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함, 작은 불행을 선택하는 비극 <감정수업>
소심(timor)은 우리들이 두려워하는 큰 악을 더 작은 악으로 피하려는 욕망이다. - 스피노자, [에티카에서] -
소심함과 대담함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양극단의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순간, 우리는 매사에 소심하게 된다. 반대로 결과가 항상 자신의 뜻대로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우리는 모든 일에 대담하게 된다. 소심함이든 대담함이든 두 감정 모두 극단적일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소심함에는 미덕이 한 가지 있다. 미래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소심한 사람은 그다지 충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항상 실패를 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담함에도 예상하기 힘든 후유증이 있기는 하다. 미래를 너무나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기에 대담한 사람은 비관적인 결과가 발생했을 때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래란 항상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미래는 나 자신과 타자가 씨줄과 날줄처럼 역이면서 도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스스로 미래의 모습을 합리적으로 예측할지라도, 타자는 우리의 예측 이상으로 움직이거나 아니면 우리의 예측 자체를 무화시킬 수 있다. 그러니 바라는 대로 되었다고 해도 혹은 되지 않았다고 해도 그 원인을 완전히 우리 자신에게만 돌릴 일이 아니다. 어쨌든 지나치게 대담한 사람에게는 소심함이 필요하고, 반대로 불필요하게 소심한 사람에게는 대담함이 필요한 법이다. 그래야만 미래에 대해 균형 잡힌 시선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소심함과 대담함의 중도, 혹은 중용이라고나 할까. 여기서 소심한 사람을 대담하게 만드는 하나의 행동 강령을 추천하고 싶다.
'아님 말고!'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만족하자는 것이다. 소심함을 극복하려면 그 결과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아님 말고!'라는 쿨한 자세를 갖는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실천하는 것 마저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심한 자신과는 다른 모습을 조금씩 갖추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