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잘한기쁨 Jul 03. 2023

엄마는 콜라예요

‘아무것도 아닌데’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지나고 나면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되는 일이 참 많다.

그중에 제일 큰 후회는 아이들한테 화를 냈을 때다.


분명 멈춰야 하는 것도 알겠고,

이만큼만 말해도 알 텐데 하는 생각과 달리 솟구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상처를 줄 때가 많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모자란 엄마인지를 깨달기보다, 인간적으로 부족한 내가 한심할 때가 많다.


장난치다가 다투고, 이르고, 

내 거네 네 거네 하다가 싸우다 이르고,

내가 먼저 했네, 네 가 먼저 했네 하다가 이르고,

이 것도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의 모습이고 내일의 모습이기도 하다.


투닥거리는 것도, 싸우는 것도, 어느 집이나 누구에게나 지나가는 과정인 걸 알지만,

엄마는 하루에 열두 번이 뭐야.. 

백마흔번쯤 재판장이 되어야 하는데.. 

엄마가 솔로몬도 아니고, 누구 하나 마음 상하지 않게 하려다 결국 엄마도 터져버렸다.


다그치고, 혼내고

자는 모습을 보니 미안하고 예쁘고,

아침에 사과하고.

이 무슨 이상한 반성 루틴인지..


결국 또 엄마는 온이에게 화내서 미안하다고 했다.

온이는 그런 엄마에게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온이가 평소와 다르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 있잖아. 그런데 엄마는 콜라 같은 사람인 거 같아요."


"콜라?"


"응, 콜라는 막 흔들고 뚜껑을 열면 터져버리잖아"

엄마는 정곡을 찔려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온이에게 엄마의 못난 모습을 들킨 것만 같아서 너무 창피하고 부끄럽고,

변명의 여지가 없어서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을 정도였다.


"엄마, 근데 사람은 물 같아야 돼. 물은 아무리 흔들어도 가만히 있거든"

엄마를 보면서 엄마의 태도를 보고 있었던 걸까?

엄마는 콜라 같다는 말에 헤어 나오기가 어려웠다.


태도가 기분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은 잘 알면서 너희에게 그렇게 하고 있었던 걸까,

그런 엄마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말 마음이 너무 복잡해져서 엄마는 순간 멘탈이 흔들렸다.


그 순간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인정하는 거 밖에 없었다.

"엄마가 화가 너무 나서 콜라처럼 터져버리는 줄도 모르고 너희를 혼냈나 봐. 이제는 엄마가 물 같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게. 엄마가 상처 줘서 미안해"


온이는 되려 나에게 노력하면 된다고 다독였다.

엄마는 아홉 살 너도 아는 걸, 엄마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너희가 엄마를 화나게 한 게 아니라, 엄마의 행동 때문에 너희도 화가 났을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너희에게 대단한 건 줄 수 없지만, 

적어도 콜라 같은 사람이 되지 않으려 노력할게.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니까. 엄마 먼저 물이 되어볼게.

매거진의 이전글 그림은 사실적 묘사부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