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마이 프레셔스!

by J Eundal

“연락할게, 밥 한번 먹자.”

어른이 되어 가장 많이 한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글이라는 꿈도 비슷해졌는지 모른다. 당장 만날 수 있지만 연락하지 않고, 쓸 수 있지만 쓰지 않는, 하지만 가슴 한편에 늘 자리하는 존재.

단숨에 10년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스물 후반. 이미 위시 리스트에 담겨 있던 ‘작가’란 꿈이, 마흔을 앞둔 지금까지 삭제하지도 구매하지도 못한 채로 푹 익은 모양새다. 인터넷에 쏟아지는 다양한 컨텐츠를 보며 하게 되는 신기한 경험은, 과거엔 뭐라 표현하기 어려웠던 내 상황이나 감정에 이름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게으른 완벽주의자 말기 환자로 진단했다.


‘나는 한강 작가도, 노희경 작가도 아니다. 아무 기대하지 말고 그냥 쓰기나 하라’며 스스로를 다그친다. 그럼에도 나는 무엇을 기대하는 것이며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막연히 ‘나이가 들면 무엇인가는 되어 있지 않을까?’ 하며 허공에 낭비한 시간 속에 작가란 꿈이 점점 무색해진다.


사실 삶의 구석구석에, 내게도 (사소할 수 있는) ‘작가님’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가령 대학 졸업 직후 보도국에서 막내 작가를 했던 시간이라던가, 드라마 보조작가 면접을 보던 때 그리고 대망의 브런치 심사에서 통과했던 순간들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글로 생업을 꾸려갈 수 있을까, 우선 후퇴하지만 글에서 멀어지지 말자는 결심으로 9 to 6, 지옥철의 직장인이 되었다.


언제부턴가 소망들은 점점 작아지고 촘촘해진다.

습관처럼 내뱉던 ’언젠가‘를 점차 아끼게 되었고, 결코 당연하지 않았던 ‘오늘’이란 시간들로 엮는 것이 삶이란 걸 깨닫는다.


365개의 하루, 그렇게 다시 10년에 이르는 사이

나의 위시 리스트엔 많은 것들이 채워지고 또 비우는 것을 반복하겠지만

최소한 나의 오랜 꿈은 이제 그 곳에서 꺼내 옮겨주려 한다. 브런치로.


단 한 줄을 써도, 그러다 잠적을 해도

작가님의 글이 그립다며 눈물만 흘리는 작고 소중한 브런치.

더는 울리지 않겠다는 작은 결심으로. 가볍게,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