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 여행으로 비즈니스 감각을 깨우다
현장은 언제나 정직하다. 늘 변화하는 시장과 고객, 거래의 순간순간이 내게 보내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려 나는 매 순간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한다. 내가 보았던 잘 나가는 가게와 그렇지 못한 곳, 노련한 상인의 손길과 망설임이 엿보이던 신규 창업자의 표정까지—모든 것이 내 비즈니스 감각을 깨우는 자양분이었다.
중국 거리를 거닐며 나는 한계를 마주한 수많은 가게와, 반대로 유독 북적이는 소상공인들의 공통점을 꼼꼼히 기록했다. 단순히 운이 좋거나, 상품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경영의 작은 차이, 시스템의 세밀함, 문화의 균형이 큰 성패를 나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냉정하게 실패의 원인을 기록하고, 성공의 순간을 해부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계속 성장하는 직감’을 배웠다.
우리는 대개 여행을 일상의 탈출구, 쉼표 정도로 여긴다. 지루한 회의와 꽉 막힌 도로를 잠시 잊고, 낯선 풍경 앞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행위. 하지만 나에게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우는 자극제이자, 일상에서 놓쳤던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였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사고방식을 유연하게 만들어주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씨앗을 뿌려주는 일종의 ‘감각 훈련’과도 같았다.
기억에 남는 여행 중 하나는 베트남의 작은 도시, 다낭이었다. 관광객으로 가득한 해변을 뒤로하고, 나는 일부러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재래시장을 찾았다. 그곳은 온갖 종류의 열대 과일과 향신료, 생필품들이 뒤섞여 있었다. 시끄럽고, 조금은 끈적한 공기 속에서 나는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그들의 삶의 방식을 오감으로 느꼈다. 그런데 그 시장 한구석에서 묘한 광경을 발견했다.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국수를 먹는 사람들 옆에, 젊은 여성들이 테이블 위에 놓인 스마트폰을 보며 바삐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온라인으로 신선한 해산물을 주문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전통적인 재래시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디지털 커머스'라는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가 조용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이 작은 발견은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흔히 첨단 기술이 도시의 화려한 오피스 빌딩에서만 탄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삶의 가장 낮은 곳, 가장 일상적인 필요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시장 상인들은 디지털 기술을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녹여내고 있었고, 소비자들은 그 기술을 통해 전통적인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었다. 이는 ‘혁신’이 특정 전문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욕구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여행지에서 나는 관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단순히 ‘무엇’을 보느냐보다 ‘왜’ 저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더 깊이 파고든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의 많은 도시에서 오토바이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그저 "와, 오토바이가 정말 많네"라고 생각하고 끝내지 않았다. "왜 오토바이가 이렇게 많을까? 대중교통이 불편해서일까? 아니면 저렴하고 편리해서일까? 오토바이가 많다는 것은 어떤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까?"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이 질문들은 자연스럽게 현지인의 삶과 그들의 소비 패턴, 그리고 도시의 인프라 문제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배달 서비스, 모바일 정비 서비스, 오토바이용 보험 등 무궁무진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미국의 유명한 마케팅 전문가인 세스 고딘(Seth Godin)은 "모든 위대한 아이디어는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여행은 바로 그 인간의 욕망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낯선 문화, 낯선 언어, 낯선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으며,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바로 비즈니스 감각을 깨우는 첫걸음이다.
나는 여행을 하며 수많은 ‘불편함’들을 노트에 기록했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느린 인터넷 속도와 비싼 물가를 보며, '만약 저렴하고 빠른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유럽의 작은 도시에서는 언어 장벽 때문에 현지 맛집을 찾기 어려운 경험을 하며, '현지인이 추천하는 숨겨진 맛집을 찾아주는 앱이 있다면?'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아이디어들이 모두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때때로 너무 편안하고 익숙해서, 문제점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여행은 그 익숙함을 깨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 준다. 비즈니스 감각은 단순히 시장 보고서를 읽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그것은 길거리에서, 식당에서, 버스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불편함을 공감하며,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여행을 통해 비즈니스 감각을 깨우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혁신가’로 훈련시키는 과정과 같다. 낯선 환경에 던져진 여행자는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한다. 길을 잃었을 때는 지도를 읽어야 하고, 메뉴판을 이해하지 못할 때는 번역 앱을 사용해야 하며, 현지인과 소통할 때는 몸짓과 눈빛으로 마음을 전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우리를 유연하게 만들고,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일로 지쳐 떠난 여행이, 오히려 나의 일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은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잠들어 있던 비즈니스 감각을 깨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며, 궁극적으로 삶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길 위에서 얻은 가장 값진 보물이었다. 여행은 끝났지만, 길 위에서 배운 감각은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비즈니스의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맺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