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끝없는 위기와 극복
‘왕자님과 공주님은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는 아이들의 사랑에 대한 동경을 헤치지 않으려는 동화 속에나 존재하는 비약된 결말이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의 플롯은 지극히 평범해서 공감을 일으킨다.
연애, 청혼, 육아, 실직 위기 등 우리가 겪었거나 겪을 삶의 평범한 사건들에서의 심리상태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주목한다.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 도파민 페닐에타민 등의 호르몬이 분비되어 마약을 했을 때와 유사한 상태가 몸을 지배한다. 행복만 가득할 것만 같은 기대와 낭만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평생의 동반자가 될 것을 맹세하는 것이 결혼이다. 주인공 라비는 결혼 생활 16년차에 비로소 결혼준비가 되었음을 느낀다.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낀 것은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되기를 단념했기 때문이다. 사랑을 받기보다 베풀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p 283)
파트너가 서로를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완벽할 순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깨달았을 때 낭만은 다시 찾아오고 결혼생활의 위기는 또 한번 극복될 기회를 가진다. 깨달음엔 오랜 시간과 필요시 조력자 또한 필요하다. 커스틴과 라비 부부는 심리 치료 센터를 방문함으로써 자신의 결핍성을 돌아보고 인정하며 돌파구를 찾는다.
하잔과 셰이버가 고안한 애착유형 평가(1987)
(p. 260)
1. 회피 애착: 나는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만, 상대방이 종종 뚜렷한 이유도 없이 실망스럽거나 이기적으로 나온다. 나는 스스로 타인과 너무 가까워지는 걸 용인하면 상처를 입게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나는 혼자 지내도 괜찮다.
2. 불안정 애착: 나는 타인과 정서적으로 친밀해지기를 원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내가 바라는만큼 가까워 지기를 꺼려한다. 내가 다른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하는 만큼 그들도 나를 소중히 여길까 하고 걱정한다. 그 때문에 아주 속이 상하고 화가 날 때가 있다.
3. 안정 애착: 나는 비교적 쉽게 다른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친밀해진다. 타인에게 의지하고 그들이 나에게 의지하는 데 편안함을 느낀다. 나는 혼자 있거나 다른 사람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다.
아내 커스틴은 회피 애착 유형으로 갈등 자체를 피해왔고 그럴때마다 남편 라비는 아내로부터 무심함과 인정받지 못함을 느꼈다. 라비는 불안정 애착 유형으로 신경질과 짜증이 섞인 공격적 말투로 아내의 마음을 상처주었다. 심리상담이 모든 부부의 해결책은 될 수 없지만 부부관계의 지속을 원해서 찾아온 용기있는 부부에게 해결책의 실마리는 제공한다. 커스틴은 상담 이후 ‘당신이 계속 나한테 짜증내면 난 결국 회피하게 될거야 ’ 와 같이 농담하며 갈등을 회피한다. 건실한 부부 관계의 핵심은 끊임없는 긍정적 커뮤니케이션이다. 서로 친밀한 관계일수록 언어 폭력을 쉽사리 행한다. 그렇게 해도 이해해 줄 거라는 기대감과 상대방이 편하고 익숙하기 때문이다. 갈등은 인간만의 산물인 언어로 시작되고 또 언어로써 해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