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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트레커 Jul 04. 2023

제주 추자도

- 거센 풍랑을 피해 '순풍'을 기다리는 섬


섬들이 닮고 싶은 ‘관광 섬의 선진지’


추자도(楸子島)는 많이 변해 있었다. 7~8년 전, 제주 올레길 마지막 코스(18-1)를 돌기 위해 제주에서 배를 타고 갔었다. 추자항에 내려 상·하추자도를 트레킹 했는데 당시 올레꾼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2월이라 날씨가 추워서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추자도에서 바라본 상추자도

이번에는 완도에서 카페리호를 타고 해양 쓰레기 ‘비치코밍(beach combing)’ 활동을 벌이는 연안환경보전연합회 회원들과 함께 하추자의 신양항에 도착했다. 금요일인데도 올레꾼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고 깔끔한 펜션들도 많이 생겨났다.

추자도는 원래 바다낚시의 천국인데 최근 올레길 18-2코스가 개설되면서 활력이 넘쳐나는 것 같았다. 트레킹 이틀째인 토요일에는 올레꾼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상추자 후포의 용둠벙 부근에는 백패커들이 몰려들었고, 섬 전체를 자전거로 시원하게 도는 라이더들의 모습도 보였다.

차도선에서 바라본 신양항 입구

추자도 트레킹을 하려면 추자항에서 내리든 하추자도 신양항에서 내리든 상관 없다. 상추자도와 하추자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1966년 개통된 추자교는 1995년 보강공사(총길이 212m.폭 8.6m)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원하는 트레킹 출발지까지 버스나 민박집 차량, 혹은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다만 올레길 두 코스(18-1, 18-2)를 완주하려면 28.4km의 장거리에 11시간가량 소요되므로 체력을 안배하는 게 좋다. 아니면 두 코스 중 하이라이트 구간만을 돌아도 성취감은 크다.


#제주지만...제주와는 좀 다릅니다


추자도는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군도(群島)이다

추자도는 상추자, 하추자, 추포도, 횡간도 등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군도이다. 육지 출발지인 진도, 해남, 완도와 제주도 본섬 간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고려시대까지는 후풍도(候風島)로 불렸다. 제주로 향하는 선박들이 거센 풍랑을 피해 순풍을 기다리는 중간 기착지였기 때문이다. 고려말 공민왕 21년(1372) 제주 ‘목호의 난’ 진압을 위해 오갔던 최영 장군도, 제주로 삼별초를 토벌하러 가는 여몽연합군도, 추사 김정희 등 제주로 유배를 가던 수많은 사람도 이곳에서 후풍했다.

제주를 오가던 수많은 배들이 순풍을 기다리며 정박했던 추자항의 모습

추자도는 17세기 중반 전라남도 영암군에 소속될 무렵부터 현재의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섬이 가래나무 씨앗을 바다에 흩뿌려 놓은 듯한 모습이라 하여 가래나무 추(楸) 자를 쓰고 있다. 추자도는 그 후 1914년 제주도로, 1946년 북제주군으로, 2006년 7월 제주시에 편입되었다.


제주도에 편입된 추자도의 언어와 풍습 등 문화는 아직도 전라도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현재 추자도 인구의 30% 정도는 외지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요즘에는 경상도 사람들의 편입이 늘고 있다. 서울 출신인 민박집 안주인은 낚시를 좋아한 경상도 출신의 남편을 따라와 20년 전에 이 섬에 정착했다고 한다.


#추자도 트레킹의 최고 비경, ‘나바론하늘길’


추자도 올레꾼들의 모습

올레 18-1코스는 추자항에서 인근 추자초등학교 뒤편 최영 장군 사당을 거쳐 시작된다. 고려 공민왕 때 제주에서는 묵호를 중심으로, 군마를 기르던 몽골 출신 목부(牧夫)들의 반란이 일어났다. 이때 제주 목사가 죽임을 당했는데 최영 장군은 이를 진압하러 가던 중 풍랑을 만나 나흘간 추자도에 머무른다.

최영장군을 모시는 사당

최영 장군은 반란 일당을 토벌하고 돌아갈 때도 보름 이상 추자도에 체류했는데 이때 주민들에게 어망 짜는 법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이러한 장군의 은덕을 기리고자 사당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하루 두 번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다무래미

최영 장군 사당에서 봉골레산 방향으로 1.5km 걸으면 하루에 두 번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다무래미 입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추자 10경’ 중 제2경인 직구낙조(直龜落照)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섬들이 군도(群島)를 이르는 곳 가운데 그 섬의 이름을 딴 ‘10경’이 적지 않다. 군산의 ‘선유 10경, 울릉도 ’울릉 10경', 제주도 ‘우도 10경’ 등이 그것인데 추자도에도 ‘추자 10경’이 존재한다.

후포 해변. 바위에서 자라는 톳과 세모가사리들의 변색된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봉골레산의 순한 올레길을 따라 후포해변에 이르면 백패커의 천국 용둠벙이 나타난다. 이어 나바론절벽~등대~추자교에 이르는 나바론하늘길(3.7km)이다. 추자도 트레킹 중 최고의 절경 구간이다. 나바론 절벽은 영화 '나바론 요새(The Guns of Navarone, 1961년 제작)'에 나오는 절벽과 흡사하다고 해서 추자도를 찾은 낚시인들이 붙여준 이름이라고 한다.

나바론절벽. 절벽 위로 아찔한 둘레길이 형성되어 있다

커다란 바위의 한쪽 면을 큰 도끼로 내려친 듯 남쪽을 향해 수직으로 갈려진 모습은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나바론절벽에서 코끼리바위 능선을 지나 도착한 등대는 추자도를 360도 방향으로 볼 수 있는 조망처이다. 이곳에서 본 추자항의 모습은 웬만한 중소도시의 항구처럼 번화하게 느껴진다.


# 예초리 갯바위 끝, 천주교 성지 ‘눈물의십자가’


추자도 올레 중 18-1코스는 주로 추자도의 동북쪽 해안을 따라 나 있고, 18-2코스는 서남쪽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하추자도 18-1코스 중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예초리 동쪽 끝 갯바위에 있는 '눈물의십자가'이다. 이곳은 천주교 111번째 성지순례지이기도 하다.

하추자도 예초리 가는 길

순조 1년(1801), 조선을 뒤흔들었던 황사영 백서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으로 황사영이 처형되고, 부인 정난주(정약현의 딸이자 정약용의 조카)가 제주로 유배 가면서 두 살배기 아들인 황경한을 이곳 예초리 갯바위에 놓고 간다. 평생 죄인으로 살 것을 염려한 때문이었다.

예초리 동쪽 끝 갯바위에 위치한 '눈물의십자가'. 순조 때 황사영의 부인 정난주(정약현의 딸이자 정약용의 조카)가 아들 경한을 내려놓고 제주도로 유배를 떠난 곳으로 천주교에서 성역

십자가 아래에는 정난주가 아들을 안고 있는 모습의 조각상이 있다. 이때 그녀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버려진 아이는 오 씨 성을 가진 어부에게 발견되어 평생 어머니를 그리워하다가 생을 마친 후 제주도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묻혔다. 눈물의십자가에서 모진이해변 방향으로 멀지 않은 곳에 황경한의 묘가 있다.

몽돌 구르는 소리가 아름다운 모진이해변

눈물의십자가는 올레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안내해 주는 이가 없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접근로는 두곳으로 예초리 기정길~신대산전망대와 신양1리 모진이해수욕장~황경한의묘~신대산전망대이다. 전망대에서 데크를 따라 200여m쯤 내려가면 해안 끝자락의 ‘눈물의십자가’에 닿는다.


#18-2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대왕산황금길’


하추자도 대왕산황금길. 나바론하늘길 못지않게 경치가 빼어나다. 가운데는 낙조가 아름다운 섬생이 섬이다

하추자도에서 또 가볼 만한 곳은 묵리슈퍼~대왕산전망대~졸복산~신양항 구간이다. 최근에 조성된 곳으로 18-2코스의 하이라이트이다. 대왕산 능선에서 바라본 하추자도의 서쪽 해안은 상추자도 나바론절벽을 연상케 한다.

대왕산 전망대에서 신양항으로 가는 올레길

대왕산전망대까지 일행을 안내한 황충남 한국섬주민연합회 비대위원장(신양 2구 이장)은 “이곳 전망대에서 '섬생이 섬' 너머로 지는 일몰이 아름답기 그지없다”고 전한다. 대왕산을 지나 동쪽으로 청도와 사자 모양의 수덕도 등이 나타나는데 마치 한려해상공원에 와 있는 느낌을 준다.

추자도 최고봉 돈대산 정상

체력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대왕산 건너편 추자도 최고봉인 돈대산도 가볼 만하다. 이곳에서 보는 신양항 전경과 대왕산의 모습은 추자도의 또 다른 정취를 느끼게 한다.

돈대산에서 바라본 묵리마을




1. 위 치

    ο 제주시 추자면


2. 가는 길

    ο 완도여객선터미널→하추자 신양항 : 차도선 하루 1회 운항(2시간 40분)

    ο 해남우수영여객선터미널→상추자항 : 쾌속선 하루 1회 (1시간 30분)

    ο 진도항→상추자항 : 페리호 하루 1회(40분)

    ο 제주연안여객선터미널→상추자항 : 쾌속선 하루 1회 (1시간 20분)

    ο 제주연안여객선터미널→하추자 신양항 : 차도선 하루 1회 (2시간)

    ο 제주연안여객선터미널→상추자항 : 페리호 하루 1회 (45분)


3. 올레길 코스

   ο 제주올레 18-1코스 : 추자항~면사무소~최영장군사당~봉골레산입구~후포해안~나바론하늘길~

     등대전망대~추자대교~묵리고개~묵리마을~신양2리~신양항~모진이해변~황경한의묘~신대전망대~

     예초리입구~엄바위장승~돈대산입구~돈대산정상~묵리교차로~담수장~추자교~영흥쉼터~

     추자항 (18.2km/8시간, 난이도 중상)

추자올레길 지도

   ο 제주올레 18-2코스 : 신양항~졸복산~대왕산황금길~묵리슈퍼~추자교~추자면사무소

      (하추자 올레 10.2km/3시간, 난이도 중상)


4. 추자도 내 교통

    ο 마을 순환 버스 : 07:20~20:30(1시간 간격) 운행(1000원)

       (추자 교통 010-4696-3595)

      - 노선 : 대서리~영흥리~묵리~신양2리~신양1리~예초리

    ο 추자 택시 (064-742-3595, 010-4696-3595) 신양항~추자항(1만원)

    ο 추자 렌터카 (010-3898-3937)


5. 추자도 주요 기관

    ο 추자면사무소 (064-728-1526)

    ο 추자올레콜센터 (064-726-2160)

    ο 추자올레안내소(상추자) (070-4060-0685)


6. 숙 박

    ο 추자정민박 (010-8734-7739)

    ο 추자도휴양펜션 (010-2728-6921)

    ο 인추자커피앤민박 (064-745-3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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