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순두부찌개를 끓이다
너는 오늘 퇴근이 늦다. 나는 무슨 국을 끓일까 고민하며 집으로 향한다. 살 것도 정하지 않은 채 마트를 두어 바퀴쯤 돌다가 순두부 하나와 팽이버섯 한 봉지를 고른다. 오늘 메뉴는 순두부찌개다.
다용도실에서 양파를 하나 꺼내와, 반은 잘게 채를 썰고, 반은 먹기 좋게 토막 낸다. 대파 썰어 놓은 것을 냉동실에서 꺼내 더 잘게 다진다. 애호박 절반 정도를 잘라 반달 모양으로 썰어 놓는다.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파와 채 썰어놓은 양파, 다진 마늘을 볶는다. 달큰한 냄새가 삽시간에 퍼진다. 충분히 기름을 내고 고춧가루를 넣고 더 볶는다. 갑자기 퍼지는 매운 냄새에 재채기를 두어 번 한다. 물을 붓고 한소끔 끓이다가 순두부와 애호박, 양파를 쓸어 넣는다. 액젓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팽이버섯과 청양고추, 달걀을 톡 깨서 넣는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는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전기밥솥에는 밥이 한 공기 남아있다. 싹싹 긁어 밥그릇에 담는다. 손이 가는 반찬 몇 가지를 냉장고에서 꺼낸다. 보글보글 끓는 찌개를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한술 떠서 입에 넣어보니 크으- 소리가 절로 난다. 간이 적당하고 얼큰한 게 딱 네가 좋아할 맛이다. 하지만 너는 오늘 퇴근이 늦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열심히 놀리며 묵묵히 밥그릇을 비워낸다. 함께였다면 더 소란스러웠을 식탁에 크으- 소리만 요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