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일정이었지만, 오자마자 이사를 마친 것은 잘 한 것 같다. 제일 두려웠던 것인데 제일 먼저 해결하고나니 두려움이 사라진 것이다 ! 매도 빨리 맞는게 낫다고, 두려운것부터 하는것도 방법 중 하나같다. 자정이 넘어 파리에 도착해, 공항옆 호텔에서 잠을 잤다. 한시쯤 잠들었는데 부탁하지 않은 모닝콜을 네시에 받아 의도치않게 일찍이 하루를 시작했다. 조식은 좀 아쉬웠는데 (그리 신선하지 않은 과일, 말라 조이는 크로와상) 사람들은 꽤 많았다.
아홉시쯤 새집으로 찾아와 장막과 인사하고 바이올린과 캐리어를 두고 키를 받았다. 내가 일찍이 도착한 것을 알고, 냉장고에 음료수와 음식을 넣어준 것, 초콜렛부터 화장실 비누까지. 깨끗하고 예쁘게 맞이해주시는 게 감사했다.
두달 전까지 살던 집에 이제는 벨을 눌러 들어갔다. 익숙한게 좋다고.. 버스 밖 풍경이, 집 대문 앞 나무가, 순간이지만 반갑게 마음을 두드렸다. 지난 시간에 대한 고마움과 몇가지 에피소드를 나누고 2층 한켠에 있던 나의 이사 박스 열개 정도를 내려놨다. 예약한 밴이 조금 후에 왔고, 세명이서 뚝딱뚝딱 차에 싣고, 새 집에 내려주니, 30분도 채 안되 이사가 끝났다. 그동안 했던 걱정의 크기가 이렇게 단번에 끝나다니 허무하는 생각까지 든다.
짐을 풀고 대충 정리하고도 끝나지 않는다. 조금후에 집 안주인과 대화를 나누다 저녁을 같이 먹자했고, 그녀가 해준 저녁이 지난 이틀동안 먹었던 음식중 가장 건강한 것 이었다. 멜론과 햄, 시즈닝한 노란호박구이, 디종 머스타드를 뿌려먹는 고기, 그녀가 직접한 샤베트와 케익, 세가지 맛 치즈.. 단순하고 건강한 음식에 몸이 즉각적으로 깨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까다로운 것 같으면서도 단순하다. 생각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또 다 솔직히 이야기하는 사람이라 쉽지 않은 것 같은데, 동시에 솔직한 사람이니 무엇이 중요한지 눈에 잘 보이니 오히려 낫다는 생각이 든다. 이기분을 어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외로우면서 외롭지 않다. 집 대문과 베란다 정도만 공유하지만, 공유하는 것들 사이로, 우리가 서로를 지켜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몇시쯤 잠든건지 기억이 안난다. 근육통으로 뻐근한데 알람에 7시쯤 깼다. 그녀가 준비해준. 포도, 커피를 마시며 살것들 해야할 것들 말씀 일기 등을 책상에서 적어내려갔다.
집이 꽤 마음에 든다. 내가 처음 사는 사람도 아닌데 굉장히 깨끗하게 관리도 되었고, 볕도 잘 든다. 점심을 먹으며 우영우 2부를 보았다. 혼자 봐서 그런가 더 웃기다 ;; 고래가 꽤 괜찮은 동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관심이 생기게된 고래 하하
힘겹게 이사박스를 짤라 재활용품안에 넣고, 여름에 이곳에 두고갔던 바이올린을 꺼내보았다. 다행히 절정했고, 전면거울이 있어서 자세교정에, 거북목도 극복할 수 있다고생각. 집주인내외와 달리, 내바이올린은 많이 울렸다. 슈포어 악보를 좀 읽나보았는데 리듬을 재밌게 제시하는 사람이라 느꼈다. 그래도 일년내내 슈포어 하기는 재미없을거 같다…
한국에 갔을때 나와 유일하게 영상통화했던 조** 그리고 나의 한국행을 배웅해줬던 페도*와 주말 파리 저녁을 즐기게 됬다. 페네 집에서 브라우니 구떼(간식)을 하고, 조가 몇달동안 노래했던 mangez et cassez vous (먹고 꺼져…라는 막 부드럽진 않은 집) 라는 버거집은 굉장히 저렴한 가격의 홈메이드 버거인데, 조그만한 홀에 비해 줄이 밖까지 길게 늘어서있었다. 여러곳에 체인이 있었지만 우리는 11구로 갔다. 메뉴 중 재료와 맛을 고려했을때 페와 나는 4번 bad mother f*****…. 를 골랐는데 주문할때 페도는 베드 마더… 라고 말했고 나는 4번 달라했다 ㅋㅋㅋㅋ
파리는 변한게 없어보였는데 나는 왠지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아직 여름의 기운이 들썩였고, 마스크 낀 사람들은 극소수였고, 주말 저녁 버거를 먹기에 적합한 곳은 근처 place de la nation뿐이었는데, 우리말고도 다들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룹지어 온 노는언니오빠들이 많았다. 우리 옆에는 이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애가 혼자 보드카 한병과 와인잔을 들고와 마시고 있었고, 어떤 남자앤 우리보고 ‘이쪽으로 와줄수 있어?’ ‘내 담배좀 말아줘’ 하고 했다. 친구들은 내게 이런 파리.. 어때 그리웠니? 하고 우스갯소리로 물었지만, 이 때문은 아니고, 그저 내가 살아가고 있는 내 삶이기에 돌아온것이라 나 혼자 대답했다.
조는 늘 재미있고 밝은 친구고, 페는 늘 주변 친구들을 몰심양면으로 서포트해주는 사람이다. 기나긴 공부끝에 첫 직장을 얻은 조, 곧 서른살 클럽에 가입하는 페도.
오늘 읽은 말씀 전도서 3장을 나눴는데-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잘 먹고 잘 마시고 내게 주어진 일을 즐겁게 해내는 것이라는 말씀을- 오늘 잘 적용하며 살았다고 친구들이 격려해줬다. 잘 먹고 마시는 것은 혼자 하기에 나에겐 좀 어려운 일인거 같은데 함께라서 감사하단 생각도 들었다.
테이킷 이지. 나의 새학기 목표이다. 즐겁게, 가볍게- 지내보자 프랑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