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 높은 액션의 쾌감 - 은밀하게 위대하게

by 정주원



뮤지컬을 보러 가는 건 아주 여러 가지가 맞아 떨어지는 일이다. 보통 한달~한달 반 전에 해당 회차의 티켓팅을 하면 그 날의 약속은 한달 반 전부터 이미 잡을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여러 가지 극을 함께 보고 있거나, 새로운 극의 캐스팅이 떠서 좋아하는 배우가 일하는 날이 겹친다면? 미리 잡아둔 극을 버릴 것이냐, 새로 스케줄이 뜬 극을 포기할 것이냐, 여러 고민이 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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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극장으로 가는 길은 귀찮음과 설렘이 공존한다. 누가 오늘 공연을 잡았지?! 라는 의미없는 물음과 함께(주말 낮공이라면 자책의 수준이 더 심각해진다.) 아 그래도 재밌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혜화역 1번 출구 또는 2번 출구에 내리는 일. 극장으로 찾아가는 길은 지도를 켜지 않아도 몸이 알아서 움직이고, 그 익숙한 극장에서 익숙하게 표를 찾고, 익숙하게 재관람 도장판을 만들고, 익숙하게 캐스팅 보드를 찍은 후에 자리에 가서 앉으면 8시. 어떤 공연은 7시 반. 대학로의 모든 극장들은 동시에 불을 끄고 각자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2016년 초연 이후 높은 완성도로 10년간 사랑받은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는 1,000만 독자가 선택한 HUN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북한 남파 특수공작 5446 부대의 엘리트 요원들이 조국 통일이라는 원대한 사명을 안고 남한의 달동네에 잠입, 각각 동네 바보, 가수 지망생,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살아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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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6번의 공연이 올라오는 동안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 어떤 식으로 그려졌을지 궁금했는데 뮤지컬의 내용은 영화와 거의 비슷했다. 영화를 이미 본 적 있는 나로서는 어렵지 않게 러닝 타임 내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오종혁, 서동진, 조용휘, 서승원, 한상훈, 전국향 캐스트로 관람하였는데 서동진 배우와 한상훈 배우는 평소에 내가 보던 필모그래피와 다른 느낌의 무대를 볼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150분의 극을 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액션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대극장 무대에 걸맞은 시각적 쾌감을 준다. 중극장을 거쳐 성장해온 작품의 10주년 공연답게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극대화되었다. 1000석 규모인 만큼 기존의 감동적 서사에 한층 화려한 액션을 더했다. 단체 군무로 시작하는 오프닝과 아크로바틱 요소가 가미된 액션 장면들, 앙상블들의 비보잉과 무술이 영화처럼 무대를 빠짐없이 채운다. 11명의 국정원 요원들로 분한 앙상블들의 에너지는 마지막 커튼콜까지 밀도 높은 액션으로 채워 ‘보는 맛’을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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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평범한 삶을 소망하며 달려온 주인공들의 인생을 보여준다.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삶, 어머니와 함께하고, 평범하게 밥을 먹고 일을 하며 친구와 웃고 떠드는 삶. 외롭지 않고 가족이 있는 그런 삶을 원한다. 결국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꿈이라도 꿀 수 있던 시간들은 이들에게 행복으로 남지 않았을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아주 평범하지만 특별한 소망을 분명히 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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