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을 기다리며
따스한 봄날을 기다리며
전보다 마음이 참 편안하다. 혹시 몇 개월 뒤 과거와 같은 일들이 또 벌어질까 모르는 걱정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만큼의 고통스러움은 덜 한듯하다. 잊고 싶고 지우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지만 여전히 그들을 향한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는 것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도 시간은 흐르는데 과거의 그날에 받았던 그 많은 상처들을 온전히 지우지 못한 결과인 것 같다.
고통스러웠던 그날이 지난 간지 석 달이 지나간다. 여전히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두근두근거릴 만큼 힘이 드는 것은 여전하다. 그러나 새롭게 시작한 이곳에서 덜 채워진 내 마음과 삶 가운데 보다 새로운 것들로 채우려는 그 시간들이 참 소중하고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고 힘들 때 내 말을 먼저 들어준 사람에 대한 감사는 절대 잊지 못한다.
나를 힘들게 했던 많은 이들의 상처들도 잊어지지 않겠지만 나를 존중하고 붙들어준 그들의 마음과 손길은 절대 잊지 못한다. 예전보다 더 많은 일들을 하게 된다. 많은 일들을 하게 되어 벅차기보다는 그래도 존중받고 사랑받고 있는 것 같아서, 이제는 나의 삶을 살펴보며 나에게 작은 사랑이라도 줄 수 있는 것 같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나를 붙들어준 이에게 얼마나 감사한지 매일매일 그 감사함을 되짚어본다. 잊지 않으려는 노력 이외에 내 마음 깊이 새겨놓으려는 그런 감사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예전과 다른 삶 그리고 약간은 버거워도 그 감사함으로 조금씩 지워가며 애써 노력하는 내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여전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람에 대한 상처를 절대 지워지지 않았다. 새롭게 경험하는 사람들의 상처가 덮입여져서 또 다른 경험들을 다시 한번 해보게 된다.
사실 억울한 마음이 제일 큰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하지 못한 것도 억울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벌써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힌 내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고 화가 나서 그들을 향한 내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버젓이 일하는 그들과, 나름 살겠다고 억울한 사람 짓눌러 버리고 내쳐버린 그들의 모습이 참 싫어진다.
내 눈에서 아른거리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싫은데 도리어 나를 향해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 판단할 것이라는 그런 생각이 앞서다 보니 하는 일들마다 오해가 더욱 심해지는 느낌이 든다.
사람을 의지하지 말며, 선을 적당히 지키는 것이 옳지만 너무나도 가까이 했거나, 바보처럼 주기만 했던 나의 모습이 오늘따라 참 안쓰러워 보인다.
매일매일 지나가는 출근길에 그들이 하루하루 바뀌어가며 생각이 난다. 잊으려고 해도 참 잊지 않아 진다.
그때만 생각하면 이가 갈릴 정도로 억울한 마음이 들게 되면 지나가는 출근길이 참 괴롭다. 시간이 지나가면 잊힐 만한데 여전히 깊이깊이 새겨놓는 내 모습이 왜 이런지 도대체 모르겠다.
그분은 나에게 나를 힘들게 했던 이들을 용서하라고 한다. 억울한 것들이 큰데 용서하라고 하니 사람의 의지로는 도대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서 십자가를 생각나게 하셨다. 십자가를 통해 그분은 나와 같은 많은 이들을 용서하고 구원해주셨다. 십자가는 곧 생명의 탄생이며, 회복의 역사인 것이다. 그분마저 얼마나 억울한 일들을 겪으면서,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 그 십자가를 지시며, 나를 위해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주셨다. 나 같이 부족한 사람, 억울한 사람, 죄 많은 사람들을 위해 회복의 은혜를 주셨는데 나는 되고 그 사람은 왜 되냐며 당돌하게 묻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용서하라는 그분의 말씀이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용서해야 내가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신다.
내 마음과 삶 가운데 분노가 있고 복수가 있다면 내 삶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을 용서할 자신이 없다. 내 의지로는 내 머리로는 절대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은혜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어느 때부터인가 그들이 잊히기 시작했다. 가끔은 생각도 나고 화도 나기는 하지만 잠시 지나갈 뿐 예전만큼 힘들거나 어렵지는 않다. 도리어 그렇게 살지 못했던 부분을 아쉬어하며 지금 내가 만나는 이에게 좀 더 친절하게, 사랑스럽게 대하고자 한다.
살다 보면 늘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광야 같은 고달픈 인생이 잠시 머무른다 하여도 그것이 나의 마음을 더욱 촉촉하게 만들거나,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허락하는 것 같다. 어려움을 겪어봐야 어려운 사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고 힘들어봐야 나의 약함을 알면서 보다 낮아질 수 있다. 죽을 것 같은 상황이었고 날 죽일 것 같은 악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결국 그들을 통해, 그 상황과 환경을 통해 나를 더욱 단련하시고자 했던 그분의 큰 그림이었다는 사실을 더욱 경험하게 된다.
이제야 내려놓을 수 있고, 이제야 그 사람들을 용서하고 잊을 수 있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는 것은 쉬어도 용서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고통스러운 삶 고단스러운 삶 덕분에 조금이나마 바뀌어가는 이 삶이 참 행복하기만 하다.
나를 존중해주고 나를 인정해준 사람
나를 붙들어주고 일으켜준 사람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도 나와 같은 연약한 사람임을 인정하면서 오로지 사람을 의지하고 바라보기보다는, 연약한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섣불리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기보다는 내가 남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존중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내가 남들에게 작은 상처라도 주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참 중요하다고 보인다.
어느새 매서운 추위가 물러갔다. 봄이 언제쯤 올려나 싶은데 어느새 봄날의 기운이 조금씩 느껴진다.
그동안 힘들고 매서운 겨울이었지만, 외롭고 쓸쓸한 긴 겨울 같았지만
기다리기 않아도 언제든 우리에게 다가오는 봄날처럼 나의 삶과 우리 인생의 따스한 봄날이 오리라 잔뜩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