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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Oct 02. 2020

부모님이 병원에 계신 나의 첫 명절

부모님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 #1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은 10월 첫날의 추석 풍경을 달라지게 했다. 특히 나와 남편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2020년 추석은 처음으로 아버님 없이 맞는 명절이 되었다.


보름 전이었다. 올해 팔순이신 나의 시아버지는 동네에서 길을 건너시다 트럭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머리 부분을 심하게 다쳐서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거쳐서 아직까지 의식이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로 병원에 계신다.


결혼한 지 십 년 차인 나에게 아버님은 양가 부모님 중 누구보다 자주 연락을 하고 좋은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알리는 인생의 선배나 친구 같은 분이다. 핸드폰을 거의 쓰지 않는 친정아버지와 달리, 일하는 며느리에게 방해될까 봐 전화 대신 종종 자상한 카톡을 남기시던 내 시아버지. 올해는 꼭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큰며느리와 함께 골프장에 가보는 게 소원이었던 만능 스포츠맨. 어디갈 때 차 없으면 태워달라고 연락하라고 하시던 자상한 분. 화초를 엄청 잘 기르시던 금손.


평생 나와 함께 알콩달콩 할 것 같았던 분이 지금 의식도 없는 채로 병원에 누워 2020년 추석을 맞았다.  


나의 부모님들이 평생 늙지도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곁에 있을 거라고 믿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명절 때에는 부모님의 건강하심에 감사했고 이 행복이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억울하게 다치실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놀랐다가 슬프다가 그리고 억울한 마음이 길게 남았는데, 추석이 되니 허전하다.


내년 설날, 추석에는 아버님이 가족들과 함께 하실 수 있을지 혹은 이번 추석을 시작으로 앞으로 영영 함께 하실 수 없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지금보다 더 회복되실 것이다. 그 회복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느린 회복의 길에서 나는 글을 쓰고 싶어 졌다. 내 멋진 시아버지를 기억하면서 나를 위로하고 또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




 체코 프라하 비투스 대성당의 겨울 풍경을 펜화로 그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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