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판단이 아닌, 자신의 ‘도덕적 사유 능력’이 리더십의 근원이다.
퇴계 이황은 “마음은 이(理)를 통괄하고 기(氣)를 거느린다”라고 했다. 이 말은 인간의 마음이 단순한 감정 기관이 아니라, 우주의 원리를 통제하고 조화시키는 주재자임을 뜻한다. 즉, 인간의 마음은 스스로 판단하고 분별할 능력을 지닌 존재의 중심이다. 퇴계는 그 마음을 바르게 세우는 공부, 즉 ‘심학(心學)’을 통해 인간이 혼란한 세상 속에서도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오늘날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인간의 선택을 대신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AI가 아무리 정교해도 그것은 “판단”이 아니라 “계산”이다. 판단은 이성과 양심이 결합된 인간만의 능력이다. 스티븐 코비는 “모든 인간은 원칙 중심의 내면 나침반을 지니고 있다”라고 했다. 이 나침반은 데이터가 아니라 가치와 도덕성에 의해 작동한다. 주도적 리더는 이 나침반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
현대 사회의 많은 결정은 ‘다수의 의견’이나 ‘데이터의 분석’에 기대어 이루어진다. 효율적이지만, 자칫 인간의 사유가 마비되는 위험을 낳는다. 판단의 권한을 기술에 위임하는 순간, 인간은 스스로의 책임을 포기한다. 그러나 리더는 기계의 계산을 참고하되, 마지막 결단은 자신의 양심과 철학에서 내려야 한다. 퇴계가 강조한 “경(敬)”의 정신은 바로 그 판단의 근육을 단련하는 수양의 방법이다. 경은 집중이자 깨어 있음이며, 매 순간 스스로에게 묻는 내면의 성찰이다 — “이 선택은 나의 본성에 부합하는가?”
AI 시대의 리더십은 속도보다 방향, 정확성보다 책임이 중요하다. AI는 정답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 정답이 인간에게 ‘옳은가’는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채용에서의 알고리즘 편향, 의료 결정의 자동화, 뉴스 생성의 왜곡 등은 기술이 아닌 인간의 윤리적 판단을 요구한다. 이때 리더가 자기 판단력을 잃는다면, 조직과 사회 모두 방향을 잃는다.
자기 판단력을 지키는 힘은 ‘사유의 습관’에서 비롯된다. 매일 생각하고, 묻고, 반성하는 일상의 루틴이야말로 마음을 지탱하는 근육이다. 퇴계가 “날마다 새로워지려면, 매일 마음을 경계하라”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비식으로 말하자면, 주도적 리더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에서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AI가 결정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리더십은 여전히 사유의 깊이로 평가된다. 기술이 방향을 제시할 때, 리더는 그 방향이 인간의 존엄을 향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그것이 AI 시대의 ‘마음의 주인’으로서 서는 법이다. 계산이 아닌 판단, 속도가 아닌 성찰 — 그것이 미래의 리더를 구분 짓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