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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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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May 25. 2018

오지랖도 괜찮은가요?

‘오지랖’. 겉 옷의 앞자락을 뜻하는 단어로 ‘오지랖이 넓다’ 함은 남의 일에 두루 참견하는 모양을 일컬음.




나는 종종 인간으로서 당연히 도와야 할 부분과 괜히 나서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 사이에서 고민한다.


(1) 수업 시간, 옆 사람의 가방이 고리에서 벗어나 떨어졌다. 가방을 세워줄까 고민하는데, 그의 옆에 앉은 여자 친구가 갑자기 신경 쓰인다. 두 개가 대체 무슨 상관인가 싶은데 찰나의 순간으로 망설이고 나니 가방을 곁눈질로 지켜만 본다.


(2) 교직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출석을 불렀다. 내 이름 부르고 나서 텀블러에 물 받으러 밖으로 나가는데, 문 앞에 수업 듣는 사람이 안 들어가고 아직도 수다 떠는 중이다. 그 사람에게 "출석 불렀어요." 말해줄 만도 한데, 그게 민망해 제 갈 길 간다.


(3) 비 오는 날 야외에서 같은 팀 팀원들과 비를 잠시 피하는데 한 팀원이 다음 일정 때문에 자리를 떠나야 했다. 비가 많이 와 발을 동동 구르던 그 사람을 다른 팀원의 우산이라도 빌려 지하철역 잠깐 데려다 줄 만도 한데, 결국 그냥 달려가던 뒷모습만 바라본다.


오지랖일까 싶어 행동으로 옮기지 못 한 생각들이 잠 자기 전 침대 머리맡에 나를 맴돈다.


지하철에 빈자리가 났는데, 자기 앞에 서 있던 친구를 앉히려고 그 빈자리로 쏙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그리고 앞에 서 있던 친구를 본인의 자리로 앉혔다고 한다. 덕분에 그 빈자리 앞에 서 있던 분은 눈 앞에 있던 자리를 놓쳤다고. 아마도 '모르는 사람보다는 내가 아는 사람이 우선인' 관계의 문제 때문일까. 나 역시 남을 돕지 않은 게 남들과 나의 관계가 아직 부족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지랖 아닐까 신경 쓴 때문일까. 누가 보면 오지랖이지만 당사자는 고마워할 오지랖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 다음부턴 용기 좀 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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