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아 루나 2 - 사카다 6

Sacada 6

by 양희범

극장에 들어서자 모든 시선이 내게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피부를 짓누르는 묵직한 부담감과 함께, 어딘가에서 죄책감이 서서히 밀려왔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면 어김없이 나를 덮쳐오는 이 감정은 마치 양심 위에 얹힌 무게처럼 나를 짓눌렀다. 숨이 막히듯 턱 끝까지 차오르는 압박은 익숙해질 법도 한데,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늘 환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따뜻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왔다. 나도 억지로 웃어 보이며 인사를 나눴다. 이 웃음이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궁금했지만, 거울이 없으니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하나씩 인사를 건네며 무대 쪽으로 안내했다. 무대에는 이미 탁자와 의자가 가지런히 배치돼 있었다.


"이런 배열을 말씀하신 거죠?"

수호가 극장 관계자와 대화하다가 내게 물었다.


"네, 맞습니다. 관객을 바라보는 구도가 좋을 것 같아요. 사회자는 따로 필요 없으시죠?"


"네, 우리 스님께서 워낙 진행을 잘하시잖아요."

수호가 연훈을 바라보며 웃었다. 연훈도 그 웃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제가 또 이런 건 기가 막히게 하지요. 원래 스님은 다 잘해야 합니다. 믿고 맡기세요!"

연훈이 두 손을 모으며 농담을 건넸고,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극장 안은 금세 유쾌한 분위기로 물들었다. 모두가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웃고 있을 때, 어딘가 날카롭고 단호한 목소리가 그 공간을 가로질렀다.


"나머지 준비는 아진 님께 맡길게요. 이제 질문지나 자료는 확인할 수 있을까요?"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윤이었다.


"아, 미리 메일로 보내드렸는데, 혹시 다들 확인하셨나요?"

조심스럽게 물으며 주위를 살폈다. 수호 신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읽지 않은 듯했다.


"다들 바쁘셨을 테니, 혹시 몰라 출력해 왔습니다. 하나씩 받아주시고요. 간단히 설명드릴게요."

출력물을 나눠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200명의 관객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사전 예약자 중심이라, 미리 질문을 받았고요. 그중 중복된 질문들 가운데 절실한 사연 몇 개를 선별해 이번 콘서트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콘서트는 1부와 2부로 나뉩니다. 1부는 네 분 모두께 공통 질문이 주어지고, 2부는 청중이 직접 성직자 한 분을 지목해 질문을 던지는 방식입니다. 즉흥적인 답변이 필요하겠지만, 미리 드린 질문을 참고해 준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들에게 인쇄물을 하나씩 나눠주며 설명을 마쳤다. 대부분은 종이를 펼쳐 꼼꼼히 읽고 있었지만, 자윤만은 시선을 다른 곳에 둔 채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


"대부분 참석자는 30~40대입니다. 이 점 염두에 두고 답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공통 질문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현실적인 사랑과 이상적인 사랑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입니다. 아마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 상대 사이에서 고민하는 질문 같아요."

자윤을 의식하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 채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는가?'입니다. 오랜 관계 속 설렘이 사라졌을 때, 그것이 여전히 사랑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요. 마지막 질문은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입니다."

마지막 질문을 말하며, 다시 한번 자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 안에서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읽혔다. 이번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마주했다.


그때, 정율 목사가 입을 열었다.

"그럼 우리는 질문에 따라 답변만 하면 되는 거죠? 각 질문마다 답변자가 정해져 있겠네요?"


"예리하십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질문 옆에 담당자 이름을 기재해 두었습니다. 확인해 주세요."

종이의 특정 페이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모두가 분주히 페이지를 넘기며 확인했다. 자윤만이 여전히 나를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를 더는 쳐다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지만, 시선의 잔상이 가슴에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자, 다들 확인하셨죠. 답변 부탁드립니다. 특히, 자윤 교무님?"

천천히, 일부러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마지막 질문,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자는 자윤 교무님이십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모든 시선이 자윤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그 무표정 너머로 무언가가 요동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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