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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달해 Feb 27. 2019

'황후의 품격' '조들호2' 문제적 드라마의 문제점은?

[대중문화 이야기]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2 : 죄와 벌'과 SBS '황후의 품격'이 각종 논란에 휘말리며 '문제적 드라마'로 낙인찍혔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전개와 이를 둘러싸고 촬영 현장에서부터 들려온 애매모호한 소문 때문이다. 그 소문 중에서는 실제로 확인된 '팩트'도 있다. 내용상의 문제는 KBS의 주말극 '하나뿐인 내 편' 역시 마찬가지다. 갈수록 '막장 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전개 때문에 시청자 게시판이 비난으로 도배되고 있다. 촬영 현장의 여건이 어느 정도 개선되면서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 쏟아지며, '막장극의 소재'로 전락할 수 있었을법한 내용도 연출자의 적절한 손재주에 의해 그럴싸한 완성품으로 가공되고 있는 것이 현 드라마계의 현실이다. 그저 뻔한 시청률 올리기를 위해 막장극을 만드는 경우가 드물고 이젠 노력 여하에 따라 좋은 작품을 생산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완성도 떨어지는 드라마가 나오거나 방영 중 갖가지 부정적인 이슈가 외부로 알려지는 건 현장에서 그만큼 갖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조들호2', 제작 과정에서 갖은 잡음 발생


KBS 월화극으로 편성된 '조들호2'는 주목도 높은 배우 박신양과 고현정이 투톱으로 나서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던 드라마다. 방영 초기에만 해도 6%대 시청률로 상승세를 보이고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을 끌어내며 선전하는 듯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엉성한 스토리로 도마 위에 오르더니 시청률이 5% 아래로 떨어졌다.


심지어 주연배우 박신양의 허리부상으로 촬영이 중단되더니 이어 주요 조연 라인이었던 조달환과 이미도가 돌연 하차하는 일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 제작진은 스토리상 예정된 하차일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지만 막상 두 배우 측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달환과 이미도 뿐 아니라 원로배우 변희봉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역시 제작진은 흐름상 자연스러운 퇴장이며 갑작스럽게 진행된 중도하차가 아니라는 설명을 내놨다.


그런데 배우들의 돌연 하차 소식이나 박신양의 허리부상으로 인한 2주간의 결방 등 이미 일어난 사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와 재미에 대한 부분이다. 앞서 '조들호' 시즌1은 능글능글하면서도 매력적인 주인공 캐릭터의 특징을 강조해 시선을 끌고 명확한 권선징악 스토리로 통쾌함을 안겨줬다. 이에 비해 시즌2는 내러티브 자체가 애매하게 진행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고현정과 박신양을 투 톱으로 내세운 건 좋은 카드였지만 이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 개별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시키지 못하고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도 못한다. 어딘가에는 그 이유가 있다.



일단, 이 드라마는 극 전체를 책임지고 끌고 가는 메인작가가 없다. 최근 산으로 가는 내용과 관련해 작가가 교체됐다는 말이 돌았는데도 제작진은 '원래 여러 작가가 팀을 이뤄 집필하고 있으며 메인작가는 없다'라는 답을 내놓으며 상황을 무마했다. 연출은 '적도의 남자', '흑기사' 등을 연출한 한상우 PD가 맡고 있다. 스타급 연출자는 아니지만 전작을 살펴보면 극을 이끌고 가는 솜씨나 캐릭터를 다듬는 능력에 모자람은 없다. 에피소드 위주로 스토리를 짜고 있는 '조들호2'의 독특한 집필방식은, 사실 연출자가 이 부분을 수용하고 아우르겠다고 마음먹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요즘은 몇몇 작품에서 드라마 연출자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각본을 짜기 위해 신인급 작가를 기용하는 경우가 있고 이런 방식의 성공 케이스도 이미 나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조들호2'는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 외에도 현장에서 일어난 불화에 대한 소문 등 잡음에 휩싸이며 기존 드라마 팬들의 외면까지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배우와 작가, 연출자가 서로 융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치열하게 각자의 분야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다 이견이 생겨 대치할 순 있겠지만 아예 섞이지 못해 불협화음을 낸다면 큰 문제다. 튀는 음을 잡아내고 듣기 좋게 화음을 만들어내는 지휘자 역할을 할 사람이 어떠한 이유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면 더 큰 문제다.



참고로 박신양은 실력 면에서 필자가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다. 지금도 허리 수술 후 목발을 짚은 채 촬영을 강행하고 있는 프로페셔널이다. 다만, 능력에 비해 박신양이 출연하는 작품 촬영장에서는 유독 작품 외적으로 갖은 잡음이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도 꽤나 비슷한 상황이 데자뷰처럼 반복된다. 고현정은 지난번 드라마 '리턴'의 주인공 캐릭터를 놓고 돌연 하차해 논란의 중심에 섰는데 차기작인 '조들호2'가 또 다시 부정적인 이슈로 허덕이고 있다. 어쨌든 '조들호2'가 봉착한 문제의 원인이 뭔지는 알 것 같다. 하지만 더 이상의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더 이상 언급은 하지 않으려 한다.



'황후의 품격', 결국 막장극의 정석 보여줘


사실 '황후의 품격'은 초반부만 해도 꽤 신선한 시도로 보였던 드라마다.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언니는 살아있다' 등 소위 연속극 형태의 '막장드라마'의 대모로 불리는 김순옥 작가가 집필한 최초의 미니시리즈로 기존의 김작가 스타일에 세련미를 더해 은근히 매력적인 작품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설정 자체가 과한 면이 있었고 요즘 어떤 미니시리즈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의 파격적인 전개를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순옥 작가 특유의 단순명료한 캐릭터들과 사건들로 몰입도를 높였고 장나라와 최진혁 등 미니리시즈 주연급 배우들을 투입해 전반적인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전략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극 중간에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재미를 높이는 등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런데 결국은 중반부에 이르면서 '막장드라마' 특유의 뻔한 전개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연출 역시 마찬가지다. 초반에만 해도 톤 자체를 세련되게 끌고 가려는 느낌을 주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케케묵은 연속극 촬영방식을 사용해 고민없이 찍어내는 듯한 뉘앙스를 남기기 시작했다. 시청률은 일찌감치 15%에 육박하며 최근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평가 면에서 '결국은 시청률 때문에 찍어낸 막장극일 뿐'이란 비난을 받기에 적합하다. '막장드라마'에 쓰일 법한 파격적인 설정을 가져가면서도 치밀하게 완성도를 끌어올려 좋은 평가를 받아낸 '품위있는 그녀' 등의 작품과 완벽하게 다른 노선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욕 먹을 걸 각오하면서도 김순옥이나 임성한 작가 등을 기용해 '막장드라마'를 내보내 시청률을 잡던 과거 지상파의 진부한 전략일 뿐 별 다를 것이 없었다는 말이다.


최근에는 4회 연장을 확정지으면서 남자주인공 역할을 소화하고 있는 최진혁을 특별한 설정도 없이 돌연 하차시키는 기괴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최진혁이 이미 예정된 스케줄 때문에 연장 촬영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남자 주인공 없는 연장방송을 포기하는 것이 맞는데, 오히려 제작진과 방송사는 시청률 높은 드라마를 더 길게 방송해 광고수익을 올리는 방향을 택했다. 욕 먹는 대신 돈은 벌고 '우리가 만든 건 막장드라마가 아니다'라고 '정신승리'하는 전략. SBS가 꽤 오랫동안 활용했던 위기극복 대책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와 설정도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데 그런 노력을 아예 하지 않았다는 자체가 아쉽다. 그런데도 '황후의 품격' 팀은 드라마의 성공을 자축하며 포상휴가를 떠난다.


정달해(대중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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