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가 죽고 나서야 무덤덤해진 공허감
“나는 엄마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 입으로 말해 본 적이 거의 없어.”
그 말을 하니, 왁자지껄한 술집의 공기가 멈춘 것 같았다. 술잔을 들고 있던 친구의 손이 멈췄고,
눈동자가 커졌다.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이고,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래도 친구들은 내가 어머니가 안계시다는 걸 안다. 그래서인지 나의 가정사를 누구도 먼저 나에게 물어보진 않았다. 최소한 나를 아는 이들은.
“진짜?”
어쩌면 나도 이 말을 뱉은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술기운 덕에 입 밖으로 나왔을 뿐이었다.
“왜?”
“눈물이 나서.”
어렵게 말을 내뱉었다. 목이 잠기고, 눈가에 뜨거운 것이 맺혔다.
지금 생각해 보니 친구도 당황했겠다.
나는 그냥
그저 한 번쯤 말해 보고 싶었다.
'나는 엄마라는 말을 못 뱉는다고..'
“그렇게 힘들었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이렇게 울컥할 일인지.
서글펐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나는 ‘엄마’라는 단어를 가슴 깊이 묻어 두었다. 마치 실어증에 걸린 사람처럼, 그 단어는 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엄마’라는 두 글자는 너무 무겁고 날카로웠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나는 대신 ‘누구 어머니’나 ‘누구 어머님’ 같은 유사한 단어를 쓰며 살았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나는 항상 속으로 생각해 왔다
“엄마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때는, 그 말을 들어줄 대상이 있는 거잖아. 근데 그 대상이 없으면, 그 말을 어떻게 하겠어?”
‘엄마 보고 싶다.’ 이조차도 마음속으로 크게는 못 소리치지 못했다. 하늘에 계신 엄마가 들으시면 마음 아파하실까 봐.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이 단어는 여전히 나를 그 시절 고2 철없던 사춘기 소년으로 되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