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사랑이란 손위 사람이 손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말하는데 보통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내리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부모가 자식을 다 키워놓으면 그 자식이 부모한테 하는 것보다는 그의 자식 즉 손주에게 보다 큰 사랑을 쏟는 것을 못마땅해할 때 주로 이 용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자식들 힘들게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다고도 하고 또 네 자식한테 하는 것의 반만큼만 이라도 부모에게 신경을 써 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런 내리사랑이 이 세상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이다. 즉 사람이나 동물이나 계속 대를 이어가기 위하여는 이런 내리사랑이 정말 없어서는 안 될 가장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된다.
만일 부모가 자식한테 큰 사랑을 주면서 키웠는데 이 자식이 부모에게 그 은혜를 갚겠다고 받은 사랑을 모두 부모에게 되돌려 주고 자기 자식에게는 사랑을 베풀지 않는다면 그 가족은 당대에서 끝나지 계속 존속하기가 힘들 것이다. 반면에 부모에게 자라면서 받은 사랑을 자식들에게 모두 쏟고 또 그 자식이 또 그의 자식들에게 받은 사랑을 베푼다면 이런 사랑은 대를 이어서 이어질 것이고 이런 가정은 크게 번성하리라 생각된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자기 자식만 아끼고 부모에게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자식들이 야속하기도 하겠지만 이런 내리사랑이야 말로 조물주가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이 세상이 계속 대를 이어서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드신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생각된다.
내가 개인적으로 부모한테 받은 사랑을 얼마나 되갚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만일 부모한테 받은 사랑을 금액으로 환산해서 그것이 원금이고 여기에 이자를 감안한다면 나는 이자도 제때 못 갚아서 지금은 밀린 이자가 쌓여서 원금을 갚기는커녕 오히려 갚아야 할 금액이 눈덩이처럼 커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내 부모님은 정말 자식들에게 소위 말해서 올 인을 하셨고, 또 그 당시는 금리가 약 20% 수준을 상회하였으니 아무리 내가 바둥거려 보았자 내가 갚아야 할 금액은 이미 천문학적인 금액이 되었을 것이고 아마도 나는 파산 선고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주변에서 나를 보고 불효한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효자라고 하는 사람까지도 있다. 그만큼 부모한테 받은 사랑을 모두 부모한테 되돌려 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다.
내 생각에 부모한테 받은 사랑을 이자라도 밀리지 않고 갚는 사람은 효자 소리를 들을 것이고 원금까지 일부라도 상환한 사람들은 아마도 정부에서 효자상이라도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내가 부모한테 받은 이런 막대한 사랑을 갚지도 못한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바로 이런 받은 사랑을 내 자식한테 다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더 구차한 변명을 대자면 자식한테 모두 주느라 부모한테 갚을 것이 부족했다고나 할까.
이제 내가 나이가 들고 또 자식들이 다 성장하고 보니 이런 대를 이어서 이어지는 내리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사랑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내 딸과 아들에게 항상 이런 이야기를 해 준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라. 나는 이미 너희들이 5세 될 때까지의 기간 동안에 다 받았다. 너희는 미래의 너희 자식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 주어라. 그리고 너희도 자식들에게 준 사랑을 되돌려 받을 생각 하지 말고.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조금씩이나마 기부라는 것을 할 때 반드시 익명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만일 나의 이름을 밝히고 누군가를 도와주게 되면 그 사람은 나에게 고마워하면서 동시에 나한테 빚을 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형편이 좋아졌을 때 나한테 감사하다고 하면서 그 빚을 갚는다면 그것도 아름다운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그 사람과 나와의 채권 채무 관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익명으로 하면 그 사람은 누군가에게서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할 것이고 본인이 그 빚을 갚기 위하여는 또 이 사회의 누군가에게 기부를 한다면 그래서 이런 기부들이 릴레이처럼 번진다면 그것이야 말로 의미 있는 기부가 아닐까?
같은 원리로 내가 자식들에게 베푼 사랑이 계속 내리사랑으로 이어져서 자자손손 내려가기를 희망한다. 물론 나도 사람인지라 자식들이 후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그 자식한테만 온갖 정성을 쏟는다면 약간 성질도 나겠지만 그렇다고 나의 소중한 사랑이 단순히 내 자식들과 나와의 채권 채무 관계로 끝나기는 정말 원치 않는다.
내리사랑이야 말로 인간 세계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가장 의미 있는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