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Ep 33
트라이아스기는 육상에서 지배파충류가 번성한 것과 마찬가지로, 바다에서도 파충류가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가 적응하기 시작한 '해양 파충류 진화의 황금기'이다. 초기에는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양서적인 모습이었으나, 후기로 갈수록 완전한 수중 생활에 적응한 형태가 등장하였다.
어룡류는 트라이아스기 해양 생태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한 집단으로, 오늘날의 돌고래와 유사한 유선형 몸 구조를 가졌다. 초기에는 차오후사우루스(Chaohusaurus)처럼 몸이 길고 뱀장어처럼 헤엄치는 형태에서 시작하였다. 트라이아스기 후기에는 쇼니사우루스(Shonisaurus)처럼 몸길이가 15~20m에 달하는 거대 어룡들이 등장하여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다. 어룡은 알 대신 새끼를 낳는 태생(Viviparity) 방식을 택하여 육지에 오지 않고도 일생을 바다에서 보낼 수 있었다. 또한 큰 눈을 가지고 있어 흐린 물속이나 어두운 심해에서도 사냥이 가능하였다.
주요 어룡과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쇼니사우루스 (Shonisaurus): 트라이아스기 어룡 중 가장 크고 잘 알려진 종이다. 몸이 길고 유선형이며, 현대의 돌고래와는 달리 등지느러미가 없었다. 길고 날카로운 부리 모양의 주둥이로 물고기나 오징어를 사냥하였다. 몸길이가 최대 15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였다.
• 심보스폰딜루스 (Cymbospondylus): 트라이아스기 초기에 나타난 어룡으로, 쇼니사우루스보다 원시적인 형태를 가졌다. 뱀장어와 유사한 길고 날렵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으며, 머리가 상대적으로 작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다. 몸길이가 6~10m에 달하는 중대형 포식자였다.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의 기룡류(鰭龍類, Sauropterygians)는 페름기 대멸종 이후 육지에서 바다로 돌아가 수중 생활에 적응한 파충류 집단이다. 이들은 훗날 쥐라기와 백악기를 지배한 수장룡(Plesiosaurs)의 직접적인 조상을 포함하며, 초기에는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양서적인 모습에서 점차 완전한 해양 생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기룡류'란 한자 표기 그대로 '지느러미가 달린 파충류'라는 뜻이다.
• 노토사우루스 (Nothosaurus): 오늘날의 바다표범이나 악어와 유사한 생태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긴 목과 물갈퀴 같은 발을 가졌으며, 육지와 바다를 오가며 사냥을 하였다. 주로 얕은 바닷가나 산호초 주변에서 서식하였다. 헤엄을 칠 때는 꼬리와 물개 같은 다리를 이용했으며, 필요시 육지로 올라와 휴식을 취하거나 알을 낳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 플라코두스 (Placodus): 몸이 단단한 장갑으로 덮여 있고, 조개나 소라의 껍데기를 부술 수 있는 크고 평평한 이빨을 가진 독특한 형태였다.
• 타니스트로페우스 (Tanystropheus): 엄밀히는 지배파충류 계열이지만 바닷가에서 서식하였다. 몸길이의 절반 이상이 목인 기괴한 구조를 가졌으며, 육지에 서서 긴 목을 바다로 뻗어 물고기를 사냥했을 것으로 보인다.
트라이아스기의 바다는 페름기 대멸종 이후 텅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무척추동물과 어류가 폭발적으로 진화한 시기이다. 해양 파충류가 정점에 있었다면, 그 아래의 생태계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동물들이 지탱하고 있었다.
암모나이트와 두족류는 페름기 말 대멸종이라는 절멸의 문턱에서 살아남아 중생대 해양 생태계를 재건한 주역들이다. 이들은 특히 진화 속도가 매우 빨라 트라이아스기의 세부 시대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척도가 된다.
• 암모나이트(Ammonoids)의 대부활: 고생대 말 대멸종 당시 암모나이트는 단 두세 개의 계통만이 간신히 살아남았으나, 트라이아스기가 시작되자마자 폭발적인 종 분화를 일으켰다. 트라이아스기 암모나이트의 가장 큰 특징은 세라타이트형 봉합선(Suture line)이다. 껍데기 내부의 격벽이 겉면과 만나는 선이 물결 모양의 단순한 엽(Lobe)과 톱니 모양의 안장(Saddle)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인 나선형 외에도 껍데기가 약간 풀린 듯한 형태나 고리 모양 등 다양한 변칙적인 형태들이 실험적으로 등장하였다.
• 벨렘나이트(Belemnites)와 초기 초형류: 오늘날의 오징어와 문어의 조상격인 두족류들도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기틀을 잡았다. 벨렘나이트는 몸 내부에 원뿔 모양의 단단한 초(Guard)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이 화살촉처럼 생겨 화석화된 것을 화살석이라 부른다. 껍데기를 몸 밖이 아닌 안으로 숨기거나 축소함으로써 저항을 줄였고, 이를 통해 포식자인 해양 파충류로부터 도망치거나 먹이를 쫓기에 유리한 빠른 기동력을 확보하였다.
• 앵무조개류(Nautiloids)의 잔존: 암모나이트의 먼 친척인 앵무조개류는 고생대의 영광에 비하면 세력이 위축되었으나 여전히 바다의 한 축을 담당하였다. 암모나이트가 화려하고 복잡한 봉합선을 만들며 급격히 변할 때, 앵무조개류는 단순한 격벽 구조를 유지하며 심해나 특정 안정적인 환경에서 살아남았다.
트라이아스기의 어류는 고생대의 원시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어류의 골격과 생태적 특징을 갖추기 시작한 '세대교체의 주역'들이다. 페름기 대멸종 이후 바다와 민물 생태계가 재편되면서 어류는 더욱 빠르고 민활한 포식자로 진화하였다.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물고기를 포함하는 조기어류가 이 시기에 크게 번성하였다. 트라이아스기의 초기 조기어류들은 대개 다이아몬드 형태의 단단하고 두꺼운 비늘을 가지고 있었다. 비르게리아(Birgeria)와 같은 대형 포식성 조기어류들이 전 세계 바다를 누비며 활동하였다.
상어와 가오리의 조상인 연골어류들도 독특한 형태로 진화하였다. 히보두스(Hybodus)는 트라이아스기부터 백악기까지 장수했던 상어의 한 종류이다. 입 앞쪽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뒤쪽에는 조개 등을 부수는 평평한 이빨이 있어 다양한 먹이를 섭취할 수 있었다.
육상 동물의 조상인 육기어류들은 세력이 다소 위축되었으나 실러캔스(Coelacanths)가 트라이아스기 바다와 민물에서 흔하게 발견되었다. 또한 대륙 내부의 건조 기후로 인해 강물이 마르는 상황이 잦아지자, 공기 호흡을 할 수 있는 폐어들이 크게 번성하였다.
고생대를 지배했던 사방산호와 바닥산호가 멸종한 자리에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육방산호(Scleractinia)가 처음 등장하였다. 이들은 탄산칼슘 골격을 매우 정교하게 쌓아 올렸으며, 수많은 해양 생물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산호초 생태계를 재건하였다. 트라이아스기 중기 이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산호초 지형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트라이아스기의 극피동물과 기타 해양 무척추동물은 페름기 대멸종 이후 생존한 소수의 계통이 바다 바닥을 다시 점유하며 현대적인 군집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 극피동물 (Echinoderms): 바다나리(Crinoids) 중에는 엔크리누스(Encrinus)와 같은 속들이 번성하여 '바다나리 석회암'을 만들기도 하였다. 현대적 성게의 조상과 불가사리류도 나타나 해저의 포식자 및 청소부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하였다.
• 연체동물 (Mollusks): 이매패류(조개류)는 완족동물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였다. 특히 굴의 초기 형태나 클라라이아(Claraia) 같은 종들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며 광범위하게 분포하였다.
• 완족동물 (Brachiopods): 고생대 바다의 주역이었으나 트라이아스기에는 그 세력이 크게 위축되었다.
• 코노돈트 (Conodonts): 장어와 닮은 미세한 척삭동물로 추정되며, 트라이아스기 지층의 연대를 측정하는 중요한 표준 화석으로 활용되다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 때 완전히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