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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딩제스 Jul 31. 2017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마로니에 공원을 거닐며

오랜만에 여행 같은 주말이었다. 날씨는 좋았고 구름은 이뻤다. 나는 마로니에 공원을 거닐고 대학로를 거닐었다. 옛날 민들레영토가 있던 자리에는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 있었다. 민토. 시간을 흘렀어도 추억은 그자리에 있었다.


돌아다니다가 카페 테라스에 앉아 하루키를 읽었다. 그의 문체는 언제 읽어도 새롭고 간결했다. 왠지 대학로에는 추억이 짙게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다른 곳에 비해 그다지 많이 오진 않았지만 그 몇 번 안되는 추억이 서울대 옛 캠퍼스 부지처럼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기억이 새록새록했다. 기억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마음 속에 남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이 시간이 흐르면서 사라진다. 관계, 기억, 장소, 감정..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 남는 것들도 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잃어버린 관계가 많은 것 같다. 떠난 사람들도 있었고 떠나 보낸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잊혀져 갔다.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들의 선택이다. 나의 선택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런 의미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추억은 그자리에 그곳에 그대로 두고 생각 날 때 나혼자 가끔 꺼내보면 된다. 잊혀진다고 떠나간다고 아쉬워 할 필요 없다. 결국 소중한 것만 남게 된다. 그러고 보면 시간이란 아주 소중한 것만 남게 해주는 필터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 내 주변에 있는 것들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알게 되겠지. 얼마나 소중했는지.. 대학로에 남아 있는 추억처럼 지금 그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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