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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 나이가 든다

공감

by 글쟁이미소

요즘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종종 하게 되는 생각이 있다.


나이를 헛먹었네... 나는 뭘 했다고 이 나이가 된 걸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법적으로 성인이 되거나 나이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고 자신의 책임과 타인의 삶을 동시에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는 과정이다.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세상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지 깨닫는다. 그리고 그 깨달음을 통해 더욱 겸손해지기도 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점이 정해져 있지만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더 많은 책임을 진다는 뜻이며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데 점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이다. 어린 시절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잘 몰라서 그랬어요'라는 변명이 이제는 통하지 않게 되는 시점도 여기에 속한다. 세상은 이제 실수를 너그럽게 봐주기보다는 책임과 결과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도달한 것이다.


어릴 적에는 어른들을 보면서 '왜 저런 행동을 할까?'라며 이해할 수 없었던 모습들이 있었다. 그들의 판단, 행동, 혹은 감정 표현이 내게는 복잡하고 때로는 모순적으로 느껴졌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며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내가 그들과 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선택을 하고 있다는 사실. 내가 그토록 의아하게 여겼던 행동과 감정을 이제는 나 자신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놀라기도 한다. 이해할 수 없었던 그 행동들은 결국 삶 속에서 자연스레 터득한 방법들이었고 지금의 나는 그 속내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말과 나이가 든다는 표현은 비슷하면서도 그 안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는다는 표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숫자가 더해지는 과정, 즉 단순한 생물학적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나이가 든다 는 표현은 그 시간이 쌓이며 내면의 변화와 성숙을 포함하는 것이 분명하다.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은 시간의 결과라면 나이가 드는 것은 경험을 통해 깊어지는 성장의 과정일 것이다.


나이가 들며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더 많은 선택지와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흑백처럼 단순해 보였다. 옳고 그름이 명확하고 정답이 하나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갈수록 세상은 다양한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문제마다 여러 관점이 존재하고 모두가 자신만의 이유와 상황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사실은 때로는 우리를 혼란스럽게도 하지만 동시에 공감과 이해라는 이름의 새로운 힘을 안겨준다.


그리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저 외모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른에게서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란 삶의 흔적과 시간이 새겨진 결과다. 살아온 여정 속에서 배운 것들이 무의식적으로 말투와 행동, 표정에 깃든다. 그러한 분위기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깊이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어른다운 분위기란 완벽함보다는 결핍과 극복, 그리고 살아온 세월의 무게가 스며든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마음속에서 어린아이 같은 자신을 발견한다. 실수도 많고, 모르는 것도 많다. 때로는 내가 정말 어른인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이런 마음이야말로 어른이 된다는 것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계속 배우고 성장하려는 자세.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어른다운 모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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