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괜히 억울해집니다.
잘 살아보려 했는데,
이쯤 되면 언제나
아쉬운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늘 한 걸음 늦고,
늘 어딘가 덜 익은 채로
그 자리에 머뭅니다.
하늘은 높아만 가는데
마음은 자꾸 부끄러워 낮아집니다.
떨어질 날이 머지않은 걸 알면서도
낙엽은 끝없이 타오릅니다.
자신의 욕심에 얼굴을 붉히며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끝까지 붙잡습니다.
가을 바람이 스치면
내 마음의 먼지들이 일어납니다.
그 먼지를 핑계 삼아
오늘은 잠시 울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나는
천국과 지옥 그 사이 어딘가에서
떨어질 욕심 하나 태우며 걷고 있습니다.
가을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렇게 떨어져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낙엽이,
붉게 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