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마음에, 새기는 경험
방콕 2주
발리 2주
호치민 5주
밀양 2주
호주 5주
지난 1년간 아이 둘을 데리고 했던 ‘살아보는 여행’이다.
한국에서 워킹맘 독박육아에 지친 나 자신에게
어차피 힘들거면 나가서 힘든 게 낫다며
떠나기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다.
한국에서는 뭐든 나에게 ‘해야하는 일’이었다.
매일 똑같은 아이 둘 뒤치닥거리도,
주말부부로 남편이 부재한 평일 일상은
더욱 내가 혼자서 해내야만 하는 일로 느껴졌고,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장소를 바꾸면
그 모든 ‘해야하는 일’은
‘하고싶은 일’이 된다.
어딜가나 똑같은 육아일상이라지만,
여행을 떠나는 순간 이 모든 일상은
‘내가 감당하겠다’ 선택한 상황이 된다.
어쩌면 낯선 환경이라 더 힘든 부분도 있지만
그 또한 내 선택이니 받아들이기가 더 쉽다.
물론 거기다 친정부모님과 함께 떠나면
함께 있는 동안은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일상에서의 도움이 너무 소중하고 말이다.
나에겐 일상의 부담을 덜기 위한 선택이자,
물론 아이들에게도 경험을 남겨주겠다는 선택이지만,
그러한 내 선택에 아이들이 혹시나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있는 건 아닌가
매일같이 걱정하고 자책했다.
특히 처음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비행의 여독을 푸는 첫 며칠은 모두에게 고역이다.
아이도, 나도 피로도가 심한 상황이다 보니
뭐 하나 쉽게 넘어가는 일이 없다.
처음이니까, 뭘 모르니까,
다같이 헤메고 우당탕탕하며
새로운 상황에 맞는 우리만의
새로운 루틴을 잡아가는게
일주일은 족히 걸린다.
동네 주변에 가볼만한 곳들을 탐험하고,
집 안 살림의 동선에 익숙해지고.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한 팀이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주 가는 슈퍼마켓에 뭐가 어딨는지 알게 될 때,
집을 찾아오는 길이 익숙해질 때.
우리가 함께 해내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모든 선택에는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여행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도 분명
잃고있는 것들이 있겠지만,
그냥 이 시간들을 통해 꼭 얻었으면 좋겠는 건
‘주변환경을 대하는 태도’인 것 같다.
세상 그 어느 새로운 곳에서도
우리는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고,
세상 그 어디에서도 우리가 함께 있다면
그곳이 집이 될 수 있다는 걸,
나도 아이도 몸에,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시간들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