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형 May 01. 2024

영화: 맨발의 이사도라(Isadora)

영원한 자유인으로 살아간 춤의 여왕

■ 개요


영화 <맨발의 이사도라>(Isadora)는 미국의 전설적인 무용가인 이사도라 던컨을 주인공으로 한 전기 영화로서 1968년 영국에서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서는 무용수로서의 이사도라의 성장과정, 결혼과 출산 등 그녀의 가정사, 소련의 젊은 시인과의 결혼과 소련 국적 취득, 그리고 사고로 인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전생애에 대해 차분히 그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이사도라 역은 영국 배우인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맡았다. 그녀는 원조 장고 역을 맡았던 이태리 배우 프랑코 네로의 아내이기도 하다.  


■ 이사도라 던컨에 대하여


먼저 이 영화의 주인공인 안젤라 이사도라 덩컨(Angela Isadora Duncan, 1978-1927)에 대해 알아보자. 이사도라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무용을 습득하였다. 그녀는 그때까지 전통의 틀에 얽매여 있던 발레에서 벗어나 자유무용을 창시하여, 현대 무용의 어머니라 불리기도 한다. 그녀는 무용가로서의 명성을 얻은 후 미국을 벗어나 유럽에서 순회공연을 하면서 세계적인 무용수로 평가받게 되었다. 절망에 빠져있는 국민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달라는 소련의 요청으로 소련으로 건너가 무용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노동자들을 상대로 춤을 추기도 하였다. 소련의 시인인 세르게이 예세닌과 결혼을 하고 국적을 소련으로 바꾼다. 이로 인해 그녀가 미국에 공연을 왔을 때 배신자라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하였다. 

이사도라의 댄스는 “자유 댄스”라는 한마디 말로 표현될 수 있다. 이전의 발레는 전통의 속박에 갇혀 있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자유롭고 자연적인 발레를 추구하였다. 그녀가 시카고의 무대에 섰을 때 그녀는 맨발과 반나체로 춤을 추었다. 이에 대해 관중들이 조소를 퍼붓자 그녀는 미국의 무용 풍토에 한탄을 하고 유럽으로 건너가 순회공연을 하였다. 유럽에서 비로소 그녀의 춤의 진가가 알려져 세계적인 무용수로서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 줄거리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이사도라는 어려서부터 돈을 벌기 위해 술집에서 춤을 추었다. 그녀의 춤 실력이 알려지면서 그녀를 출연시키려는 업소가 늘어났으며, 자연히 그녀의 평판도 높아졌다. 


어느 날 시카고의 유명한 무대에서 그녀에게 공연을 제안해 왔다. 이사도라는 그리스풍의 간소한 흰 드레스와 맨발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춤을 추었지만, 그녀를 보는 관객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관객들로서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발레와 전혀 다른 춤을 추고, 거의 반나의 의상으로 맨발로 춤을 추는 그녀를 보고는 천박하다는 야유를 보냈다. 그뿐만 아니라 무용이 끝난 후 비평가들의 평가도 가혹하였다. 이사도라는 이러한 관객들과 비평가에 휘둘리는 미국의 무용풍토에 실망하여 유럽으로 가기로 한다. 

유럽은 이사도라에게 있어서 꿈의 세상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추고 싶은 춤을 마음껏 추었다. 그녀의 새로운 춤을 보고는 관객들은 물론 비평가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사도라는 일약 최고의 무용수라는 평판을 얻게 된 것이었다. 무대뿐만 아니라 수많은 명사들이 파티에 그녀를 초대하였다. 이사도라는 이러한 초대에 마다하지 않고 응했으며,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사도라도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들을 거부하지 않았다. 


부자인 패리스 싱어는 이사도라에게 접근하는 수많은 남자들 가운데서 단연 이사도라의 마음을 끌었다. 패리스는 이사도라에게 구혼을 하였지만, 이사도라는 패리스와 함께 살기로 하면서도 한사코 결혼만은 않겠다고 한다. 이사도라는 패리스와의 사이에 두 아이를 갖게 되고 네 가족은 행복한 생활을 보냈다. 패리스는 이사도라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해주었다. 이사도라는 아이들에게 무용을 가르치는 학교를 운영하고 싶었다. 패리스는 이러한 이사도라를 위해 댄스 스쿨을 설립해 이사도라에게 운영을 맡겼다. 


그러나 패리스와의 이러한 행복한 생활에도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패리스는 이사도라와 항상 함께 하기를 원했지만, 유럽에서 이사도라를 부르는 무대는 너무나 많았다. 이사도라는 이러한 초청에 마다하지 않고 응하는데, 패리스는 이사도라에게 무대 대신에 가정에 좀 더 오래 머물러 달라고 부탁한다. 무대를 위해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려는 이사도라와 자신의 옆에 그녀를 두고 싶어 하는 패리스 사이에 틈은 점점 벌어져 마침내 이사도라는 패리스와 헤어지기로 한다. 그녀는 두 아이를 패리스에게 두고 홀로 집을 나왔다. 이사도라는 아이들이 못 견디도록 보고 싶었다. 그런 그녀에게 얼마 후 교통사고로 인한 패리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온다. 

패리스가 죽자 댄스 스쿨의 운영이 어려워졌다. 원래 경영에는 전혀 재능이 없는 이사도라로서는 댄스 스쿨을 운영한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댄스 스쿨은 재정적으로 점차 궁핍해져 끝내 문을 닫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사도라는 댄스 스쿨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댄스 스쿨을 건립하기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뜻밖에 소련에서 그녀에게 초청장을 보내온다. 댄스 스쿨 건립을 위한 모든 지원을 할 테니까 이사도라가 와서 아이들을 가르쳐 달라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고 했던 소련 당국이 그녀에게 지원한 것은 난방도 안 되는 낡은 학교 건물뿐이었다. 


두 말 않고 소련으로 달려간 이사도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너무나 비참한 현실이었다. 소련은 혁명이 끝난 후 국민들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도시들을 폐허 상태이며 많은 사람들의 굶주림에 시달렸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먹고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춤 같은 것은 사치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사도라는 그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친다. 혹독한 소련의 겨울의 추위에서 기숙사의 난방은 언감생심, 겨우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었다. 그렇지만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던 소련 주민들은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준다는 말에 아이들을 댄스 스쿨에 입학시키는 것이었다. 

소련 당국이 이사도라에게 노동자들의 모임에서 춤을 보여달라고 요청해 왔다. 이사도라는 기꺼이 그 요청을 승낙하여 춤을 추러 갔다. 판자로 만든 작은 건물에는 몇백 명의 노동자들이 입장해 있었고, 앞에는 초라한 무대가 만들어졌다. 이사도라는 그 무대에 올랐다. 춤을 추려 하지만 음악이 없다. 음악이 없이 이사도라가 춤을 춰 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이때 그곳에 있던 노동자 한 사람이 조용히 러시아 민요를 부르기 시작했다. 한 명 두 명이 이 노래를 따라 하면서 낡은 건물에는 힘찬 노래가 울려 퍼졌다. 그 모습을 본 이사도라는 노래에 맞춰 힘차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사도라는 소련의 예술인이 모이는 파티에 자주 참석하였다. 이곳에서 그녀는 자신보다 나이가 아래인 세르게이 예세닌이라는 시인을 알게 되며, 그에게 반한다. 이사도라는 세르게이와 결혼을 한다. 그리고는 국적을 미국에서 소련으로 바꾸었다. 얼마 후 이사도라는 미국의 초청을 받아 공연을 간다. 공항에서는 미국 시민들이 그녀를 열렬히 환영하였지만, 막상 무대에서는 그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다. 국적을 바꾼 배신자라는 것이다. 세르게이도 미국 시인의 모임으로부터 초대를 받아 간 모임에 갔으나 그곳에서 미국 시인들과 심한 언쟁을 벌인다.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노래하는 세르게이와 미국 시인들 사이에 다툼이 없을 수가 없었다. 


다시 소련으로 귀국한 이사도라와 세르게이는 얼마 못 가 이혼하고 만다. 이혼 후 유럽으로 온 이사도라는 많은 저명인사에 둘러싸여 파티를 즐기며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다가 어느 파티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젊은이를 먼발치에서 발견한다. 그와 즐거운 대화를 나눈 후 그의 차에 올라타고 자연 속의 도로를 달리며 흥겨운 기쁨을 만끽한다. 

그녀가 탄 차는 오픈 카이다. 이사도라는 긴 머플러를 날리며 흥에 겨워 노래를 부른다. 그때 길게 날리던 그녀의 머플러가 자동차 바퀴에 말려든다. 순식간에 머플러가 그녀의 목을 조르며, 결국 그녀는 질식사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세계적인 무용가의 너무나도 어처구니없는 마지막이었다. 


■ 약간의 감상


이 영화는 전기 영화이므로 극적인 내용이 많지 않아 감상을 하다 보면 조금 따분한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도라 던컨의 춤을 구경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계속 보았다. 그런데 배우가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하였다고 하여도 진짜 이사도라 던컨만큼 춤을 잘 출 수는 없다. 영화 속의 춤 장면은 이사도라 본인의 춤이 아니라 배우의 춤이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영화를 보다 보면 자꾸 진짜 이사도라의 춤인양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목은 이사도라가 소련의 노동자 집회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다. 빈곤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소련 노동자들이 이사도라의 춤을 보기 위해 초라한 집회장에 모였다. 음악이 없어 이사도라가 춤을 제대로 못 추자 그들은 목소리를 맞춰 러시아 민요를 힘차게 부른다. 노동자들의 합창에 힘을 얻은 이사도라는 혼신의 힘을 다해 힘차게 춤을 추기 시작한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판도라와 플라잉 더치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