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로드킬]
A가 내린 뒤에 B는 한동안 빈 좌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사람이 앉아 있던 자리. 아직 체온이 남아 있을 것 같은 자리 위로 A의 말이 희미하게 남아 귓가를 맴돌았다. 버스가 달릴수록, 그 말은 멀어지는 대신 이상하게 더 또렷해졌다. 버스는 계속 달렸다. 그리고 B는, 내려야 할 정류장을 이미 지나치고 말았다는 걸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기사님, 잠시만요!”
목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튀어나왔다. 버스 안 몇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기사는 백미러로 한 번 힐끗 쳐다봤을 뿐이었다. 브레이크가 늦게, 아주 짧게 밟혔다. 차체가 미묘하게 흔들렸고 B의 몸도 앞으로 쏠렸다. 그러나 버스는 멈추지 않았다. 잠깐 속도를 늦췄을 뿐, 곧 다시 가속하는 느낌이었다. 엔진 소리가 한 톤 높아졌고, 창 밖의 불빛이 다시 길게 늘어졌다. B는 손잡이를 잡고 일어섰다가 이내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일어섰던 몸이 어정쩡하게 접혔다. 다음 정류장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 있었다. B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화면 위에는 회사 메신저 알림이 여러 개 쌓여 있었다. 대부분은 내일까지 봐도 상관없는 내용일 터였다.
B는 하나도 열어보지 않은 채 화면을 껐다. 급하지 않은 것들이 쌓이는 속도가, 삶이 흘러가는 속도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는 여전히 달리고 있었다. B는 가방끈을 고쳐 쥐었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야 했다. 그리고 반대편 정류장에서 다시 버스를 타자. 머릿속으로 동선을 한 번 그려보자 집까지의 거리가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다. 늘 다니던 길인데도, 오늘은 유난히 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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