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콜> 2020, 이충현
'일어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라는 올해 여름의 말을 무심히 안고 가면서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의 끈도 절절하게 붙잡고 가는 저력이 제법 서늘하다.
시간만큼 흥미로운 소재가 또 있을까. 언제나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진득하게 얼룩진 후회와 아쉬움을 소거시킬 수 있는 방법은 현재의 마음가짐이나 미래의 설계 같은 뭔가 한 뼘 떨어진 계획표 말고는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누군가는 어리석다 할지 몰라도 그때 그 과거의 '사소함' 하나로 모든 게 바뀌었다 생각하게 되는 우리는,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을 '시간'을 이용하는 '근본적인 방법'에 극한의 달콤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본 성향을 차치하고 결국 서연과 영숙 모두 바꾸고 싶다는,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의 밑바탕은 동일하다.
다만 다른 시간대로 인해 갖게 되는 각자의 무기, 즉 '정보'와 '행동'으로 누가누가 우위를 점하나의 주도권을 쥐어가면서 몇 번씩 원투를 주고받는 타전으로 아슬아슬한 밸런스를 긋는다.
매듭 챕터에서 펼쳐진 두 공간 네 인물의 상황은 더이상 스크린 속 신선함과는 거리가 먼 풍경일 테지만, 시간이란 개념이 아니면 만들 수 없을 상황 자체의 흥미로움에 생각의 지분을 조금 더 싣고 싶은 마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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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히 의도적인 막타 덤을 선물로 받아야 할지는 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