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서늘하다.
하지가 지난 지 며칠이고, 다음주면 소서지만
해뜨기 전 바람은 나몰라라 능청을 떤다.
밤새 뜨겁게 불태웠던 청춘들의 술골목은
새벽녘에나 한풀 꺾였나 보다.
주점 앞 가로수 메타세콰이어 둥치엔
아직도 아사히캔이 은빛으로 반짝이기에
눈길 하나 힐끗 던져본다.
지구가 자석이란다.
맨발로 걸으면 자석 표면과 직접 닿아
몸속 피흐름을 더 재촉한단다.
물기가 있을 때 걸으면
서로 움직임이 더 활발하다 하여
시작한 지 이틀째. 겨우 이틀이지만
첫걸음은 언제나 위대하다.
지구를 들어올릴 기운으로 출발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여름꽃, 도라지.
개미 한 마리 잡아넣고
발갛게 각시방 불을 키곤 하던 별꽃이다.
다섯 송이 시선이 제각각으로 끌린다.
다시 보니
피고 지는 시기도
저마다 다 따로따로.
아직 눈도 뜨지 않은 우윳빛 젖먹이,
연보라를 희미하게 머금은 꼬맹이,
세상을 향해 꽃잎을 서서히 열고 있는 청춘,
온몸으로 활짝 펼치고 뽐내는 장년,
뜨겁고 화려했던 순간들을 알알이 씨앗으로
단단하게 익어가는 노년.
도라지꽃대에 일생이 송이송이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