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 LA TENGO May 18. 2016

프롤로그,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들이 있었다. 

 2006년 1월 19일, 그날은 내 삶의 중심이 많이 변화한 날이다. 


 출생 이후 2006년 1월 18일 이전까지는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내 결정보다는 부모님의 의견의 영향력이 더 많이 미치는 시기였다면,

경제적 독립과 함께, 스스로 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춤과 동시에 자율이 더 강화된 때라고나 할까.

쉽게 말해, 직업을 구함과 동시에 경제적 독립을 하면서, 내멋대로 살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너무나도 평범한, 월급쟁이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밑에서,

아버지의 월급을 쪼개고 쪼개어 대한민국의 평균 사교육을 받고, 

명문고등학교는 당시 눈치작전으로 상위권 고등학교들 모두가 미달사태가 벌어지면서 가벼운 맘으로 입학하고, 대학은 원서는 서너개 작성하여 열심히 눈치작전 보면서 제출하여 나름 명문대에 이름을 올렸다.  

(오늘날 대학생 취준생들과는 다르게) 열정없이 학교 출석하면서 미팅, 소개팅이나 하고, 

입사는 되면 하고 안되면 대학원이나 가지 생각하며..의욕없이 살던 그런 여대생이었다. 

 인생의 중요 변곡점에서는 언제나 행운의 여신이 나타나면서 인생의 굴곡이란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내 삶에서는 지식탐구에 대한 열정이나 성취욕 같은 것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던 내게, 오늘날 열심히 사는 취준생들에겐 정말 욕을 얻어먹을 말이지만, 

입사는 정말 얻어걸린거나 다름없었다. 


4학년 여름, 뭐하면서 보내야 아깝지 않을까 고민하던 중, 주변에서 긍정 뽐뿌를 넣어주던 새로 사귄 친구들 덕분에 LG글로벌 챌린저라는 걸 도전했었다. 그때도 선발되면 해외여행 갈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시작했던거 같다. 그리고 뭔가 주도적이었다기 보다는 좋은 친구들 덕분에 처음으로 무언가에 막무가내로 도전했던 거 같다. 뭐 결론은 해외여행이라는 불순한 의도로 접근했으니 당연히 떨어졌다. 그때 제출한 기획서를 입사 후에 우연히 열어봤다가 손발이 오그라 들면서 파일을 삭제했던 것 같다. 


아무튼, 하고싶었던 말은 LG글로벌 챌린저를 어이없게도 철썩같이 믿고 있다가, 방학 계획이 본의아니게 공백이 생기면서, 무얼 해야하나 고민하던 중 다른 친구들이 삼성 인턴쉽이라는 걸 준비한다고 하길래, 그날 귀가 길에 서점에서 SSAT 책을 한권 샀고, 이틀 후에 나는 시험을 보았다. 


2005년 당시 삼성 인턴쉽 1기였기 때문에, 나는 그냥 다수에 묻어 기회를 얻어 잡았던 것 같다. 

그 계기로, 입사도 어떻게 어떻게 쉽게 쉽게 갔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본의아니게 구렁이 담넘어가듯, 대기업에 발을 들이게 되었고,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딸이자, 대한민국의 역군이 된거였다. 


 삼성이란 회사는 너무도 대단한게, 지난 25년 아무런 욕심도 열정도 없던 나를 일벌레이자 완벽 주의자로 만들고, 10년이라는 세월을 인지하지 못할만큼 나를 항상 달리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늘 날 돌아보게 만드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주위의 훌륭한 선후배, 동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업무환경이 나로하여금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 나를 변화시킨게 아닐까 싶다. 

월급과 카드값의 굴레에 발맞춰 나는 일벌레로 그렇게 10년을 몸과 마음을 받쳐서 일을 했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그렇게 시쳇말로 '토끼던' 나는 회사는 하루라도 안가면 큰일 날 것 처럼, 

내가 없으면 안돌아갈것처럼 다녔던 것 같다. 왜 그 전의 인생을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는지 종종 생각하고 후회를 하게 되면서 나는 점점 몸도 마음도 지쳐갔던 것 같다. 

 

 그러면서 지금 하는 일들이 지구를 구하지도, 인류를 구원하지도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나는 회사의 웹사이트를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시급을 다투며 사이트를 꾸미는 일들을 하루라도 안한다고 해서 회사가 망하거나 주가가 떨어지거나 하지도 않는 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러면서 나한테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지금 아니면 안될 것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내 삶의 일부이고, 10년을 하루같이 다니던 회사를 휴직하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