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말을 못 했던 40대 남자의 이야기

가족 모두가 죽고 나서야 무덤덤해진 공허감

by 삼삼오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말

“나는 엄마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 입으로 말해 본 적이 거의 없어.”




그 말을 하니, 왁자지껄한 술집의 공기가 멈춘 것 같았다. 술잔을 들고 있던 친구의 손이 멈췄고,

눈동자가 커졌다.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이고,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래도 친구들은 내가 어머니가 안계시다는 걸 안다. 그래서인지 나의 가정사를 누구도 먼저 나에게 물어보진 않았다. 최소한 나를 아는 이들은.




“진짜?”




어쩌면 나도 이 말을 뱉은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술기운 덕에 입 밖으로 나왔을 뿐이었다.




“왜?”






“눈물이 나서.”





어렵게 말을 내뱉었다. 목이 잠기고, 눈가에 뜨거운 것이 맺혔다.

지금 생각해 보니 친구도 당황했겠다.




나는 그냥

그저 한 번쯤 말해 보고 싶었다.




'나는 엄마라는 말을 못 뱉는다고..'



“그렇게 힘들었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이렇게 울컥할 일인지.

서글펐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나는 ‘엄마’라는 단어를 가슴 깊이 묻어 두었다. 마치 실어증에 걸린 사람처럼, 그 단어는 내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엄마’라는 두 글자는 너무 무겁고 날카로웠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나는 대신 ‘누구 어머니’나 ‘누구 어머님’ 같은 유사한 단어를 쓰며 살았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나는 항상 속으로 생각해 왔다




“엄마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때는, 그 말을 들어줄 대상이 있는 거잖아. 근데 그 대상이 없으면, 그 말을 어떻게 하겠어?”






‘엄마 보고 싶다.’ 이조차도 마음속으로 크게는 못 소리치지 못했다. 하늘에 계신 엄마가 들으시면 마음 아파하실까 봐.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시간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이 단어는 여전히 나를 그 시절 고2 철없던 사춘기 소년으로 되돌린다.





Prologue



18살 어머니

24살 형

41살 아버지



나이 40이 넘으면

다 큰 어른이 될 줄 았았지만



세상에

혼자가 될 줄 몰랐고



나는

아직 어린애이고 싶다



사람을 잃은 상처는 치유되지 않고

그 상처는 깊어진다



아물 줄 알았던 상처는 다시 패이고

이내 굳은살이 붙을 것 같지만

상처는 곪고 낫는데 더 오래 걸린다



행여 죄지은냥

상처를 가리고 숨긴다



들키면 안되는 것 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아픈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