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운영꽃
소녀는 며칠째 보이지 않았습니다.
소년이 돌아오는 길가에는 개나리 진달래꽃이 지자 대신 새잎이 성큼 돋아났습니다. 서낭당에 나부끼던 오색 천들과 돌무더기 위에 얹혀 있던 형체들도 이제는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렸습니다.
자운영도 논밭을 가는 힘센 기계에 조각조각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소년은 논둑에 쪼그리고 앉아 두 손을 턱에 괴고 땅속으로 묻혀 가는 얼마 남지 않은 자운영 무더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발아래 물웅덩이로 자운영 화환을 머리에 쓴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명자야!’
‘······.’
‘네별은······.’
기계음과 함께 소녀는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안 돼.’
소년은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돌을 징검다리 삼아 개울을 뛰어넘었습니다. 비탈길을 달려 둥구나무 밑을 지났습니다. 밭고랑을 따라 소녀의 집으로 달렸습니다.
‘김명자, 김명자.’
그러나 집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울타리 너머로 까치발을 뜨고 들여다보았지만 짖어 대던 개도 보이지 않습니다.
저녁을 먹으면서 동생이 말했습니다.
“형아, 우리 동네 새로 온 누나네 이사 갔다.”
“응?”
“오늘 아침에.”
엄마와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불쌍한 애야, 홀어머니가 심장병이라던가.”
“글쎄 말이오, 요양한다고 왔는데 요즈음 더 심해졌다지요.”
“여자애도 그 뭐라더라 어쨌거나 안 좋다던데.”
소년은 반쯤 먹던 밥그릇에서 슬그머니 수저를 놓고 사립문 밖으로 나와 돌담에 기대섰습니다. 별들은 어제처럼 각자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동생도 따라서 나왔습니다.
“형아, 속상해?”
“······.”
“누나 외삼촌이 멋있는 차를 타고 와서 데려갔다, 무척 부자래.”
“······.”
“내일 다른 사람들이 이사 올 거래.”
“······.”
“형아, 누나별 찾고 있었지?”
“······.”
소녀의 집 위로 한 개의 별이 꼬리를 달고 자운영 논을 가로질러 달려갑니다.
‘저 별은!’
그 순간 소년은 팔짱을 내렸습니다. 눈이 재빨리 별똥별을 따라갑니다. 초승달이 별을 담았습니다. 머무른 곳은 저 산 너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