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다시 쓰는 신년일기

2026년 1월 3일

by 너구리

매년 새해가 되면 작심삼일과도 같은 일기를 쓴다. 올해는 뭘 해야지. 나름 굳건한 마음을 다지며 한해의 포부를 기록한다. 그게 신년 초하룻날인 경우가 많고 늦어도 다음날에는 여지없이 습관처럼 반복된다.

그렇담 올해도 시작해 볼까. 뭐 딱히 확실한 분야나 목표가 잡히지는 않지만 신년목표조차 없다면 내 한 해가 얼마나 초라한가를 증명하는 듯싶어 무언가 끄집어내려 애쓴다. 그래 올해는 뭘 목표로 삼을까.


첫날은 아니지만 둘째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눈보라가 치는 날이라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기로 했다. 사실 그런 결심보다는 내가 사는 집의 특성상 눈이 오는 혹한이 찾아오면 여지없이 고립되는 특성 때문에 올해도 부득히 고립을 선택했다. 시내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괜한 오버를 떠는 일이지만 내가 사는 곳은 그렇다. 중산간이기도 하고 단지 내 집의 위치상 언덕을 올라야 하는 비탈이 있어 준비가 안된 차들은 눈이 녹을 때까지 여지없이 갇힌다. 버스를 타러 한참을 걸어야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무리하면서 걸어야 할 이유는 없기에 집에 갇히기로 결심한다.


무슨 결심이든 내 뜻대로 되기만 하면 좋을 텐데 세상일이 지멋대로인 점은 참 아쉽다. 암튼 그 덕에 가게에 나가는 일을 건너뛰기로 했다. 하루 매출을 포기하는 일이 속이 쓰리지만 그런 걱정을 할 새도 없이 오전 내내 짓눌리는 가슴에 숨쉬기도 힘들다. 아침을 먹자마자 한 시간여 잠이 들고 점심 후에도 졸다가 다시 저녁 이후에도 잠이 든다. 이 정도가 되면 식곤증이 아니라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다. 예상컨대 당피크로 인한 졸음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2026년이 된지 벌써 이틀이 지나고 오늘은 아침부터 가게에서 하루 종일 손님맞이를 한다. 어제 못 온 손님들 덕인지 하루 종일 동분서주하다 저녁을 맞았다. 이러다 보면 1월의 첫 주가 갈 것이고 다시 1월이 갈 게다. 그러다 보면 1년 중 12분의 1을 보내고 봄을 보내고 여름을 보내다 보면 한 해를 또 정리해야 할 시간이 온다. 그렇게 세월을 간이역을 지나는 KTX처럼 휙 보내버리고 말았다. 그동안 하고싶었던 수많은 일들을 그렇게 '내년에', '다음에' 라는 간단한 말로 이월하고 마음에서 잊는다. 제기랄 그렇게 평생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올해 첫 결심이자 삶의 교훈을 새기기로 했다. 오늘 할 일, 아니 오늘 하고 싶은 일들을 다음으로 넘기지 말자. 해야 할 일이라는 의무에 휩싸여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지 말자. 하고 싶은 일 먼저하자.

오늘 하고 싶은 일들은 꼭 하자. 같은 말을 여러번 반복한다.


사정이야 여의치 않겠지. 언제 좋았던 적이 있기는 했었던가. 3일째 되는 날이 돼서야 의무감으로 만드는 신년목표가 아닌 마음에서 나오는 목표를 찾게 됐다.


그러고 보니 힘을 내는 일만큼 왜 힘을 내야 하는지를 찾는 일은 꽤나 어려운 과제다. 결국 장기적으로 다 죽는다는 케인즈의 말처럼 경우는 다르지만 암튼 단기적인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갖기로 하자. 그만큼 종말이 눈앞에 다가온 것 아니던가.


눈이 쌓일 기회도 없이 녹아버렸다. 하루 만에 날이 풀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세상이 원위치 됐다. 눈 내리던 순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눈보라가 그치기를 바라다가 시간이 지나면 '아, 그때 사진 좀 찍어둘걸'이라고 후회한다. 그놈의 타이밍은 왜 그리도 못 맞추는지. 참 타고난 성품을 어찌 숨길 수 없나 보다. 사람 고쳐서 못쓴다더니 고칠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

고치지 말고 있는 대로 잘 써보기라도 하자.


26년 한 해 목표 설정 및 방향 정립. 일주일이 가기전에 해치웠다.

이렇게라도 해보니 마음이 편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