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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하수반짝 Dec 06. 2021

독소와의 전쟁, 만성염증에서 벗어나다

아이들과 제주에서 일 년만 살고 싶어요

건강을 응원하는 순수의 하늘

 기다렸던 봄이 왔다. 해사한 봄볕이 내리쬐자 겨우내 웅크려 있던 생명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키더니, 이내 제주는 꽃섬으로 변했다. 어디를 가도 노란 물결들의 천국이었다. 꽃도 예뻤지만, 꽃 속에 파묻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는 더 어여뻤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을 꿈꾸며 제주에 왔지만 만성 포도막염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눈이 아프니, 아름다운 풍경도 제대로 누릴 수 없었다. 염증이 눈을 공격할 때면, 나도 모르게 불안하고 예민해졌다. 가시 돋힌 말과 행동으로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기 일쑤였다.


 저녁 설거지를 마치자 극심한 안통과 두통이 밀려왔다. 털썩 주저 앉은 나를 보더니 다솔이는 동생을 불러 칼같이 말했다.

 “온유야, 지금부터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엄마 말고 누나한테 말해.” 또 말을 잇는다.

 “엄마, 오늘 온유 목욕은 제가 시킬게요. 엄마 아프니까 쉬세요”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은 동생보다 3살 많았고, 체중도 겨우 3킬로 더 나갔다. 심한 입덧 때문에 2.53 킬로로 태어나 인큐베이터를 겨우 면했다. 작은 체구의 어린 딸은 아픈 엄마 때문에 점점 어른아이가 돼 갔다.


 제주까지 와서 사랑과 상처를 동시에 주는 엄마는 되고 싶지 않았다. 어서 건강해져서 생기있고 활기찬 엄마가 되고 싶었다. 하루종일 거뜬히 여행도 다니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온 듯 홈메이드 정찬도 뚝딱 만들어 주고, 밤마다 동화책도 꼬박꼬박 읽어주고 싶었다.      


 딱딱한 현미밥을 부지런히 지어 먹었고, 만 보 걷기도 열심히 했다. 그래도 만성 염증은 호전되지 않았다. 기도가 절로 나왔다. “제발, 이 병을 나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하소서.” 기도의 응답이었던가? 그 즈음 나도 모르게 ‘독소와 디톡스’라는 단어가 내 머리 속에 빙빙 맴돌았다.


 라디오에서, 미용실에서, 텔레비전에서, 어디서든 이 단어들이 흘러나왔다. 관련 책들을 찾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렇게 수십 권을 읽었다. 독소가 질병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의학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첫째, 질병 발생은 스트레스와 잘못된 식습관이 주된 요인이다. 특히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가공 식품, 고기를 즐겨 먹으면 영양 상태가 불균형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결국 아 프고 만다.  

 둘째, 환경오염과 육식 위주의 서구화된 식습관, 각종 첨가물, 과도한 밀가루와 설탕 섭취는        우리 몸에 독소°를 차곡차곡 쌓으며 각종 염증과 질환, 암을 만든다.

 셋째, 나이가 들수록 항산화 방어체계는 기능이 떨어진다.° 독소는 혈관을 타고 다니며 몸의        약한 부위를 침투하여 질병을 만든다.

 넷째, 우리 몸은 자연치유력을 갖고 있다. 특히 야채와 과일 속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와 항        산화 물질은 이 독소들을 배출시키고, 건강한 세포를 만들어 낸다.     


 번아웃과 스트레스가 내 자가면역질환의 주된 요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잘못된 식습관 때문에 독소가 몸속에 가득 차서 아팠다고? 나름 유기농 식재료를 애용하던 나였기에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것저것 의심할 여력도 없었다. 가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곧장 체내 독소°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나는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았기에 이를 악물었다. 하루 두 번 해독주스를 갈아마셨다. 염증에 먹이를 주는 음식(동물성 식품, 밀가루, 설탕, 합성첨가물 등)을 일절 먹지 않았다. 고기 대신 두부와 가지, 버섯 요리를 먹었다. 사랑했던 카페라떼를 무가당 소이라떼로 대체했다. 단맛이 당길 때에는 과일로 겨우 속을 달랬다.


 하지만 그윽한 버터향 가득한 빵을 절제하는 건, 유명한 베이커리 카페가 많은 제주에서는 고문에 가까웠다. 식당마다 흑돼지를 굽는 연기는 피어올랐고 해변가에는 치맥을 즐기는 사람들이 넘쳐났다. 냄새를 맡으면 혹시 유혹에 넘어갈까봐 일부러 식당과 해변을 피해서 걸어 다녔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자 몸이 가벼워졌다. 디톡스 효과는 놀라웠다. 두 달이 지나자 지긋지긋하던 안통과 두통이 사라졌다.  꿈꾸던 ‘회복’이 현실이 됐다. 현재까지 해독주스를 하루 한 씩 꾸준히 마시고 있다. 염증을 일으키는 음식은 최소한으로만 먹으려고 노력한다. 절제하지 못하고 밀가루 빵과 단 음식을 먹고 나면 거짓말처럼 눈이 불편해지곤 했다. 이젠 포도막염이 대신 알레르기성 가려움이 생긴다. 하지만 이 증상은 푹 자고 나면 감사하게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자가치유력이 생긴 것이다.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의사도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환경 오염과 스트레스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다행히 매일 채소와 야채로 독소를 제거하는 건 할 수 있다. 나는 자가면역질환 덕분에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고요한 자연에 머물렀기에 어쩌면 이 기적이 현실이 됐다. 몸의 소리를 잠잠히 기울여 들을 수 있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푸른 바다는 수시로 다가와 용기를 줬다. 넓고 순수한 하늘은 “지금 잘 해내고 있어.‘라며 토닥토닥 안아주었다. 제주는 사람을 살린다. ‘치유의 섬’인 것이다.  

치유의 섬, 제주


잘 하고 있어 힘내 응원하는 바다






                                                               

° “젊은 나이에는 항산화 방어체계가 잘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 몸이 활성 산소를 스스로 제거할 수 있는 항산화 효소가 그 역할을 잘한다. 그러나 보통 30대에 들어서면서 항산화 효소는 줄어들기 시작해서, 40대에는 항산화 효소가 50% 줄어들고, 60대가 되면 90% 줄어들며, 80대가 되면 항산화 효소가 거의 없어지게 된다.” <윤경혜, ‘가정면역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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