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차:
중국차의 세계로 떠나는 첫걸음

1-3. 한국인에게 낯선 이유 (생소한 용어, 절차, 접근법)

by 정민영

1-3. 한국인에게 낯선 이유 (생소한 용어, 절차, 접근법)

솔직히 말해서, 저도 처음에는 중국차가 꽤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육 대 차류'니, '우롱차', '보이차'니 하는 이름들은 마치 주문처럼 복잡하게 들렸고, 차를 마시기 위해 찻잔을 데우고 차를 씻는 일련의 절차는 왠지 모르게 부담스러웠죠. 마치 '잘 모르면 함부로 다가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저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중국차는 여전히 소수의 마니아들이나 즐기는 취미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심지어 "중국차는 왠지 쓴 맛이 강할 것 같다"거나 "다이어트할 때 마시는 차"라는 편견을 가진 분들도 많죠. 이 챕터에서는 우리가 중국차를 왜 낯설게 느끼는지 그 원인을 솔직하게 파헤쳐 보고, 그 장벽을 어떻게 쉽게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한 실질적인 해답을 제시해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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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용어의 장벽

중국차를 공부하기 위해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보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이 바로 어려운 용어들입니다. '보이차', '철관음', '대홍포' 같은 차 이름은 물론이고, 차의 분류를 뜻하는 '육 대 차류', 차를 우리는 방식을 일컫는 '보다 법', '자사호', '개완' 같은 다구의 이름까지, 온통 낯선 한자어와 발음으로 가득합니다.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발효도에 따른 분류 체계도 혼란을 더합니다. 녹차는 '녹차'인데, 홍차는 '홍차'이고, 우롱차는 '청차'라고 불립니다. 심지어 보이차는 '흑차'에 속한다고 하죠. 마치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모든 용어를 처음부터 완벽하게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몇 가지 핵심적인 용어와 개념만 알아도 충분히 차의 세계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것입니다.


복잡해 보이는 절차의 오해

중국차를 마시는 모습을 떠올리면, 마치 복잡한 다도(茶道)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작은 다구들을 늘어놓고, 뜨거운 물을 붓고, 버리고, 찻잔을 데우는 등 여러 단계를 거치는 모습은 초보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이러한 절차들은 차의 맛과 향을 최상으로 끌어내기 위한 방법일 뿐,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제적인 규칙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차를 씻는 과정인 '세차(洗茶)'는 찻잎에 붙어 있는 불순물을 씻어내고 찻잎을 깨워 더 좋은 향을 내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좋은 품질의 찻잎은 굳이 세차를 하지 않고 바로 마셔도 괜찮습니다. 차를 마시는 절차는 '형식'이 아니라 '효율'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차를 마실 때 보통 '티백'을 컵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것에 익숙합니다. 끓는 물에 찻잎을 직접 우려내고 여러 번 나누어 마시는 방식이 익숙지 않은 것이죠. 또한, 중국차는 대개 찻잎을 여러 번 우려 마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첫 번째 우린 차와 두 번째, 세 번째 우린 차의 맛과 향이 미묘하게 다른 것을 느끼는 것이 중국차의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에 익숙하지 않으면, 한 번 마시고 버리는 티백처럼 중국차를 대하게 되어 그 깊은 맛을 온전히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장벽을 허물고 중국차와 친해지는 법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장벽을 어떻게 허물고 중국차와 친해질 수 있을까요? 거창한 지식이나 어려운 절차 없이도 충분히 중국차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해 드립니다.

팁 1: 용어는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처음부터 모든 용어를 외우려 하지 마세요. 차를 마시다 보면 '녹차', '홍차', '보이차' 같은 기본적인 용어들은 자연스럽게 익숙해집니다. 궁금한 용어가 생기면 그때그때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 책의 부록에 있는 '중국차 용어 사전'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팁 2: 절차는 나에게 맞게 간소화하세요. 복잡한 절차가 부담스럽다면, 가장 기본적인 방법부터 시작하세요. 우선 찻잎을 작은 용기에 담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개완(蓋碗)'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개완은 뚜껑과 받침이 있는 작은 찻잔으로,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뚜껑을 살짝 열어 찻물만 따라 마시는 간편한 방법입니다. 개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중국차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팁 3: '여러 번 우려 마시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중국차는 한 번 우려 마시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우려 마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처음에는 10초 정도만 우려내고, 두 번째는 20초, 세 번째는 30초와 같이 점차 시간을 늘려가며 마셔보세요. 각 회차마다 달라지는 차의 맛과 향을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중국차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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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중국차 입문 추천

그래도 어떤 차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제가 초보자에게 특히 추천하는 차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차들은 향과 맛이 대체로 부드럽고, 구하기 쉬워 입문용으로 좋습니다. - 재스민차 (茉莉花茶): 녹차에 재스민 꽃 향기를 입힌 차로, 은은하고 달콤한 꽃향기가 일품입니다.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어 초보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차입니다. - 백차 (白茶): 발효도가 낮아 맛이 부드럽고 맑은 차입니다. 은은한 풀 향기와 달콤한 맛이 특징이며, 카페인이 적어 밤에 마시기에도 좋습니다. - 홍차 (紅茶): 서양의 홍차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중국의 홍차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입니다. 특히 '기문홍차(祁門紅茶)'는 부드러운 맛과 꿀 향기가 매력적이어서 초보자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 우롱차 (烏龍茶): 녹차와 홍차의 중간 맛을 가지고 있는 반발효 차입니다. '철관음(鐵觀音)'과 같은 유명한 우롱차는 맑은 꽃향기와 함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어, 차에 조금 익숙해졌을 때 시도해 보면 좋습니다.


차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연습

중국차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국차는 쓴 맛이 강하다'는 편견은 보이차와 같은 일부 차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중국차는 오히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가진 차들이 훨씬 많습니다. 또한, '차를 마시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합니다. 차를 마시는 것은 '즐기는 일'입니다. 복잡한 절차에 얽매이기보다, 내가 차를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세요. 차는 우리에게 위로와 평화를 주기 위해 존재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다

요즘에는 차를 온라인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중국차를 소량으로 구매해 보고, 내 취향에 맞는 차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직접 오프라인 찻집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찻집에서는 주인장이 친절하게 차를 우리는 법을 알려주고, 다양한 차를 시음해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차를 구매하다가, 우연히 작은 찻집에 들러 차를 마셨는데, 그곳에서 차에 대한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차의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얻는 지식과 오프라인에서 얻는 경험은 서로 보완하며 차에 대한 흥미를 더욱 키워줄 것입니다.


차를 즐기는 나만의 방법 찾기

중국차를 즐기는 데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차를 마시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차를 마시며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차분하게 차를 마시는 동안 집중력이 높아져 더욱 좋은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죠. 어떤 분들은 차를 마시며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듣거나, 명상을 하기도 합니다. 차를 마시는 행위와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결합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차 생활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차는 혼자 마셔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마실 때 그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차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찻잔을 앞에 두고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는 술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와는 또 다른 깊이와 진솔함을 가집니다. 친구, 가족, 혹은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차 한 잔이 주는 따뜻함이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차알못'에서 '차 즐기는 사람'으로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지금 '차알못'(차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모든 전문가들도 처음에는 '차알못'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아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즐기느냐'입니다.

차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도 괜찮습니다. 그저 차를 마시는 순간을 즐기고, 차가 주는 행복을 온전히 느껴보세요. 차를 마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배움이자 성장이 될 것입니다.


차, 멀고도 가까운 존재

중국차는 멀고 낯선 존재가 아닙니다. 그저 우리가 아직 제대로 만나보지 못했을 뿐입니다. 차는 수천 년의 역사를 품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 삶의 아주 가까운 곳에 존재합니다. 집에 있는 찻잔과 찻잎, 그리고 뜨거운 물만 있다면 언제든지 우리는 차와 함께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절차나 어려운 용어에 얽매이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차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디뎌 보세요.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 중국차에 대한 지식을 쌓고, 그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차알못'이었던 여러분이 '차 즐기는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응원합니다. 지금까지 한국인에게 중국차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와 함께, 그 장벽을 허물고 친해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본격적으로 중국차의 다양한 종류를 발효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복잡하게 느껴졌던 차의 분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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