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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화 Dec 27. 2023

내 나이 마흔 즈음에

<엄마는 사십사 살> 작가의 말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라는. 1994년에 발표한 곡이니 64년생인 김광석이 자신의 나이 서른 즈음에 발표한 곡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결혼 적령기도 높아지고 평균 수명도 높아져서 그때 노래하던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던 나이는 서른 즈음이 아니라 마흔 즈음이 아닐까. IMF 시기에 취업했고 결혼생활과 육아로 정신없었던 시간이 지나고 잠시 숨 고를 틈도 없이 맞은 40대의 헛헛한 마음을 나는 글을 쓰며 채워갔다.     

 『엄마는 사십사 살』은 그런 이야기를 담았다. 대단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오히려 내가 더 자라느라 아웅다웅하는 모습,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돌고 도는 돈, 행복한 만남과 아픈 이별이 있는 주변 사람들 풍경, 그리고 놓을 수 없었던 꿈, 그저 그런 사람 사는 이야기다. 그게 인생이고 그런 게 비어가는 가슴을 채워주는 게 아닐까?

 글쓰기를 가르쳐주신 스승님은 글을 쓰려면 디테일이 있어야 하고 그 디테일은 관심에서 나오며 관심은 애정에서 나온다셨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과 인생을 사랑하라고. 되먹지 못한 인간이 좋은 수필을 쓸 수 없으니 먼저 인간이 되라고. 그래서 나는 뒤늦게 내 인생을 좀 더 사랑해보고자 했었고 주변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아픈 이야기도 꺼내어 스스로 치유할 수 있었고, 애써 외면했던 미운 마음도 털어놓고 위로받았다. 그런 과정에서 어쩌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이 또 다른 사십사 살 엄마에게 공감의 한숨으로 위안이 되길, 그 시기를 지나온 엄마에게는 추억의 미소로 위로가 되길 바란다. 그런 엄마를 가진 모든 이들이 한 번쯤 고개 끄덕여주길 바라는 욕심도 부려본다.

 한 권의 책을 내기까지 수없이 많은 초고를 애정으로 보아준 글벗들께 지면을 통해 말로 다 하지 못할 고마움을 전한다. 글쓰기뿐 아니라 인생을 가르쳐주신 스승님께 그동안 표현 못 한 깊은 존경과 감사를 전하고 싶다. 늘 일하고 공부하는 바쁜 엄마를 보며 투정 없이 사랑스럽게 자라고 있는 삼남매와 항상 같은 모습으로 곁을 지켜주는 남편에게도 감사를 보낸다. “엄마는 사십사 살인데도 학교에 다녀?”라고 물었던 일곱 살 막내아들은 어느새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고, 40대의 마지막 해에 책을 내게 되어 기쁘다. 친정과도 같은 ‘한국산문’에서 출판하게 되어 이 또한 감사하고 행복하다.     

 “작가, 작가아…, 노래를 부르더니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으로 기어이 책을 내는구나.” 하며 누구보다 좋아하셨을 엄마가 여전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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