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는 구내염, 유는 편도선염에 걸렸다.
입에 음식이 들어가기만 하면 소스라치게 울어버리는 모습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열이 들끓다 잦아들기를 반복했다.
열이 치솟고 맥없이 쳐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조마조마했다가, 열이 좀 떨어지면 활기를 되찾는 녀석들의 에너지가 다행스러웠다.
‘평소에는 원래 잘 먹고 아프면 더 잘 먹어야 한다‘는 엄마 말에 유는 엄마 말이 맞다며 울면서 음식을 삼켰다.
마지못해 엄마 말을 들어주는 유가 고마웠다.
그런데 온이는 입맛이 없으니 숟가락을 내려놓았고, 엄마는 애가 타니까 자꾸만 먹어보라고 했다.
“어서 먹어봐.”
“먹고 있어요.”
한 입 먹고 미간을 찌푸렸다.
감기가 녀석들을 훑는 동안 얼굴의 모든 근육을 찡그리는데 쓰는 것 같았다.
“잘 먹어야 빨리 낫지!”
온이는 잘 먹어야 빨리 낫는다는 엄마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엄마 우리나라 음식 문화는 원래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는 건데, 급하게 빨리. 많이. 먹으면 잘 먹는다고 말해요. 이상하지 않아요?”
온이는 가끔 귀여운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정곡을 찌른다. 오늘처럼.
그러면 엄마는 네 말이 딱히 틀린 말도 아니고, 마땅히 대꾸할 말도 떠오르지 않아서 순간 입을 다물게 된다.
‘어쩌자고 입만 살아서.. 이렇게 말하기 전에 좀 먹던지.’하고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간신히 참아서 쏟아져 나올 말은 겨우 삼켜냈지만,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달아올랐다.
옛날에는 먹으라고 눈을 부릅뜨면 먹는 시늉을 했는데, 이제는 설득하려다 되려 설득을 당한다.
엄마의 회유와 협박이 별로 통하지 않는 걸 보니 그동안 쉽고 간단했던 방법은 이렇게 막을 내리는 것 같다.
그리고 조금씩 다가올 너의 사춘기가 새삼 두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