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은 관광버스를 타고 파주까지 체험학습을 다녀왔는데, 올해는 체험학습 계획이 없다.
일 년 치 학사일정을 보면서 '도시락 안 싸서 좋네' 하던 얄팍한 마음은 '그래도 가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제 조금씩 친구들과 노는 재미를 알아가고 있고, 또 나름의 규칙 속에서 하는 놀이나 관계를 조금씩 익혀가는 단계이다 보니 단체생활에서 배울 기회 하나를 놓친 것 같단 생각에 아쉬움이 밀려왔다.
모든 건 다 때가 있어서 경험해 보면 좋았겠지만, 안전상의 이유라면 더 이상 경험치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아쉬움을 밀어 넣는 게 맞았다.
그렇게 체험학습을 까맣게 잊고 지내는데 도보로 체험학습을 간다고 했다.
산책 삼아 자주 가던 곳이고, 기껏해야 점심시간 전까지 약 3시간 정도만 가능한 야외 학습인데도 녀석들은 이미 들떠서 간식을 어떤 걸 준비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돌아와서 급식을 먹어야 하니까 과자를 살까?”
“과자는 먹을 만큼 통에 덜어가야 하고, 음료나 물 중에 하나만 통에 담아가야 한대. 너희 반도 그렇지?”
“응 맞아”
친구와 나누어 먹을 수 있게 과자도 포도도 조금 넉넉하게 담아갔다.
엄마는 볼 일이 있어 차를 몰고 아파트 모퉁이를 돌아 나가는데, 연두색 단체복을 입은 아이들이 줄지어 걸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시계를 보면서 ‘출발했을까, 얼마나 갔을까?’ 생각했는데…. 우연히 마주치다니 엄마는 오늘의 행운을 다 쓴 것 같았다.
게다가 빨간 불로 바뀐 신호등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순간 미어캣이 된 엄마는 목을 있는 힘껏 내빼고 온이와 유를 찾았다.
신기하게도 똑같은 티셔츠를 입은 수십 명의 아이 중에 너희가 보였다.
유는 친구들과 신나게 이야기하면서 걷느라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온이는 회장답게 선생님 바로 옆에 서서 우직하게 걸어갔다.
‘알아서 잘하겠지!’ 말하면서 속으로 전전긍긍할 때도 있는데, 스치듯 너희의 모습을 보고 엄마는 어쩐지 마음이 놓였다.
믿는 만큼 잘 자라고 있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