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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희정 May 21. 2020

간호사가 담배 소굴에 빠진 날

엄마 간호사의 좌충우돌 방문 일기

그런 날이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날. 어제도 딱 그런 날이었다. 먹구름이 잔뜩 끼더니 화창한 구름을 보기도 하고,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볕을 마주한 날이었다. 하루 사이에도 수 십 번을 변화하는 하늘에 구름처럼, 나의 기분도 딱 그랬다. 아침 9시 전 출근 방문을 한다. 매일 방문하는 가정집에서 방문간호를 하고 다음 가정 방문지로 향하기 위해 나섰다. 오늘의 일정은 총 4곳. 인천, 일산, 서울이다. 나는 집은 김포지만 방문 지역이 꽤나 넓다. 이곳저곳을 다 다닌다.

학원강사로 근무하는 남자 환자는 코골이가 매우 심하다는 배우자의 권유로 수면다원검사를 받았다. 수술보다는 양압기 착용을 권장받고 방문 세팅 교육을 했다. 영어로 요즘 힘들어하는 아이 생각이 나서 환자에게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서울로 향하는 길, 잠시 밥을 먹고 회사 일정으로 데이터 확인이 필요해 잠시 일산 교보문고에 들렀다. 바깥은 추적추적 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이럴 때는 큰 건물에 주차를 하는 것이 용이하다.


비 오는 날의 미트볼 토스트. 이전에 한번 사간적이 있다. 남편이 미트볼을 워낙 좋아하니(고기란 고기는 모두 좋아한다) 한번 포장해 간 것이다. 배가 고파한 입 베어 물었는데 어라, 맛있다? 그때 느낀 촉촉하고 부드러운 미트볼의 식감 때문인지 오늘은 방문 일정에 쫓겨 시간도 없으니 앉아서 컴퓨터 하면서 토스트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을 선택한 것이다.

일산 교보문고에는 카페가 여러 곳 있는데, 오늘 방문한 곳은 토스트 전문점이다. 카야 토스트, 미트볼 토스트가 있고 각자 스탠드 조명을 켤 수 있는 각자의 공간이 있어 나 이외에도 공부를 하는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 주로 자리하는 곳이다.

미트볼 토스트는 양이 꽤나 많다. 남편 같았으면 세 번만에 꿀꺽 먹어치웠을 양을, 나는 한 입 한 입 조금씩 베어 물었다. 워낙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소화 또한 잘 못 시키는 나다. 그래서 이전에는 꾸역꾸역 음식을 다 먹고 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늘은 두 입 정도의 양을 남기고 식사를 마무리했다. 나의 양을 알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점심을 간단히 토스트로 해결하고 다음 가정 방문지로 향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환자의 집에 방문했다. 함께 거주하는 딸의 모습도 보인다. 마스크를 처음부터 끝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나도 마스크를 착용할 때 말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불편하지만 환자의 안전, 그리고 나의 안전을 위해서 끝까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양압기 기기를 풀고 환자의 수면 기록 검사를 펼쳐보았다. 무호흡 지수도 있었고 특히 주간졸음이나 불면증을 특히 호소하고 있었다. 환자의 딸도 폐쇄성 무호흡증이라 부모님도 검사를 받아 보았는데 뜻밖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코골이가 평소에 심했던 아빠보다 별 탈 없이 자는 것 같았던 엄마에게서 무호흡 지수가 크게 나와서 놀랐다고 한다. 평소 코골이도 영향이 있지만, 실제 무호흡이 있는 환자들을 만나보면 코골이보다는 사실 무호흡이 더욱 몸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런 경우 본인이나 가족이 확인하기는 어렵다. 코골이가 심하면 증상이 있기 때문에 신경과나 이비인후과에 가서 검사를 받게 되어 진단이 빠르다. 하지만 무호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딱히 없어서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이런 경우 특히 주간졸음이나 불면증, 뇌경색, 고혈압 등의 증상이 있다면 병행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한 번쯤 받아보고 정확한 나의 수면상태의 질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환자분의 경우는 딸의 권유로 수면다원검사를 받았고 수면무호흡이 있어 다른 증상(주간졸음이나 불면증, 밤에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경우도 포함)이 나타날 수 있음을 인지했다. 이제라도 양압기 사용을 처방받고 실제로 착용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제대로 된 산소가 몸으로 전달받지 못하면 뇌와 심장혈관에 무리가 가고 이런 경우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다 보면 뇌경색, 심근경색, 혈압, 혈당조절 관리가 안된다. 약으로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인 문제가 이미 잠재하고 있는 것인데, 이런 경우는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나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방법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나의 설명을 상세히 듣고 질문사항도 많았다. 일일이 환자와 보호자의 질문사항을 들어보고 확인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상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나의 설명을 들은 환자는 내심 안심하는 모습을 보였고 열심히 양압기를 연습하면서 적응하겠다고 했다. 나의 설명대로 잘 따라와 주는 환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거주자 우선주차 위반딱지

감사하다는 의미로 사과주스를 하나 받아 나왔다. 2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주차한 나의 차로 돌아왔다. 다른 간호사와 통화를 하느라 내 차가 주차된 곳을 한번 지나치고 다시 돌아온 것이다. 나의 자리에 딱 앉았는데 앞에 무언가가 붙어있다. 설마.. 설마.. 하면서 내가 본 것은.

거주지 주차위반 딱지였다!!! 하하!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단독주택가나 빌라가 많은 동네에서는 방문간호를 할 때 매번 애를 먹는다. 주차할 자리가 없고 설사 있더라도 주차하고 차를 빼기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런 경우를 마주할 까 봐 일부러 환자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거주기 우선 주차구역의 빈 공간이 있어 차를 댄 것인데 아뿔싸!

다행인 거 4시간이 적용이 되어 7200원 정도의 벌금이 부과되었다. 거주지 우선이긴 하지만 내가 방문을 다니는 시간은 거의 평일 차가 거의 없는 시간대로 주차를 해도 괜찮을 줄 알았던 것이다. 나의 착오였다. 하지만 나는 편하게 주차를 하고 싶었고 마침 그 자리에 공간이 있어서 주차를 한 것이다.


오늘의 마지막 방문지인 서울 양천구를 향했다. 다행히 거리가 멀지는 않았지만, 으레 그렇듯 차가 막히는 도로였다. 십여분을 달려 환자의 집 근처에 도착했다. 이 곳도 주차할 공간이 마땅치 않았다. 거의 쓰러져가는 연립주택가 근처에 차를 댔다. 여기도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이다. 하지만 연립주택에 사는 환자는 방문한 것이니 혹시라도 위반 경고장이 날아오면 사유를 적어낼 생각이었다. 환자 방문을 왔으니 주차를 한 것이라고 사정을 말하려고 했던 것이다.

차 안에서 환자와의 방문시간을 기다렸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 명의 간호사가 그만둔다고 한다. 서울 은평구를 담당하기로 했었는데, 강서구 쪽 환자 방문을 다니다 보니 오가는 시간만 두세 시간 가까이 걸리고 대중교통(버스나 지하철)으로 기기와 마스크, 각종 짐들을 가지고 다니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해가 나고 날이 좋은 경우는 다행이지만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간호사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내가 말했다. "쉬운 방문일은 아니라고" 양압기 방문이 언뜻 보면 간단하고 쉬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환자의 상황이나 컨디션, 성격도 다르고 매번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사람을 방문하는 일이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가 양압기라는 기기 특성상 박스채 운반해야 하고 내가 택배기사인가?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올라오기도 하니까 말이다.

정장을 빼입고 직장인들 사이에서 나의 행색은 어느 누가 보아도 택배기사니까 말이다.

어쨌든 마지막 방문 환자가 사는 109호로 카트를 끌면서 들어갔다. 띵동~ 양압기 간호사입니다. 내 소개를 하고 문을 여는 순간! 허업! 참을 수 없는 공기가 내 코를 막았다. 그 냄새는 담배냄새에 찌든 아주 고약한 냄새였다. 현관문을 사이로 이곳의 공기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코로 숨을 내뱉기에 바빴다. 코로 절대 들 이마 쉬지 말아야지 생각하면서 입으로만 뻐끔뻐끔 공기를 내쉬면서 또 내뿜었다.

담배의 향연이 펼쳐졌다. 환자의 몸은 거대했고 발바닥은 다 벗겨져 있었다. 예상한 대로 컴퓨터 위에 종이컵에는 담배들이 꽃꽂이 하듯 많은 개수의 개피가 꽂혀있었다. 담배연기가 자욱한 피시방을 연상하는 모습이었다. 코에 심한 악취를 달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함께 거주하는 여자? 남자는 방 안에서 자고 있었다!


좁디좁은 집 안쪽 방 한 칸에서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 콘센트를 발견하고 드러누워있는 남자? 여자 옆에 양압기 박스를 내려두었다. 이런 적은 익숙한 상황이긴 하지만 매번 마주할 때마다 새롭다. 오늘의 담배연기, 담배냄새를 더더욱 참기가 힘들었다. 양압기 박스를 아무렇지 않은 듯 개봉하고(환자 앞에서 냄새 때문에 손사래를 칠 수는 없기 때문에) 얼른 자리를 뜨자 하는 마음으로 서류부터 작성했다. 카드번호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서류부터 하면 좀 더 빨리 끝나고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차근차근 서류작성을 진행하고 마스크를 라지 사이즈를 착용해보았다.

평소 비염이 심했던 환자는 쓰자마자 답답함을 호소했다. 코로만 호흡해야 하는 양압기는 입을 벌리게 되면 바람이 새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착용하고 연습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잠을 잘 때 원래 쓰느거지만, 환자의 상태상 깨어있을 때도 30분~1시간씩 적응하면서 연습하면서 쓸 수 있도록 격려했다.

양압기 사용방법을 설명하고 이제 거의 교육이 끝나간다. 잠시 집 근처 주민센터에 간다고 아까 누워있던 남자? 여자가 들어오더니 나에게 몽쉘 2개와 조지아 커피 하나를 건넨다. 수고하신다고 감사하는 의미로. 따듯한 마음을 받은 기분이다. 담배냄새로 괴로워하던 나였는데, 이런 조그마한 마음 하나가 배려하나 가 마음을 녹이는 것 같다. 감사하다고 받아 들었다.

그렇게 오늘의 방문도 마무리했다. 주위 공기에 따라 내 몸이 적응하는 것일까? 특히 후각은 예민한 부위기도 하고 적응도 금방 되는 부위기도 하다. 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오니 산뜻한 공기가 느껴진다. 내 코 앞을 아우성치며 막고 있던 담배냄새 군단이 모두 해체된 기분이다. 산뜻한 공기가 내 콧구멍 속으로 들어온다. 집을 나오자마자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상쾌한 공기를 한참이나 들이마셨다. 산소가, 공기가 이토록 좋은 것이었구나.

담배냄새로 물들어진 마스크는 애석하게도 쓰레기통으로 버려졌다. 이미 담배냄새에 너무 찌들어 나의 옷과 머리에도 냄새가 계속 붙어 다녔다. 운전을 하면서 창문을 활짝 열고 에어컨을 켜도 몇십 분 동안이나 나의 곁에 머물렀다.


주차위반 딱지를 받고 담배연기 소굴로 들어간 오늘. 사람의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오늘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업실패로.. 이야기하는 마지막 방문환자가 잠시 떠오른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상황이 있듯, 그리고 나에게 간식을 건네준 따듯한 마음씨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향기를 뿜어내고 있을까? 나를 계속 따라다니게 만드는 냄새는 좋은 향기였으면 좋겠다. 내가 마주하고 만나는 환자들에게도 좋은 향기를 내뿜는 그런 간호사가 되고 싶다. 나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가 환자들의 마음에도 따듯한 향기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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