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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원 Aug 04. 2022

[책] 스프린트, 구글의 기획실행 프로세스

Sprint는 무엇이고, 왜 할까?



구글 스프린트란?


SPRINT라는 이름은 구글의 7명으로 구성된 하나의 팀에서 시작되었다. 

구글 벤처스에는 SPRINT라는 팀이 존재하는데, 7명의 팀원이 열린 토론(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고객과 함께 아이디어를 테스트하여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는 독특한 5일짜리 과정이다. 구글 벤처스는 스프린트를 통해 G메일과 Chrome 등을 탄생시켰고 이어서 페이스북과 우버, 블루보틀, 슬랙, 에어비앤비 등을 런칭함으로써 성공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었다.


<스프린트>의 저자이자 구글 수석 디자이너인 제이크 냅은 스프린트를 '최소의 시간으로 최상의 결과를 얻도록 조정된 최적의 프로세스'라고 소개한다. 실리콘밸리에선 유행처럼 스프린트를 혁신적인 회의방식으로 도입하기도 할 만큼 성공적인 '문제 해결 프로세스'로 자리잡았다.



구글 스프린트는 5일 만에 '아이디어 → 스케치 → 솔루션 → 프로토타입핑 → 고객 테스트'까지 완료하는 과제 해결법이다. 팀원들과 토론을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를 단기간 내에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하고 테스트하여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월요일은 문제를 인식하고 목표를 설정한다. 전문가들을 모셔서 의견을 들어보기도 한다.

화요일은 각자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설명하는 시간이다. 스케치와 설명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수요일에는 어떤 솔루션으로 갈지 투표로 결정하고 스토리보드를 만든다.
목요일에는 정해진 스토리보드에 따라 제품이나 아이디어의 프로토타입을 만든다.
금요일에는 이 프로토타입을 잠재 고객에게 보여주면서 피드백을 받는다. 그리고 프로토타입에 대한 고객 반응에 따라 프로젝트 최종 방향을 결정한다.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실제로 제품을 구축하고 실시하는 위험한 과정에 착수하기 전에 자신들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해볼 방법을 제시한다. 




스프린트의 가치


스프린트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에는 최소 3개월에서 1년이 걸리던 제품 개발과 고객 검증을 5일 만에 완료하여 시간과 비용, 개발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스프린트는 중요한 문제들을 신속히 해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테스트하여 신제품 개발의 방향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하여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한창 진행 중인 제품 개발 과정을 점검함에 있어서도, 고객 인지 조사를 통해 조기에 신속한 검증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스프린트는 더 많은 일을 더 빨리 끝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상품 개발 외에도 우선순위 결정, 마케팅 전략 수립, 브랜드 네이밍 등 업무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물론 스프린트가 모든 문제에 대한 '만능열쇠'는 아니다. 스프린트는 팀이 이미 보유하고 있던 사람과 지식, 도구에 의지하여 진행되는 프로세스이다. 따라서 팀이 보유하고 있는 자원의 퀄리티와 고민의 깊이가 전제되었을 때 비로소 스프린트의 진가가 발휘될 수 있다.




한국에선 왜 스프린트가 어려울까?


구글 벤처스의 스타트업 프로세스에 대해 한국에 번역본이 출간되며,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이 실시되었다. 첫 런칭때부터 매우 큰 반응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몇 개월 만에 구글 스프린트는 한국에서 사라졌다. 이유는 스프린트가 한국 실정에 맞지 않고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었다. 스타트업들에게 왜 스프린트가 적절치 못한 지 의견을 물어본 결과, 종합한 답변은 하나였다. 


"스타트업은 스프린트가 이루어질 수 있는 팀을 짜는 것 자체가 불가하다."


충분히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스프린트 프로세스의 근간은 각 자신의 분야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팀장급들이 모여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제 발돋움하는 스타트업들은 그런 팀장급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중견, 대기업에선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일반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신 분이라면 경험했겠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중견기업 이상급에서 어떠한 프로세스를 변경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결정적인 목표를 위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변경한다는 건 많은 구조적 변화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도입 자체가 모험이 될 수 있는 스프린트 프로세스를 위해 투자한다는 것은 중견, 대기업에선 쉽지 않은 결정일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스프린트 참가자들에게 있다. 예를 들어 스프린트에서는 2일 차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스케치하고 비주얼로 표현해야 하는데참가자들이 이것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무엇을 어떻게 스케치하고 비주얼로 그려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해 실행에 옮기지 못한이유는 특별히 그림에 관심이 있거나 평소에 스케치를 하던 극소수의 사람 외에는 무언가를 비주얼로 그리는 것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장애물은 스프린트 5일 차에 진행하는 고객 테스트 인터뷰인데고객과의 인터뷰를 주도하여 프로토타입에 대한 고객의 자연스럽고 솔직한 반응이나 경험을 말하도록 유도하는 것 또한 평소에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난제로 받아들여진다.




감상평


책에 소개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여러 스프린트 사례를 접하고 사실 실제로 5일 만에 이 과정들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블루보틀 사례만 하더라도 더 많은 커피 애호가들이 매장이 아니더라도 갓 볶은 커피를 경험해보 수 있도록 '온라인 스토어 만들기'라는 과제를 가지고 스프린트를 실시한 후 몇 달 뒤, 새 웹사이트를 열었고 온라인 판매가 두 배로 증가하였다. 매우 집약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사용해서 사업을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성과를 달성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에서도 올바른 방법론으로 스프린트를 진행하여 성공적으로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몇몇 제품들이 더 탄생하고,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책에서 '대부분 기업에서는 스프린트 같은 체계화된 회의가 흔하지 않으므로 스프린트 팀원들 역시 이런 개념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라는 부분이 있다. 하물며 스프린트 프로세스를 접해보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욱 낯설게 느껴지고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지금도 한정된 리소스를 가지고 단 기간 내 성과를 이루어 내야만 하는 여러 스타트업에서 스프린트의 형태로 2주 간격으로 개발 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빠른 실험과 피드백을 통해 개선을 반복하여 성장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상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기업의 통상적인 업무를 보더라도 빨리 실행하고자 하면 정확성이 떨어지거나, 무결점의 완벽한 결과물을 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당연한 논리에 가깝다.         


 '아이디어 대부분은 추상적일 때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만큼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라. 그리고 그 새로운 아이디어 중 하나가 정말 최고의 아이디어라 할지라도 지금까지의 과정을 다시 밟을 시간이 없다.'라는 내용도 공감되는 부분 중 하나였다. 


몇 개월 전, 기획자 팀원 1명과 신규 사업을 기획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때, 우리가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시장에서도 해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한창 시장분석과 고객 인터뷰에 공을 들였던 시기가 있었다. 시장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사례, 정보들이 쌓일수록 여러 솔루션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시장에 출시된다면 충분한 수요가 따르고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뭘 모를 때 더 용감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솔루션을 더 구체화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해 나가는 과정에서 실현 가능성에서 탄탄한 논리가 뒷받침되지 않은, 섣부른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스프린트 과정에서 새롭게 떠오른 아이디어가 진행하고 있던 솔루션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한 스프린트를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5일 내에 빠르게 하나의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솔루션을 검증하여 프로토타이핑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새 아이디어가 정말로 괜찮은 것이라면 다음번 테스트에 시행한다고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스프린트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프린트는 가장 빠르게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은 분명하다. 대개 스프린트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진행할지, 포기할지에 대해 신속히 확인하고 결정하려는 CEO나 프로젝트 리더에게 적합한 방법론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리더급만으로 스프린트 팀을 구성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조직이 대부분일 것이기에, 그보다는 팀원들의 자발성을 이끌어내 동기 부여하고, 다양한 부서와의 팀워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초반의 목표와 기대했던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팀은 서로 다른 문화와 업무 방식을 가지고 있다. 모든 팀이 자신의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팀과 효율적으로 협업할 수 있다면,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훨씬 커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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