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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낙서인간 Oct 09. 2020

부모님이 중환자실에 계신 주말... 무엇을 해야 할까

부모님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 #2

시아버지는 금요일 오전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응급실을 거쳐 중환자실로 가셨다. 이튿날 아침 일찍 중환자실에서 연락이 왔다. 밤사이 뇌출혈이 심해져서 응급수술을 해야 하니 보호자 한 명이 동의서 작성을 위해서 와야 한다고......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남편이 가족 대표로 병원에 가서 대기했다. 전공의 선생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동의서에 서명하고 수술실로 옮기는 잠깐 사이, 눈을 뜬 채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버님을 잠시 뵈었다고 한다. 서너 시간의 수술이 끝나고 주치의 선생님께서 수술 경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해주셨고, 오후 늦게 남편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 시간 나는 집안 정리를 조금 했고 두 가지 정도 반찬을 만들었다. 내가 느끼는 두려움과 슬픔을 기준으로, 아들로서 남편이 어떤 마음일지 상상해보니 더욱 걱정되고 슬퍼졌다. 동시에 내가 지금 울고 슬퍼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평상시 집에서 했을 법한 일들을 했다. 집안 바닥을 한 번 닦고 냉장고에 남은 재료들을 활용해서 반찬을 만들었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서 다음 주 강의 준비를 했다. 중간중간 가족들과 메시지도 주고받고, 친정 엄마와 통화하면서 함께 목놓아 울기도 했다.  


천천히 그리고 힘겹게 우리의 주말은 흘러갔다.  


원래 중환자실은 면회가 쉽지 않은 곳인데 2020년 9월의 중환자실은 아예 면회가 금지된다. 하루에 두 번 정도 중환자실 담당 간호사가 가족 대표에게 보내는 문자를 통해서 환자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상태는 안정적이고 코로 식사는 하셨고 회복 중이니 가족들도 건강 챙기면서 쾌유를 빌어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머리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혼자 투병하고 계실 아버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사랑하는 사람이 중환자실에 있는 주말은 시간이 더디게 간다. 날이 흐려도 슬프고 화창하면 또 울적하다. 일어나지도 않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상상과 막연한 희망이 뒤섞인다. 우리는 집안을 정리했고 시동생네 가족과 함께 식사를 했으며 늘 하던 대로 동네 산책을 했다. 우리의 마음을 읽을 수 없는 누군가가 본다면 평소 주말과 다를 바 없이......




※ 제가 오래전 유학생활을 했던 필라델피아의 Rittenhouse square를 그려보았습니다. 시간도 돈도 없던 시절, 여행은 엄두를 낼 수 없었고 주말이면 도심 한가운데의 이 작은 사각형 공원에서 한 주를 버텨낼 힘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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