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숨은 거인, 데이터센터 이야기
연일 뉴스에서는 ‘AI 시대’, ‘데이터센터’라는 키워드가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만 실제로 ‘데이터센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얼마나 큰 비용이 들며, 왜 짓는 일이 중요한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죠.
‘데이터센터’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그림이 떠오르나요? 아파트나 상업용 건물 지하에서 볼 법한 작은 서버실이나 CCTV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기능만 놓고 보면, 아파트 서버실과 데이터센터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규모 면에서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차이입니다.
또 다른 차이점은 데이터센터가 단일 건물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건물: 사람이 거처하거나 일을 하기 위해 지은 집이나 그와 같은 것’(<표준국어대사전>)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일반 건물이 일을 하기 위해 지어지지만, 데이터센터는 100% 기능성을 위해 설계된 건물입니다. 건축적 미학은 거의 담겨 있지 않죠.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클라우드, 유튜브, 인스타그램 뒤에도 바로 이런 ‘보이지 않는 건물’이 있습니다.
예쁜 카페 사진을 저장하거나 친구와 나눈 대화를 인스타그램에 기록할 때, 한 번쯤 “이 사진은 어디에 저장될까?” 궁금해한 적 있으실 겁니다. 회사에서 공동으로 업무를 할 때도 마찬가지죠. 클라우드에 저장된 자료를 동시 수정하면서, 우리 모두는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하나의 팀워크를 발휘합니다. 실제로 저는 뉴욕에서 근무하지만, 시애틀, 아일랜드, 브라질, 싱가포르, 캐나다에서 일하는 팀원들과 같은 파일에서 동시에 작업을 이어갑니다. 그때마다 화면 위에 둥둥 떠 있는 동료들의 얼굴을 보며 이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각자 다른 공간에서 살지만, 언제든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 눈앞의 스크린 뒤에 ‘보이지 않는 건물’, 어딘가에 실존하는 데이터센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를 타고, 세상 어딘가에 있는 서버 속으로 우리의 기록과 팀워크가 저장된다니 참 놀랍지 않나요? 저장뿐 아니라 언제든 다시 열어볼 수 있도록 기록을 보관하는 것도 가능하죠. 지금 이 순간에도 인스타그램, 브런치, 유튜브, 스크린 속 모든 세상은 공기처럼 흐르는 네트워크를 타고, 어디선가 우뚝 서 있는 데이터센터에 고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실존하는’ 대형 인프라, 데이터센터.
이곳에서 데이터센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이를 짓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건축이나 IT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데이터센터 건설의 인문학적 안내서’ 같은 느낌으로 구성해보려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고층 아파트라는 주거형태가 자리 잡은 것처럼, 앞으로는 데이터센터가 줄지어 생겨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우리 삶 가까이에서 볼 수 없는 건물 일수도 있지만,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능을 탑재한 눈에 보이지 않는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데이터센터가 소리소문 없이 우리 삶에 자리 잡은 것에 비해, 사람들은 아직 이 건물이 어떻게 탄생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앞으로 더 친근해져야만 하는 건물이기에, 데이터센터의 개념과 역할, 프로젝트의 실제 과정, 비용과 협업 등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