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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Nov 03. 2021

전문상담교사의 장단점

안녕하세요! 

오늘은 "전문상담교사"의 장단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아래 내용은 저의 주관적인 의견임을 참고해주세요 :) 




쏘쏘엄마가 생각하는 전문상담교사의 장점



1. 안정적인 직장!


 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점은 "안정성"입니다. 전문상담교사는 교직 자격증 발급 후 임용을 쳐서 합격한 교육공무원입니다. 공무원 하면 안정성과 평생직장이 떠오르시죠! 넵, 전문상담교사 역시 이 장점을 두루 갖추었답니다. 전문상담교사가 된 후에 아주 큰 결격사유로 인해 해임 징계를 당하거나 본인이 그만두지 않는 한 안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답니다. 



2. 복지 (비교적 짧은 근무시간과 방학, 다양한 종류의 연가 등등) 


학교는 점심시간도 학생 생활지도로 인해 근무 시간에 포함되어, 총 8시간 근무를 하게 됩니다. (경기도 기준- 각 지역마다 등교 시간이 달라서 조금씩 변동 있습니다) 8시 40분 출근 4시 40분 퇴근을 하죠. 겨울에도 밝을 때 출근해서 일이 아주 많지 않은 한 밝을 때 퇴근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정말 엄청난 장점인 것 같습니다! 다만 위기 사안이 터지거나, 처리해야 할 일이 많을 땐 야근을 하기도 했지만요. 평소엔 눈치 안 보고 정시에 퇴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장점 같습니다. 


 그리고 교사의 최대 장점은 사실 방학! 을 꼽을 수 있는데요. 방학이 있기에 정말 정말 힘든 상담도, 일도 버티면서 참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방학 땐 하루 이틀의(학교에 따라 없기도 합니다) 근무일을 제외하고는 출근을 하지 않습니다. 이 시간 동안 충분한 쉼을 누릴 수 있지요. (위센터의 경우 방학은 없지만 연차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연가(유급)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저 같은 경우엔 임신을 했을 때 관리자분들의 배려로 "모성보호시간" 2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답니다. 상담과 일에 크게 지장이 않는 선에서 하루 2시간 이내의 모성보호시간을 통해 일찍 퇴근하여 집에서 휴식을 할 수 있었어요. 아이가 태어난 후에는 "육아시간"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동일하게 배려 받을 수 있었어요. 또 만약 아픈 경우 유급 병가도 연차에 따라 길게 쓸 수도 있는 등의 제도가 잘 되어있어요. 연가는 관리자와 학교 분위기에 따라서 사용 가능 여부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많이들 배려해 주시는 편이세요.


 전문상담교사만의 장점이라기보단 교육공무원의 장점이지만.. 어쨌든 방학과 연가 활용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에서, 그리고 육아 휴직도 무려 3년(수당은 1년까지 나오고 1년까지만 호봉 인정이 돼요, 한 아이당 만 9세까지) 솔직히 아이 키우기에 정말 좋은 직장 같아요. 



3. 나만의 독립된 공간에서 내 상담실을 꾸려가보는 재미 


현재까진 한 학교에 전문상담교사는 1명이 배치됩니다. 한 명의 상담교사가 전교생을 관리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또 바꿔 생각해 보면 나 한 명이기에 크게 누군가의 간섭 없이 상담실을 내가 원하는 공간으로 예쁘게 꾸려가볼 수 있답니다. 물론.. 관리자나 학교 분위기에 따라서 상담실에 너무 관여하시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상담교사가 주체적으로 상담실을 꾸려나가는 데 지지하고 동의해 주십니다.  저는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느낌을 좋아하는데요, 주어진 예산 중 상담실 비품 예산을 마련해놓고 상담실을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재미가 컸어요. 그리고 매년 연간 계획을 통해서 내가 올해 하고 싶은 사업들을 생각해 보고 추진해 나갈 때의 보람도 크더라고요. 



4. 다양한 사례들을 접할 수 있음

 학교엔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천명이 넘어서는 학생들이 있는데요, 그들이 어려움을 호소할 때 1차적으로 연계되는 곳이 바로 학교 상담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다양한 아이들을 만날 수가 있어요. 상담을 업으로 하는 상담자로서 정말 많은 공부가 되는 곳이에요. 


 또한, 아이들을 제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기에 밀착 개입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부모상담뿐 아니라 일반 센터와는 달리 학교라는 공간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여 선생님들을 통해 아이의 학교생활을 알 수 있고, 자문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요. 아이들 개인 상담뿐 아니라 환경적 개입도 적극적으로 하며 아이들의 변화를 시시각각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그만큼 보람이 큽니다. 




반면, 단점도 있겠지요? 



쏘쏘엄마가 생각하는 전문상담교사의 단점


1. 너무 외롭다. 비교과의 서러움.. 


 어떤 단점을 제일 먼저 쓸까 생각하다가.. 역시나 "외로움"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역시나라고 쓴 것은 정말 많은 전문상담교사가 힘들어하는 포인트가 이 "외로움"이기 때문이에요. 학교는 아무래도 배움이 1차적인 곳이기에 교과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교과가 주류고 비교과는 비주류라고 볼 수 있어요. 근데 그 비교과 중에서도 상담교사는 이제 막 시작하는 정말 정말 비주류...입니다.


 처음 발령받고는 더 힘들 수 있는데요, 혼자 상담실에 있으면서 상담이나 업무 외에 그 어떤 인간적인 교류가 없는 날은 정말 외롭습니다. 어떤 선생님이 한 말씀이 생각나요. "상담교사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 그 누구도 잘 몰라서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라고 하셨죠. 이 말이 정말인 것 같아요. 학교 구성원 중 그 누구도 경험해본 적이 없기에 우리의 업무에 대해서 공감하기가 참 힘이 드는 것 같아요


 하루 종일 정말 열심히 상담하고 정신없이 일했지만, 단순히 담임도 안 맡고 수업을 안 한다는 이유로 "편하겠다"라는 말을 듣기도 한답니다. 그럴 땐 정말 억울하고 서글퍼지기도 해요. 그래서 열심히 상담실이 어떤 곳인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등을 알리고 있답니다.



2. 이어지는 위기 상담. 버겁다.

 

 학교에 단 한 명의 상담교사가 배치된다고 했는데, 이 말은 상담 전문가는 이 학교에 오로지 나 혼자라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학교 이곳저곳에서 상담과 자문 요청이 정말 많이 들어와요. 물론 내담자 중에서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조금만 개입해도 금세 좋아질 만한 정도의 문제를 들고 오기도 해요. 하지만 많은 경우, 자살 / 자해 / 폭력 / 학대 / 성 / 비행 등의 아주 심각한 위기 문제를 들고 상담실에 찾아옵니다.


 학교 상담은 전쟁터에서 최전선에 있는 것과 같아요. 심리적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주로 가장 처음 발견되는 곳이 학교이고 상담실인 경우가 많거든요. 전쟁에서의 총알받이 역할입니다. 그러다 보니 위기 상담이 정말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경력이 쌓인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의 위기를 마주할 때면 정말 마음이 힘들어요. 그 어떤 경력자가 와도 어려운 상담인데, 이제 막 학부 졸업하고 임용고시에 통과한 초보 상담교사는 진짜 진이 빠질 거예요. 


 위기 상담이란 말은 말 그대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위기라서, 개인적으로도 가정적으로도 학교 차원에서도 필요한 외부 연계도 하면서 정말 잘 대처하고 도움을 줘야 하거든요. 이 어려운 과정의 진두지휘를 상담교사가 주로 맡게 되죠. 또 위기이기에 쉽게 바뀌지 않고 변화되기까지 에너지도 많이 소모된답니다. 많이 소진이 되겠죠? 그래서 상담교사가 많이들 아파요 몸이..ㅠ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아서 다음에 따로 한 번 들고 와볼게요! 



3. 상담의 경계 잡기가 힘들다. 

 저는 일반대학원 상담심리학과를 졸업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일반 상담을 주로 배웠어요. 제가 수련생 시절에 학교에서 상담한 사례를 슈퍼비전 받을 때, 가끔 학교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슈퍼바이저가 "왜 이렇게 경계 설정을 못하냐"라고 말씀하셨어요. 경계 설정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상담에서 상담자가 내담자와의 경계를 유지하는 건데요, 예를 들어서 약속된 상담 시간 외에는 상담할 수 없다는 약속을 하고 이를 지키도록 하는 것이죠. 


 하지만 학교상담에선.... 이 경계 설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상담실은 언제나 열려있거든요. 상담 시간이 아닌데 쉬는 시간에 울면서 들어오는 아이를 매몰차게 "경계 설정"라는 이유로 나가라고 할 수가 없어요. 물론 상담교사도 너무 소진되지 않도록 적절한 경계는 필요하겠지만, 이것이 현실에서는 늘 딜레마랍니다. 참 어려운 일이에요^^; 



4. 업무분장의 서러움 


아까 상담이 학교에서 비주류라고 언급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업무 분장을 할 때 상당히 불리해요.  주로 업무분장은 나이가 지긋하신 부장님들과 하게 되는데.. 그에 비해 부장의 명함도 없는 상담교사는 정말 너무 어려운 자리랍니다. 상담이라는 것이 바로 티가 나지 않다 보니까 가끔 막말(?) 하시는 분들이 "상담교사 수업도 안 하고 놀고 있는데 업무 더 하세요" 이런 태도로 나오기도 해요..ㅠㅠ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너무 좋으신 선생님들이세요^^)  엄청난 마음의 상처를 얻게 되고... 몇 날 며칠 식음을 전폐하며 잠도 잘 못 자기도 해요 ㅠㅠ 


 게다가 "상담"이라는 말이 붙으면 다 업무로 주려고 하기도 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아동학대의 업무 경우에도 아동학대 자체의 예방교육이라던가 계획서 작성, 위원회 구성, 추후 상담 등등의 행정업무가 많은데 추후 상담이라는 말이 붙었다는 이유만으로 상담교사에게 다 맡아서 하라고 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일들이 한두 개가 아니면 행정 업무가 1인이 감당하기에 버거울 만큼 쌓이기도 해요. 초보 상담교사는 이를 쳐내는 게 정말 쉽지 않지요.. 경력이 있더라도 어려워요. 그래서 업무분장의 시기가 오면 늘 긴장되고 힘들답니다. 이는 아마 모든 교사가 마찬가지일지도 몰라요^^



5. 관리자에 따라 내 입지도 달라진다. 


 관리자라는 말은 주로 학교의 교장, 교감을 뜻하는데요. 상담에 대해서 정말 잘 아시고, 인정해 주시고, 이해도가 높으신 관리자가 계시면 상담실 운영이 즐겁습니다. 어떤 일을 해도 밀어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티가 많이 나지 않아도 애써서 아이들을 상담하고 있다는 것을 믿어주시거든요. 


 반면에 상담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시는 분이 관리자를 맡으시면 정말 어려워지기도 해요. 상담실은 뭐 하는지 감시하신다거나, 상담은 비밀 보장이 원칙인데 계속 보고하라고 하신다거나, 상담의 특수성을 인정해 주지 않고 다른 교과와 비교한다든가 등등의 이런 일들이 생길 수 있거든요. 그러면 정말 마음이 고단해지기도 한답니다. 






지금까지, 전문상담교사의 장/단점을 살펴보았는데요. 

이는 지극히 저 개인의 의견이라서 동의하는 분들도 또는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해요. 

너무 현실적으로 쓴 건 아닌가.. 다소 염려도 되지만...

현직 상담교사의 현실성 있는 이야기도 필요할 듯하여 솔직히 작성했습니다^^ 


보시고 궁금하신 점은 언제든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다음번엔 "학교상담과 일반상담의 차이점"을 주제로 들고 올게요.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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