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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민 Oct 10. 2022

138번 국도, 짧은 로드트립 체험기

32살, 미국 서부 여행 (10)

[trip film 링크]

https://www.instagram.com/tv/CjiMxjdgfJC/?utm_source=ig_web_copy_link


요세미티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미국 138번 국도를 타고 여섯 시간을 운전했다. 해가 아직 한창인 오후 5시 무렵부터 완전히 어두워질 때까지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을 만났다. 요세미티를 완전히 빠져나온 다음 평지가 이어졌다. 식물이 있기는 했지만 엄청나게 건조해서, 동물은 한 마리도 살 것 같지 않은 땅이었다. 그런 길을 몇 시간 더 달렸다. 그러는 동안 하늘의 푸른색이 점차 옅어지더니, 결국엔 분홍을 섞은 보랏빛을 띠었다.


사실 138번 국도를 달릴 때 난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여행을 하는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술을 마셨고, 전날은 4시간을 자고 새벽부터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탐방했기 때문이다. 테나야 호수에서 잠깐이지만 수영도 했다. 그래서 완전히 지친 상태였다. 운전대를 잡는 순간까지도 내가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니 오히려 정신이 또렷해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와 지평선, 광활하고 삭막하고 때로는 으스스한 땅. 바로 ‘미국 서부 여행’을 생각할 때 내가 기대하던 이미지였다. 누군가는 시시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거길 직접 운전대를 잡고 통과하는 경험을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다. 그 작은 바람을 이루면서 내가 한국에 두고 온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두고 온 일과 관계에 대해, 그리고 돌아가서 더욱 집중할 것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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