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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n 18. 2018

기다림

행복할 수 있는 기다림의 순간

어딘가 지원을 하거나,누군가와의 시간 약속에 일찍 도착하면 기다림의 시간이 발생한다. 혼자 목적에 있어 카페에 올 때와 약속이 있는데 시간이 떠 버려 누군가를 기다리며 카페에 있는 건 다르다. 또 약속 장소에 나갔는데, 모이기로 한 인원 중 한 명이 한 시간 이후 오기로 했다면, 은연중에 우리는 그 사람을 기다린다.


인간은 욕망의 존재라고 하더라. 결핍되어 있기에, 자꾸 바란다. 홀로 살 수 없을까, 잠시 고민해보니 안 될 것 같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온기가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게 사람이든, 강아지, 고양이, 눈코입 달린 반려동물이건 간에. 태초에 인간을 만든 신이 본디 하나인 인간을 둘로 나눠 평생 나머지 반쪽을 찾기 위해 떠돌도록 했다는 설화가 있다. 여자-여자, 남자-남자가 한 몸이었으면 동성애자고 여자-남자가 한 몸이었다면 이성애자란다. 나의 반쪽을 한 평생 찾아야 한다니. 맞는 반쪽이 있다니 좋긴 한데 희망고문 같기도 하다.


얼마 전 강변을 걷다, 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나는 인생에서 강아지, 노트북, 핸드폰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하고 귀엽게 말하는 걸 들었다. ‘아니, 남자친구는..?’ 그래도 “나는 술, 카페인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아!” 라는 말을 한 건 아니니깐. 분명 남자친구도 귀엽게 들었으리라. 나는 어떨까? 인생에서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있는 핸드폰, 편한 옷, 시원한 음료 정도면 행복할 것 같아! 누군가를 한 시간씩 기다릴 수도 있을 것 같아. 아, 물론 여름 한정이다. 겨울 한정은 포근한 이불, 귤, 책 정도가 되려나.


한 때는 다른 이들을 많이 기다리는 상황에 처하게 했던 내가, 요즘에는 누구를 기다리는 입장이 된다. 기다림의 시간은 따분할 수도 있지만  여유롭다. 주변 풍경을 보거나 근처를 구경하며 숨은 장소를 발견하기도 한다. 괜히 약속 시간에 늦어, 지하철에서부터 발 동동거리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나를 많이 기다리게 한 사람들에게 미안함도 전한다. 혹시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입장의 사람이라면 ‘나만의 시간 창조’라는 타이틀 하에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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