 몸의 신호를 알아차렸다 □ 감정 단어를 사용했다 □ 누군가에게 감정을 표현했다 □ "괜찮아" 대신 진짜 감정을 말했다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예고
불안 애착이 "가까이 와줘"라고 외치고, 회피 애착이 "혼자 있고 싶어"라고 말한다면, 둘이 만났을 때는 어떻게 될까요? 다음 장에서는 불안-회피 커플이 어떻게 서로의 애착 패턴을 이해하고, 비폭력대화로 안정 애착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지 배워봅시다. "안정 애착으로 가는 대화 연습"입니다.
알림
이 글에 나오는 모든 사례는 특정 인물이 아닙니다. 우리 옆에 있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종합하며 만들어낸 가상의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