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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잘한기쁨 Jun 28. 2023

그림은 사실적 묘사부터

공부를 하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지저분한 책상이 거슬리는 법.

갑자기 청소를 해야 할 것만 같다.

'그래 간단하게 정리부터 하자.'

그렇게 기운을 다 빼버리고 앉으면

 '조금 쉬었다 할까?'가 되어버린다.

이것이야말로, 책을 펼치고 연필을 잡기까지 걸리는 난관이 아닐까?


유는 공부를 하려다 갑자기 그림을 그려보겠다고 했다.

'아.. 자유로운 영혼이여..'


엄마는 깊은숨을 몰아내고 달갑지 않은 허락을 했다.

"엄마가 모델이에요. 원하는 포즈를 해보세요'

엄마는 너희와 사진 찍을 때 하던 몰아주기 표정을 지어 보였다.

눈동자는 몽땅 숨기고 흰자만 보이게, 모든 안면근육을 끌어다 얼굴을 웅크렸다.


그림을 그리려던 너는 웃음이 터졌다.

"엄마 그러니까 주름이 많아서 그리기 힘들어요"

꾸미거나 더하지 않은 투명하고 솔직한 말에 엄마는 보톡스 시술을 해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불태우게 했다.


그리고 너는 진지하게 엄마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고 한참을 그리더니,

아주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 완성했어요!"


 '내가 이렇게 생겼다니' 

엄마는 그림을 보자마자 웃음이 새어 나오다 못해 쏟아지는 웃음을 막을 길이 없었다.

말 그대로 웃겨 죽을 거 같은데 엄마는 어금니를 깨물고 "누가 봐도 이건 엄마야! 너무 잘 그렸어"라고 말했다.

네 표정은 뿌듯함으로 번져있고, 어깨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 그림으로 엄마를 찾는다면 그 건 기적일 거라 생각했는데, 

보다 보니 어떤 부분을 포인트로 잡았는지 알 것 같았다.

별처럼 빛나는 눈을 가진 공주님은 아니지만, 

사실적 묘사가 빛나는 엄마의 얼굴을 보니 엄마는 어쩐지 움츠러들었다.


"유야, 혹시 엄마를 잃어버리면 네가 그린 이 그림을 몽타주로 쓰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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