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은 말도 안 돼” 이모는 단호했다. 하지만 할머니를 모신 지 3년이 넘어가는 외삼촌은 벌써 한참 전부터 정년 퇴임을 걱정하고 있었다. 걱정이 많은 만큼 예민해졌고 퇴근이 늦어지는 날이 늘어났다. 맞벌이하는 아들 부부와 고3 손녀는 할머니를 어두운 집에 혼자 두기 일쑤였다. 할머니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은 각자의 서운함, 이기심과 얽혀 결국 큰 소리를 만들었다. 할머니 주무실 시간까지 기다려 이야기를 꺼낸 것이 무색해졌다. 알 만한 나이라며 나에게도 공연히 주어진 자리에 어색함을 느끼며 테이블 건너편으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나와 눈을 마주친 것은 공허한 할머니의 눈이었다.
“잠깐만요” 내가 처음으로 소리를 내자 일순간 모든 소리와 움직임이 멈췄다. 모두가 내 시선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외숙모는 화들짝 놀라 할머니에게 다가갔고 이모와 엄마는 짧은 탄식을 내뱉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날 이후에도 공허한 할머니의 눈이 자꾸 내 주변을 맴돌았다. 나는 고민 끝에 서운함, 미안함, 수치스러움 등이 묻어있는 눈이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할머니는 가족을 바라봤지만, 가족들은 할머니를 바라볼 여유조차 없었다. 할머니를 돌보고 걱정하는 것은 부모와 자식이라는 사적인 관계에게 온전히 부여된 몫이었다. 우리 가족은, 고령의 노모를 모시는 각 가정은 그렇게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개인적으로 분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