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아비키 Mar 01. 2024

OTT 광고요금제로 바라보는  미디어 시장의 변화

KOBACO-방송학회 특별세미나를 보고 (2024.2.29)

KOBACO와 방송학회 공동세미나 참석했다. OTT 내용은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연구자들이 현재 진행중인 이용자들에 대한 광고인식 조사결과를 공개한 내용들은 현 시점에서 이용자들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용했다.


그러나 미디어 시장에서 결국은 ‘데이터’와 ‘AI’ 이야기를 빼면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도 다시금 확인된 자리였다. 데이어와 AI, 중요한 것이 맞고, 나처럼 공대출신이 아닌 사회과학자도 4학기 강의커리큘럼 중 한 과목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다루고 있으니, 우리 시대의 대세 키워드는 맞다.


그러나 세미나 주게가 <광고기반 OTT 서비스 확산에 따른 미디어/광고 생태계 변화>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래서 앞으로 OTT를 비롯한 미디어 생태계는 어떻게 변화할까?”에 대한 실현가능적인 답변이 약했던 것은 아쉽다. 데이터와 AI의 OTT 적용도 아닌, 콘텐츠, 그것도 제작단계에서의 적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며칠전 대학학보사에서 이용자들의 OTT 우회접속에 대한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은 ‘가격’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어제 세미나와 연결해서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원론적인 이야기들은 제외하고 세미나의 논의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을 정리하면, OTT 사업자들의 ‘데이터 통합’과 고객 데이터를 반영한 ‘맞춤형 PPL’ 및 이를 ‘AI’로 구현하자는 것이다.  콘텐츠 내  PPL  광고를 데이터에 기반하여 AI가 제품/브랜드를 맞춤형으로 배치할 것이라는 것.


아이디어 자체는 재밌다.  그러나 실현가능성 부분은 의문이다.


'행동데이터'에 기반하여 영상 제작을 하는 것은 둘째치고, 행동데이터 활용 구현이  OTT 내에서 구현되는 것은 아직 요원한 일이다. 기술적 이슈도 있지만, 행동 데이터를 활용할만한 내공과 아이디어가 아직 미디어/콘텐츠 업계에서는 누적되지 않은 탓이다.


행동데이터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산업군이 이커머스와 금융 시장인데, 금융 시장조차 행동데이터로 상품을 추천하는 ‘진정한’ 맞춤형 서비스는 아직 온전히 구현되지 않았다. 여긴 한 고객의 상품 가입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곳이 아닌 최소 몇달~최대 몇년간의 사이클이 걸리는 부분이 있다보니, 축적한 데이터가 ‘올드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특성상 폐쇄성이 더 강하니 예외로 하자.


행동 데이터 측면에서 콘텐츠 시장과 그나마 가까운 산업군이 ‘이커머스’ 시장이다. 여기에 이커머스 시장은 고객의 ‘지갑’을 열어 결제, 배송까지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콘텐츠와는 비교가 안되는 ‘강력한 지불의지(WTP)’를 가진 집단들이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수집한 데이터의 품질이 월등하며, 생필품부터 사치품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와 수시 할인제도를 적용하기 때문에 고객 유입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져 데이터 양적으로도 엄청나다.


그러나 이러한 이커머스 플랫폼에서조차 행동데이터 활용이 지극히 제한적이다. 기본적으로 린포워드 행태가 발현되는 이커머스 이용자들의 다양한 행동데이터는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에,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타입화’하기가 어렵다. 이렇다보니 고객들의 예상 외의 행동들이 나오면 AI가 오류로 인식하기 쉽고, 이는 결과적으로 이용자들의 구매경험을 악화시킨다.


즉, ‘행동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마케팅의 구현은 아직도 해결할 점이 많은 과제이며, 때문에 아직도 이커머스 데이터 마케팅은 올드하다고 여겨지는 ‘룰 기반(rule-based)’의 ’통계형‘이 많다. 기술적으로는 물론 행동데이터 구현이 가능하겠지만, 실제 비즈니스에서는 올드한 룰기반의 통계형 맞춤형 광고조차 ‘스팸’으로 인식되는 경향들이 파다하다.  


이커머스 시장이 이럴진데, 미디어에서 행동데이터 이야기가 ‘대안’으로 나온다. 이제 막 OTT 광고요금이 도입된 상황에서, 먼 미래의 꿈을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만, 문제는 이것이 먼 미래가 아닌 당장의 과제처럼 논의되었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서 동의가 어렵다. 구체적으로 드는 의문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 ‘행동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PPL 광고를 진행할 ‘노하우’ 또는 ‘경험’(실패경험이라도)이 있는가?


둘째, 데이터 활용은커녕, 데이터 수집 자체는 용이한가?

‘린백 형태’의 특성을 갖는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린포워드 형태의 이커머스 시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구조가 형성되어 있는가?  (빨리감기, 되감기, 건너뛰기 등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커머스나 게임 수준의 적극성에 비할 수는 없음)  


셋째,  이용자 행동데이터를 수집하더라도 얼마나 의미있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까? 대다수의 데이터가 빨리감기, 건너뛰기, 되감기, 나가기 정도일텐데, 이것이 신규 만들어지는 콘텐츠의 비슷한 장면마다 “이 장면은 이용자들이 많이 나가는 구간이니까 없애자”, “이 장면은 비슷한 장면들을 사람들이 반복시청했으니 이 안에 PPL을 넣자” 등이 가능할까?  이것은 궁극적으로 크리에이티브와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구조 아닌까? 감독-작가 등 창작자들이 동의할까?




넷째, OTT의 데이터 통합이 가능한가? 기본적으로 폐쇄성을 띄는 구조에서, 사업자들이 영업비밀을 서로 공개할리가?  천번 양보해서 일부 사업자들이 데이터를 연결한다고 해도, 사업자별 데이터의 수집/분류/폐기 기준부터 다른데다, 구독자 규모/지역이 다른 상황에서 어디까지 결합할 것이냐를 논하는 것만으로도 천년만년이다. 물론 논의 과정에서 데이터 통합은 현실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모두들 인정했지만, 그럼에도 중요하니 고민해보자는 결론은 지극히 이상적이지 않았나 싶다.


다섯째, 이용자들이 광고요금제를 선택하는 이유가 광고를 좋아해서라고 볼 수 있을까? 물론  가끔 기발한 광고를 만나는 ‘재미(serendipity)’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때의 재미는 어쩌다 만나는 재미이지, 이것을 "이용자들의 광고선호가 높아졌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어찌되었건 콘텐츠를 보는 과정에서 광고는 몰입을 깬다. 영상 콘텐츠가 대중의 몰입을 유도하는 것은 콘텐츠의 스토리텔링이 설득될 때이며, 스토리텔링 과정에서 중간광고나  PPL의 역할은 (아주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지극히 제한적이다.


OTT가 광고모델을 도입한 것은 구독 의무기간이 없음에 따른 이용자들의 구독/해지 자율성을 더이상 콘텐츠로 묶어두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 OTT의 광고 요금제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자들의 이탈을 최소화하여 구독자수를 유지하고, 광고주 확보를 통한 신규 재원의 확보를 위해 탄생했다.


이용자들이 OTT의 광고요금제를 선택하는 이유는 폐쇄적 OTT의 특성상 독점 또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기 위해 여러 플랫폼을 구독함에 따른 구독료의 부담이 가장 크다. 현재의 경제 위기를 생각한다면, 생활물가가 부담스럽게 치솟고 있는 마당에 '필수재'도 아닌 OTT 구독료가 부담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차원에서 쿠팡플레이의 구독자수 증가는 '와우' 서비스가 필수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당연한 현상이다.


출처 : 인크로스 <마켓인사이트 - OTT 업계 광고 도입의 나비효과> 보고서


구독료가 유일한 재원이었던 B2C 모델 100%에서, 광고주 유치를 본격화하겠다는 B2B 모델을 추가하여 B2C+B2B로 가겠다는 것이다. OTT가 광고를 도입한다는 것은 본격적으로 ‘미디어’로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OTT의 광고도입은 기존 방송 —> OTT로 미디어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2차 변곡점이다. (1차는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에 따른 편성/유통 홀드백의 변화였다) 결국 이러한 OTT의 움직임은 '방송' 시장을 흡수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방송시장의 광고 구조가 OTT에서 어떻게 구현될지를 살펴보는 것이 좀 더 의미있는 논의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가령 광고주에게 새로운 광고매체로서, 기존 TV보다 어떤 점이 더 매력적인지, 도달율과 노출, 타겟팅은 어떤 차별화를 갖는지 등에 대한 설득력있는 이야기가 다뤄져야하며, 효율을 높이기 위한 CPM의 적정수준 범위, 방송과 OTT의 번들 가능성 등 보다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어차피 광고요금제는 확산될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모델로도 OTT의 적자구조를 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 광고요금을 더 내리거나 내리기 어려우면 광고를 늘리거나인데, 광고를 늘리면 이용자들의 불만은 다시 급증한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강화하기 직전의 유튜브를 보라! 이용자들이 어쩔수 없이 프리미엄을 구독하게 유도한다. 그러나 이는 유튜브가 '독점' 구조이기에 가능하다).  


이럴 경우, OTT 사업자들은 또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밖에 없고, 방송-OTT 번들, 통신사 번들 등을 강화한 '의무약정제'를 도입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럴 경우, OTT는 IPTV 또는 케이블 등 유선방송플랫폼 모델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OTT가 기존 방송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을 차용하면서 방송시장을 조금씩 흡수하는 것이 명확해지는 상황에서,  지금은  B2B차원에서 새로운 광고시장을 어떻게 확장, 구축,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겠지만, '행동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광고를 구현하는 것은  OTT의 폐쇄적 특성상 단기간에 구현되기는 어렵다. 기술적 이슈가 아니다. 산업 특성이 그렇다.


이 전제를 인정한다면, 지금은 OTT의 행보가 결국 방송의 기존 광고 전략을 흡수하는 현상을 보면서, 방송과 OTT 관계자, 그리고 광고주들의 입장에서 광고 매체의 매력 또는 효과 측면에서 논의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ott #광고요금제 #미디어 #생태계변화


[관련 읽기]

기업의 고객경험(CX)의 혁신 사례와 과제​

국내 은행권의 AI 기번 ‘초개인화’ 서비스 현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